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을'의 입장인데 원청업체에 최저임금 인상부담 나누자고 단가인상 요구?
중기,'을'의 입장인데 원청업체에 최저임금 인상부담 나누자고 단가인상 요구?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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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유통분야 표준계약서 개정추진은 납품거래 관행 감안할 때 효과는 '미지수'
▲최저임금 7530인상 부담이 커지자 일부 중소기업들이 ‘갑질’ 등을 통해 인상부담을 줄이려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기사내용과는 관련없음)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커지자 일부 중소기업들이 종업원을 줄이고 ‘갑질’ 등으로 인상부담을 줄이려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기사내용과는 관련없음)

 영세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무거운 임금부담을 덜기 위해 종업원을 줄이고 '갑질'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심화되자 공정위가 유통분야 표준계약서를 개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최저임금인상부담을 나누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을 현실적으로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청사인 원청사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은 중소납품업체로서는 납품단가 협상력이 약한 입장에 있는데다 심한 경우 거래가 아예 중단될 수도 있어 중대형 유통업체에 최저임금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주도록 요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간한 '2017 중소기업실태조사 보고서'(7500개 제조업 분야 기업 표본조사)를 보면 중소기업들의 납품거래에서 최대 애로는 원자재가 상승 등 원가인상요인에도 납품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체애로의 42.2%를 차지했다.

납품업체들이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원가압박에도 출혈이 심한 상태에서도 원청업체에 단가인상을 섣불리 꺼내지 못하는 것은 거래자체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납품업체가 위탁업체나 유통사 등에 납품단가에 최저임금인상분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할 경우 이를 들어줄 원청사는 매우 드물 것이라고 한 중소납품업체 대표는 털어놓았다.

중소기업실태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기업들이 위탁기업과의 거래에서 거둔 매출은 199조원으로 이는 납품 기업 전체 매출액 245조원의 8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는 소기업의 위탁기업 의존도가 87.1%로 중기업 75.8%보다 11.3%포인트(p) 높았다.

정부가 최근 납품단가 인하와 기술탈취의 근절 등 ·납품기업 피해 구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완화하는 차원에서 최근 납품단가 인상을 대형 유통업체에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중소기업계에선 정부 방안이 강력한 처벌 의지를 담고 있어 납품 거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장에 고착화된 원사업자 기업과 납품 기업 간 '갑을 관계'가 해소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를 개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중소기업과 납품 거래를 하는 대기업의 상생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전날 유통분야 5개 표준계약서를 개정, ‘을’인 납품업체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원가가 높아졌을 때 ‘갑’인 대형 유통업체에 함께 부담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분야는 백화점·대형마트 특약 매입· 직매입, 편의점 직매입, 온라인 쇼핑몰 직매입, TV홈쇼핑 등 5개 분야다. 개정 표준계약서를 보면 계약 기간에 최저임금 인상,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공급원가가 변동될 때 납품업체가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가격을 조정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내용이 추가됐다.

조정 신청을 받은 대형유통업체는 10일 이내에 납품업체와 협의를 개시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늑장을 부릴 수 없다. 개정 계약서에는 30일 안에 합의하지 못했거나, 협의가 중단되면 공정거래조정원에 설치된 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납품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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