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 황영기의 퇴장과 관치금융
'검투사' 황영기의 퇴장과 관치금융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8.01.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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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지능적인 금융협회장 선거 개입..‘자율금융’은 어디로?
              물러나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청와대를 비롯해 기관부터 개인까지 주식은 위험하고 투기성이 높아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25일 새 회장을 선출하는 임시총회에서 “금융투자업에 대한 불신은 협회장의 잘못도 아니고 업계 사장들의 잘못도 아니다”며 “차기 회장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키워 국민들의 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조언했다.

그는 "금융투자업계에 대해 오랜 기간 쌓여온 불신 때문에 믿고 돈을 맡길 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회복과 인식을 바꾸는 일이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이어 "그동안 세제를 자본시장에 맞게 고쳐달라는 요구에도 세종시의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이 주식이나 펀드 투자는 돈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어 "부자 감세 프레임에 걸려 세제개편에 실패한 적이 많았다"고도 했다.

지난 2015년 2월 금융투자협회장에 취임한 황 회장은 증권과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뿐 아니라 은행권 최고경영자도 지내는 등 금융과 실물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로 꼽힌다.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황 회장은 협회장 취임 후 경직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합리적인 인사로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전용 해외주식형 펀드 등의 도입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으며 사모펀드 진입 규제 완화, 헤지펀드 활성화, 공모펀드 규제 완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책 등 제도 개선에도 힘썼다.

그러나 다음 달 3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현 정부에 부정적인 인식을 표시하면서 4대 협회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작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시장주의자로 시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현 정부는 시장이 위험하므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강한 정부, 큰 정부 중심으로 돌아가 다소 결이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연임이 확실시됐던 그가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고 퇴진하기로 한 뒤 했다.“제가 살아온 과정과 이 정부를 끌고 가시는 분들의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해 현 정부와 갈등이 있음을 암시했다.실제 재선이 유력했던 황 협회장이 갑작스럽게 연임을 포기한 배경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인사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그룹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금융 유관협회 중 대기업 출신 민간 인사가 수장인 곳은 생명보험협회(이수창 회장)와 금투협 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연임이 거론된 곳은 금투협 뿐이었고, 이에 사실상 황 회장을 끌어내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그는 “외교용어로 내가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같았다”며 “제가 살아온 과정과 이 정부를 끌고 가시는 분들의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혀 재임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황 회장은 지난 3년동안 금융당국과 소통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동안 자리 지키기에만 안주했던 ‘관피아’와는 성격을 달리 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투사'라는 별명답게 그는 정부와 국회, 당국, 업계를 아우르는 힘있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심혈을 기울였다. 금융당국으로서는 황 회장의 이런 공격적인 성향을 못마땅했을 지 모른다.

금융권은 그렇지 않아도 ‘외풍’이 많은 곳이다. 많은 금융협회장들은 그동안 고분고분하면서 당국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 나름대로의 생존술이었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시각에서는 황회장과 같이 대들고 호전적인 검투사의 존재는 반가울리가 없었을 것이다. 유례없는 강추위 속에서 새해 벽두부터 금융권은 더 으스스한 느낌이다. 만일 당국마저 금융협회장 선거에 지능적으로 교묘하게 개입에 나서고 있다면 ‘자율금융’이란 말은 과연 어디에 서있는 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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