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채용' 놓고 하나-KB금융 이례적 '정면 반박'..진짜 이유는?
'특혜채용' 놓고 하나-KB금융 이례적 '정면 반박'..진짜 이유는?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8.02.0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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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채용비리땐 주총에 해임 권고"..생사 걸린 金정태-尹종규 회장, 檢 수사단계서 거취 정할 수도
    김정태 하나-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갈등이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하나·KB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둘러싸고 가열됐던 양측간 기싸움이 최근에는 채용비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찰수사 의뢰로 확전됐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금융당국의 채용비리 조사 내용들이 연이어 흘러 나오면서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만일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게 될 경우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거센 퇴임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가 민감한 사안인 데다가 앞서 금융위원회가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국민·하나은행은 강력 반발 중이다. 한 차례 체면을 구긴 적이 있는 당국도 강경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진실공방이 계속되다가 당국과 은행이 법정에 가서 얼굴을 붉히는 사태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VIP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확인한 리스트에는 지원자 인적사항과 함께 추천자의 직함이 기재됐다. 리스트에 적힌 이들은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일부는 최종 합격했다. 해당 은행들은 특혜채용이 아니라 적합한 인재 선발을 위한 리스트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하나 55명, KB 20명…은행 특혜채용 'VIP 리스트' 있었다" 발표

금융감독원은 국민·하나은행 등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의혹 검사 결과를 지난달 31일 검찰에 넘기면서 이러한 내용의 2015·2016년도 VIP 리스트를 함께 전달했다.금감원은 당시 하나은행(13건), 국민은행(3건), DGB대구은행(3건), BNK부산은행(2건), JB광주은행(1건) 등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의심 사례 22건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하나은행 리스트에는 모두 55명의 이름이 있었다. 이들은 2016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이 중 필기시험에 합격한 6명은 전원 최종 합격했다. 합격자 명단에는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카드 사장의 지인 자녀 ㄱ씨도 포함됐다. ㄱ씨는 그해 12월7일 임원면접 점수가 4.2점으로 ‘불합격’이었지만, 이튿날 4.6점으로 높아지며 ‘합격’으로 바뀌었다.

VIP 리스트 비고란에 적힌 추천자엔 ‘사외이사’도 있었다. 이 사외이사는 하나은행 거래처의 사외이사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리스트 작성은)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20명은 2015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으며, 필기시험을 거쳐 면접까지 간 지원자는 모두 합격했다. 특혜 채용 정황이 짙은 3명 중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종손녀(누나의 손녀)가 포함됐다. 국민은행 측은 “윤 회장의 종손녀는 지역 할당 몫으로 채용됐고, 현재도 해당 지역에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 합격자 3명은 누가 보더라도 채용비리 정황이 뚜렷한 경우”라며 “나머지는 비리로 단정하기 어려워 검찰에 규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로 채용됐다”면서 리스트 존재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나-KB금융, "채용비리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꼴 날라" 초긴장 

이에 은행들은 정면 반박에 가까운 해명을 내놨다.국민은행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고 강조했고,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사실, 특혜채용 청탁자,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채용비리 문제는 청년실업과 금수저 등 사회적 문제와 맞물려 폭발력이 강한 이슈라는 점이다. 채용비리로 뭇매를 맞았던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하자마자 이광구 전 행장이 사의를 밝혔고 현재 불구속기소되어 사법부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채용비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윤종규 회장이나 김정태 회장도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계에는 당국이 지난달 하나금융 회장 선임과정에서 한발 물러난 후 설욕을 벼르고 있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당국이 금융지주 CEO의 셀프연임과 참호 구축을 지적했을 당시 윤종규·김정태 회장이 주요 타깃으로 꼽혔다.실제로 금감원은 지난달 하나금융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일정을 강행했고 김 회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지배구조 이슈에서는 고개를 숙인 당국이 채용비리로 불거진 '2라운드'에서는 어떻게든 금융회사들을 손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채용비리가 드러날 경우) 당국이 주주총회에 임원 해임을 권고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양측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당국과 은행이 법정에서 맞붙는 진풍경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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