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상임고문제를 폐지할 수도, 그대로 존속시킬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금융당국의 상임고문제 개선지시나 회장은 나이제한을 두면서 고문은 나이제한을 두지 않는 모순 등에 비추어 상임고문제의 폐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한동우 상임고문의 발탁으로 은행장에 이어 행장에 은혜를 배신할 수 없는 입장이고 한 고문이 막후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현재 그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계에 신한금융안팎에서는 신한금융이 상임고문자리를 놓고 과연 그룹경영에 필요한 자리인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조 회장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상임고문을 폐지하던가 아니면 정당성을 확보해 존치시키는 문제를 결론 내야할 상황에 처해 있다.
신한금융, 회장자격 70세 넘을 수 없도록 제한..이와 맞물려 상임고문 폐지론 강력히 대두
최근 신한금융에서는 회장연령 제한과 맞물려 상임고문 폐지론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회장자격에 70세 이상은 안 된다는 자격을 두면서 상임고문은 예외로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신한금융은 회장자격을 70세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대대분의 금융그룹들이 연임횟수제한을 두는 경우는 있지만 연령제한은 하지 않는다는 신한금융만의 독특한 제도다. 한 전 회장이 지난해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연령제한을 도입했고 자신이 그 첫 케이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났었다.
신한은행의 전 간부는 “한 고문이 회장자격을 70세 이상은 안 된다고 제한한 것은 순전히 신상훈 전 사장이 회장으로 오는 것은 차단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장치였다”고 말했다. 한 회장이 당시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고문은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고문직을 그만둬야할 위기에 몰렸다. 이 전 간부는 “70세 이상이 되면 신한금융회장을 맡을 자격이 없어 은행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데 같은 논리라면 상임고문도 70세를 넘으면 경영에 참여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따라서 올해 만 70세가 되는 한 고문은 늦어도 오는 3월 정기주총에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이런 점에서 말 많은 상임고문제 폐지를 본격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금감원이 상임고문제의 개선, 사실상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당시 한 회장의 ‘장기집권’의 길을 튼 상임고문 신설은 명분이 뚜렷치 않을 뿐더러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왜곡시키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께 “고문운영규정에 자문실적과 관리절차, 평가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적정성 평가 등 사후관리를 강화해 고문제도의 투명성 및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약한 지지기반의 조용병 회장, 상임고문 없애며 한 고문 퇴진시킬 수 없는 난처한 입장
신한금융 상임고문자리는 금융그룹 회장의 ‘셀프연임’은 안 된다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도 조 회장에게는 상임고문 폐지압박으로 다가서고 있다. 당시 한 회장이 셀프연임 후 후진을 위해 회장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신한금융에 계속 남아 영향력을 행사할 속셈으로 상임고문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지난 해 정기 주총에서 ‘셀프연임’의 파워를 ‘위인설관’이라는 지적이 많은 상임고문자리를 만드는데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상임고문을 없애면서 한 고문을 퇴진시킬 수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다. 우선 그는 한 고문의 발탁으로 은행장에 이어 회장에 올랐다. 한 상임고문이 이를 빌미로 사실상 조 회장을 수렴청정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데도 조 회장이 결단을 못 내리는 것은 의리상 배신을 때릴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설령 조 회장이 그룹의 발전을 위해 한 상임고문을 밀어내겠다는 용단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허약한 지지기반 때문에 이를 감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의 대부분이 한 사장 사람으로 분류되며 조 회장 세력은 얼마 되지 않아 한 고문 세력에 크게 밀린다는 것이다.
조 회장에게는 위성호 은행장과의 세력균형 측면에서도 한 상임고문은 퇴진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전 신한금융의 한 임원은 “ 조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의 파워 면에서 사실상 위 행장에 밀리는 형국이나 한 고문의 지원으로 회장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한 고문의 부재시 힘의 ‘삼각구도’가 깨지게 되면 조 회장은 리더십을 상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자신의 현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임고문을 그대로 두고 싶으나 회장 나이제한의 모순과 금융당국의 ‘외압’으로 폐지압박도 만만치 않아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그가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