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사장에 '호남출신 씨 말랐다'…"영남패권주의 때문"
신한금융 사장에 '호남출신 씨 말랐다'…"영남패권주의 때문"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1.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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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CEO중 호남출신은 저축은행 단 1곳…신한금융은 파벌주의에 취해 적폐청산 외면
▲라응찬 전 회장(사진 왼쪽)과 한동우 상임고문
                                     ▲라응찬 전 회장(사진 왼쪽)과 한동우 상임고문

 ‘신한사태’이후 신한금융에서는 지역주의, 파벌주의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반영, 계열사 대표는 물론 임원진에서 호남출신 인사를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신한금융지주를 포함한 신한금융 13개 계열사의 경우 대표이사 가운데 호남출신은 1월 현재 단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표이사 뿐만 아니라 계열사 임원진에서도 호남출신 비중은 거의 ‘꼴찌’ 수준이라고 전 신한금융의 한 임원은 전했다.

신한금융의 편파인사는 경상북도 상주 출신인 라응찬 전 회장의 ‘TK패권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동안 신한금융 그룹에서는 정권에 따라 호남출신의 임원비율이 다소의 기복을 보였으나 라 전 회장은 재일교포주주를 등에 업고 장기간 ‘황제'로 군림하면서 계열사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에 TK출신을 대거 포진시켜 경영권을 공고화 했다. 이 전통은 한 동우 전 회장(현 상임고문)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바람에 호남출신 인사들은 아직도 경영진에서 소수세력으로 남아 사실상 존재감을 잃은 상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13개 계열사 대표들의 면면을 보면 지역별로는 영남이 압도적으로 많고 호남출신은 김영표 신한저축은행 대표(58) 단 한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것도 매출 등 경영규모면에서 가장 비중이 낮은 신한저축은행에 마지못해 구색 맞추기로 호남출신인사를 끼어 넣은 듯한 인상이 짙다. 출신대학별로는 고려대 출신이 가장 많고 나이는 평균 59.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김 대표는 광주상업고와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신한은행에 입행, 2011년 신한은행 마케팅지원 그룹장(부행장), 2013년 신한은행 리테일부문장, 영업추진 그룹장(부행장)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신한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선임돼 계열사 CEO중에서 유일하게 호남출신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TK출신을 중심으로 한 영남출신인사들이 가장 큰 인맥을 이루면서 신한금융을 지배하고 있다. 아들 채용비리 의혹으로 거취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는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설영오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이동대 제주은행 은행장, 민정기 신한BNPP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대표이사 사장 등 5명이 모두 영남 출신이다. 여기에 라 전 회장의 지원아래 회장에 올라 연임 후 지난해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신한금융에 남아있는 한동우 상임고문도 부산출신이라는 점에서 영남세는 더욱 압도적이다. 

충청과 수도권출신은 각각 3명씩이지만 호남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다. 라 전 회장의 파벌주의를 승계한 것으로 알려진 한 고문의 지원으로 행장에 이어 회장으로 발탁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윤승욱 신한신용정보 사장 등이 충청 출신이다. 

위성호 신한은행 은행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유동욱 신한데이타시스템사장 등 3명은 서울 출신이다. 그러나 위 성호 행장의 경우 출신이 서울로 돼있지만 신한금융 주변에서는 고향이 경북 의성이라는 설도 있어 라응찬 전 회장사람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신한금융의 영남세력은 감히 도전할 수 있는 막강세력으로 부상한다.  

 ▲신한금융 한동우 상임고문-조용병 회장

라응찬 전 회장, 'TK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영남출신 인사 중용 

이들 중 이병찬 신한생명 대표를 비롯해 설영오 신한캐피탈 대표,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대표, 이동대 제주은행장, 민정기 신한BNPP자산운용 대표, 김영표 신한저축은행 대표 등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돼 같은 달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연임여부와 퇴진 후 후임에 어느 지역 출신인사가 선임될는지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신한은행의 한 전직 임원은 “신한금융그룹 임원진에서 갈수록 호남출신인사들의 씨가 말라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라응찬 전 회장의 ‘TK패권주의’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촌회‘(경북상주출신 촌놈들의 모임)회’ 멤버인 라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신한금융에서 황제로 군림하면서 TK를 비롯한 영남출신들을 핵심요직에 앉혀 자신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전직 임원은 “DJ정권 때에 라 전 회장이 정권과 코드를 맞춘다는 차원에서 호남출신 임원을 다소 늘린 때가 있었으나  ‘반짝’으로 그쳤다”고 회고하면서 "라 전 회장은 경영진을 철저하게 영남출신인사 위주로 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라 전회장이 ‘종신 회장’이 되겠다는 ‘노욕’이 발동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에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몰아낸 이른바 ‘신한사태’로 그가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신한금융의 해묵은 파벌주의, 지역주의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었다. 라 전 회장의 지원 아래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게 된 한 동우 회장은 라 전 회장의 영남패권주의를 그대로 이어받아 편중인사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회장은 라 전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 말고는 아무런 죄가 없는 신상훈 전 사장의 세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명예퇴직 등의 명분으로 퇴진시키거나 좌천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편중인사를 자행했다"고 이 전직 임원은 지적했다.  한 회장은 라 전 회장과 동색이 돼 호남출신을 비롯한 신상훈 사장의 세력을 약화시키는데 앞장서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파벌주의에 젖은 신한금융, '신한사태'등 적폐청산엔 '눈감고 귀막아' 

이 과정에서 자연 "호남출신인사들은 능력에 상관없이 인사상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였다"고 이 전직임원은 전했다. 그래서 신한사태 후 신한금융에서는 라 전 회장이 '그림자 통치'를 하고 있다는 예기가 파다했다. 한 회장은 회장에 취임한 후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자신은 라 전회장이나 신 전 사장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중립적인 인사”라고 강조했으나 그동안의 임원진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보면 ‘라 회장의 파벌주의’는 더욱 선명하게 부각됐다.

당시 한 회장은 신한금융에 오래남아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욕심도 ‘신한사태’의 주역 라 전 회장과 너무나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한 고문은 지난해 주총에서 자신이 만든 70세 이상 회장 자격제한에 걸리지만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하겠다고 공언, 깨끗이 퇴진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상임고문’자리를 신설해 신한금융에 그대로 남아 현재는 지원세력의 뒷받침아래 조용병 회장의 막후에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장은 말하자면 라 전 회장의 지역주의, 파벌주의를 그대로 승계해 이를 토대로 아직껏 신한금융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호남출신인사들은 능력에 상관없이 임원승진의 길이 ‘낙타 바늘구멍 뚫기’ 정도다. 신한금융은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구호에도 파벌주의 ‘꿀단지’에 취해 ‘신한사태’를 비롯한 적폐청산을 외면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한은행의 시대착오적 경영폐단을 제대로 바로 잡을지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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