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법인 ‘벌집계좌’ 등장..금융당국-한은-검찰 '3각 대응' 나서
가상화폐 법인 ‘벌집계좌’ 등장..금융당국-한은-검찰 '3각 대응' 나서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8.01.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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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작용-범죄 대응책 마련 부심.."위법 적발시 강력 제재하겠다" 고강도 조사 예고

 이번에는 ‘벌집계좌‘가 문제-. 연일 가상계좌 열풍이 식지 않는 가운데 금융당국에 이어 한국은행, 검찰까지 가상화폐 부작용과 범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취급업자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자 일부 거래소가 법인계좌 아래 수많은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두는 일명 ‘벌집계좌’를 편법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위법 적발시 강력 제재하겠다며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일 은행들이 지난해말부터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면서 후발 거래소들이 법인계좌 아래 다수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계좌는 사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금융정보분석원(FIU)·금감원의 점검 과정에서 가장 밀도 높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눈여겨보는 계좌는 법인의 운영자금 계좌로 위장한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벌집계좌)다. 벌집계좌는 본인 확인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자금세탁 소지가 다분하고 해킹 등 상황 발생시 거래자금이 뒤엉키는 최악의 사고로 이어질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가상계좌는 대량의 집금·이체가 필요한 기업이나 대학 등이 은행으로부터 부여받아 개별고객의 거래를 식별하는 데 활용하는 법인계좌의 자(子) 계좌다. 법인계좌에 1번부터 100만번까지 일련번호를 줘 특정인 명의의 계좌를 운영하는 방식인데 대다수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가상계좌를 활용해 영업해왔다.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7~12월 중에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자 후발 거래소들은 일반 법인계좌를 발급받은 뒤 이 계좌 아래에 거래자의 계좌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편법을 썼다.

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저장된 벌집계좌 장부는 거래자 수가 많아질 경우 자금이 뒤섞이는 등 오류를 낼 가능성이 크고 해킹 등 사고에도 취약하다. 법인계좌에 예속된 자금이므로 법적인 소유권도 거래자가 아닌 법인이 갖는다.

이들 계좌는 실명 확인 절차도 미흡해 자금세탁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쉽게 말해 가상화폐 거래를 잡기 위해 가상계좌를 옥죄자 가상계좌만 못한 편법 가상계좌가 활개를 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이 가상계좌를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거래소들이 이처럼 편법으로 가상계좌를 운영해온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하거나 조장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법인계좌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소액거래가 실시간으로 발생한다면 가상화폐 거래에 악용되고 있음을 모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인 금융당국은 위법사항 적발시 초고강도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 합동으로 거래소도 조사할 예정이다. 자금세탁이나 시세조종, 유사수신 등 범죄 적발 시 거래소 폐쇄도 불사하기로 했다.

한편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검 산하 '사이버범죄연구회'는 이날 '비트코인 기술개요와 활용 현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 수사기법 등을 공유하고 관련 쟁점을 검토했다. 검찰도 비트코인 등 암호화된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기법 연구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세미나에서는 특히 가상화폐를 수익으로 한 범죄에서 가상화폐를 추적하는 기법과 이를 몰수·추징하는 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범죄수익으로 활용됐을 때 숨기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범죄자들이 선호한다"면서 "수사와 관련해 가상화폐의 추적 가능성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최근 판결에 대한 검찰의 대응방안도 논의했다.

앞서 수원지법은 지난해 9월 불법 음란사이트 운영자의 형사재판 1심에서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당초 2심 선고가 9일 내려질 예정이었지만, 재판부가 관련 법리에 대한 심층적인 심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고를 이달 30일로 연기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미나 등을 통해 가상화폐 범죄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 가상화폐를 범죄수익으로 봐야 한다는 기술적인 분석 결과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대검은 세미나 논의 내용을 정리해 가상화폐를 활용한 범죄에 대한 일선 검찰청의 수사를 지원하는 한편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대형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해서는 은행 등 금융회사를 통해 규제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일부 은행은 가상계좌 서비스에 대한 영업을 중단시켜 (거래를) 어렵게 만들겠다"고 말했다.금융회사와 가상화폐거래소의 거래를 끊는 것은 금융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규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가상계좌를 거치지 않고 가상화폐 중개하는 곳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유사수신행위 등 불법적인 혐의를 포착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거래소 전면 폐쇄를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어 금융권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투기열풍이 계속될 경우 사법기관이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 가상통화 취급업소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세조종 다단계사기 유사수신 자금세탁 등 가상통화 관련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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