[권의종의 경제프리즘] ‘3분의 2원칙’과 ‘2년-2개월 관심법’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3분의 2원칙’과 ‘2년-2개월 관심법’
  • 권의종
  • 승인 2017.12.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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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의 ‘작용과 반작용’..남의 사소한 일을 나의 큰일처럼, 관심주면 다가온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자기 PR 시대이다. 뉴욕시 전신전화회사가 통화 중 가장 빈번히 쓰이는 말을 조사해 보았다. 예상대로 1인칭 대명사 ‘나(I)’였다. 5백번의 통화 중에 무려 3천9백번이나 사용되었다. ‘나’, ‘나는’, ‘내가’, ‘나와’, ‘나의’ 등이 쉴 새 없이 등장했다. 이게 어디 미국인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랴. 휴대전화 보급률이 세계 최고의 수준인 한국인들은 정녕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할 리 없다.

자기표현 욕구는 지극히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라 할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려 애를 쓴다. 여럿이 찍은 단체 사진을 받아들면 가장 먼저 찾는 게 자기 얼굴이고, 엘리베이터를 타도 무의식적으로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쳐보지 않는가.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표정을 고치고 무의식적으로 헤어스타일을 다듬고 옷매무새를 끊임없이 매만지며 살아간다.

대화를 하면서도 다들 자기 얘기를 먼저하고 싶어 한다. 남의 말은 건성으로 흘려듣거나 아예 귀를 닫으려는 성향이 뚜렷하다. TV 토론이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명사들마저 자기주장은 장황하면서도 상대의 의견이나 논리에는 경청의 기색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묘한 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 자기 PR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면 할수록 상대방은 도리어 멀어져간다. 반대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줄 경우 그들은 의외로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이른바 뉴턴의 운동 제3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윈리’가 대인관계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저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인간의 모든 실패는 바로 이런 유형의 인물에서 비롯된다.” 자기중심적 성향으로 흐르기 쉬운 현대인이 필히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일방적 자기 PR은 되레 '독(毒)'..오히려 눌언민행(訥言敏行)의 모습에 감동

종합건설업을 영위하는 어느 사장의 일화이다. 그는 건설업계에서 10년 넘게 잔뼈가 굵어 사업기반이 잡혀가던 차에 IMF 위기를 맞고 말았다. 거래처 도산으로 물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부도 처리되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었다. 돌연 자금난에 봉착한 사장은 자재대금은 고사하고 종업원 급여조차 제때 지급할 수 없었다. 단 며칠을 버티기 힘든 절박한 상황에서 그는 대형 아파트 시행업체를 수소문해 찾아갔다. 그간 거래도 없었던지라 수주는 예상대로 불가능했다.

낙담한 채 사무실을 나서던 그는 한 젊은이와 마주쳤다. 여비서에게서 들은 바로는 그는 미국 유명 로스쿨에 재학 중인 시행사 대표의 큰 아들이라는 것이었다. 회사로 돌아온 사장은 해외에 진출한 한인 2세들의 성공 스토리를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당시 미국무부 차관보에 오른 고홍주씨를 비롯해 60명 이상의 성공한 한인 사례들을 망라했다. 각종 언론매체, 잡지, 도서, 인터넷 등이 총동원되었고, 자료는 분야별로 정리되고 예쁘게 양장 제본되어 책자화 되었다.

일주일 후 다시 원청업체 대표를 찾은 그는 쑥스럽게 책자를 내밀었다. “축하합니다.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라고 인사를 건네며, “제 아들의 일처럼 저도 기뻤습니다. 아드님이 책속의 인물처럼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모아봤습니다.” 원청업체 대표의 반응은 감격 그 이상이었다. 천하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자신의 아들에 보여준 사장의 관심과 정성에 금세 마음을 열었다. 말은 어눌해도 행동이 민첩한 소위 눌언민행(訥言敏行)의 모습에 감동치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사업관계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인간적 연으로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훈훈한 스토리다.

남에 대한 관심으로 의외의 성과..사람-직원, 고객-이웃에 자상하고 따뜻한 관심을

남에 대한 관심은 대인관계에서도 이처럼 의외의 성과를 가져다주곤 한다. 설사 관심사가 사소한 경우에도 상대의 마음은 의외로 크고 빠르게 움직인다. 데일 카네기는 “2년 동안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내게 관심을 갖게 하는 것보다, 내가 다른 사람에 관심을 가지면 두 달 안에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회사 미국 프록터 앤 갬블(P&G)의 최고경영자 A.G. 래프리 회장은 대화시간의 3분의 2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그에 답하는 데 할애한다. 2000년 CEO로 취임 당시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비방의 목소리가 클 때 그는 직원 및 고객과의 대화를 시작했고, 이때 ‘3분의 2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그 결과 반대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성공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기업경영에서도 자기 PR의 중요성은 조금도 경시될 수 없다. 기업들은 나름대로 자사와 제품에 대한 홍보를 위해 각종 수단과 기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제품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일방적으로 부각시키기만 하면 고객은 저절로 확보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잘못이라는 사실이다. 기업들이 너무도 자주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이다.

무술년 새해가 밝아온다. 2018년 또한 기업이나 국민에게 결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과 직원, 고객과 이웃에 대해 자상하고 따뜻한 관심을 먼저 건네 보라. 마침내 그들을 진실한 친구로 얻는 결실의 한 해가 될 것이다. 남의 사소한 일이라도 나의 큰일처럼 여긴다면, 안 될 일 전혀 없고 될 일은 더 잘된다. 일단 해보면 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문제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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