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중소기업 사장, ‘번아웃 증후군’ 탈출법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중소기업 사장, ‘번아웃 증후군’ 탈출법
  • 권의종
  • 승인 2018.02.0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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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하려면 싫든 좋든 사람들과 만나고, 건설적 인적네트워크로 차별화된 경쟁력 만들어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중소기업 사장은 ‘봉’이다. 누굴 만나 식사라도 한 끼 하려면 돈은 으레 사장이 내야 한다.  거래처와 접촉하려도 비용 부담은 의당 사장 몫이다. 납품을 부탁해야하는 아쉬운 처지라 싫어도 그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외부 관계자들과 교류에 드는 비용도 아직도 사장의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게 태반이다.

이런 현상은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창회나 동호회 등 사적 모임에서도 사업하는 사람의 씀씀이는 달라야 한다. 샐러리맨보다 회비나 기부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을 다들 자연스럽게 여긴다. 종교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헌금이나 사찰시주 금액이 남보다 훨씬 커야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여전하다.

종친회나 친목회에선 또 어떤가. 아예 고문, 회장 등의 감투를 미리 준비해 놓고 그에 걸 맞는 협조와 역할을 부탁해 오기 예사다. 지역사회에도 인색할 수 없다. 고아원, 양로원,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난색을 표했다간 구두쇠 기업인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가정에 돌아오면 상황이 다른가. 가장에 대한 가족들의 요구 수준도 만만치 않다. 남편의 사정을 이해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부인부터 되레 강하게 나온다. ‘명색이 어엿한 중견기업 CEO의 사모님’으로 대우받고 싶은 눈치다. 살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강남 중대형으로 옮기고, 건강을 위해 골프도 즐기자는 재촉이다. 명품에 눈길을 돌리고 해외여행도 조른다.

아이들은 한술 더 뜬다. 고액과외, 어학연수는 기본이고 적지 않은 학비와 생활비를 타면서도 미안해하는 구석이 별로 없다. 형제나 친지도 경조사 때 축의금이나 부의금이 기대에 못 미치면 못내 섭섭해 한다.

사장의 돈지갑은 화수분?.. 주변 돌아보면 온통 손 벌이는 사람 뿐

사업하면 무슨 떼돈이라도 버는 줄 아는지, 중소기업 사장의 돈지갑은 화수분으로 여기는지. 어디가도 큰 소리 한번 제대로 못 치며 힘겹게 사업하면서도 온갖 비용은 혼자 다 떠맡는 처지다. 실제로 상당수 사장들은 주위 사람들의 기대감에 짓눌려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한다.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이 겨울밤 흰 눈처럼 소리 없이 쌓인다.

사장 본인 외에 그 누구도 그 속내를 알 리 없다. 월말만 되면 수북이 쌓이는 신용카드청구서 앞에서 사업할 자신도, 의지도, 의욕도 빠르게 무너져 내린다.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손 벌이는 사람들에 둘러싸인 사면초가의 형국이 대한민국 중소기업 사장의 현주소다.

기업을 하려면 싫든 좋든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교적이어야 한다. 관계를 끊거나 소원하게 지내서는 사업하기 어렵다. 비즈니스든 개인적인 문제든 사람들과의 관계는 피할 수 없다. 아사히맥주 히구치 히로타로 회장은 “젊었을 때는 돈을 빌려서라도 훌륭한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며, “물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지만, 사람은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어차피 맺어야 할 대인관계라면 제대로 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위대한 기업들은 고객, 공급업체, 투자자, 임직원, 그리고 사회와 장기간에 걸쳐 건설적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증거다. 우선 내부 직원들과 따뜻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종업원과의 관계를 단순히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주는’ 식의 통념을 뛰어넘는 고차원의 관계 설정이 필수적이다. 심지어 직원이 퇴직한 후에도 ‘우리 회사’로 말할 정도의 친밀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알아 두면 다 쓸모 있다.. 관계에는 기업을 바꾸는 모멘텀 숨어 있어

거래처나 고객과의 성공적인 관계 구축도 경영의 핵심요인이 된다. ‘단순히 일정한 가격을 대가로 거래를 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려는 자세가 더없이 긴요하다. 나이키 회장인 필 나이트는 거래처에 항상 지대한 정성을 쏟는 것으로 유명했다. 성탄절이 되면 수많은 거래처에 친필로 쓴 편지와 크리스마스카드 보내기를 잊지 않았다. 감동한 거래처들은 나이키에 대한 충성심과 더불어, ‘나이키 가족’이라는 자부심까지 갖게 되었다.

관계에는 기업을 바꾸는 모멘텀이 숨어있다. 관계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부단히 관리하고 발전시켜 자사만의 차별화된 역량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관계의 전략을 어떻게 도모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될 수도 패자가 될 수도 있다. 인적자원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평소 주변과의 관계를 특히 잘 구축할 필요가 크다. 사업을 하다보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필요로 할 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거래처, 관공서, 친구, 지인, 가족과의 사이에서도 건설적 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잘 사귀고 협조하면 언제든지 이들을 협력자로 활용할 수 있다.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서 의외의 도움을 얻게 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이들 스스로 도움을 자청해오기도 한다. 옛말에 ‘어느 구름에서 비 올지 모른다’ 하지 않았던가.

지혜로운 경영자라면 주변의 사람을 피해를 주는 가해자로 보지 않는다. 도리어 언제든지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반가운 도우미로 여긴다. 그런 점에서 인적네트워크 구축에 소요된 돈은 이들에게 비용일 수 없다. 장기적이고 잠재적인 무형의 투자자산이 된다. 같은 돈을 써도 사람이 생각하기에 따라 결과는 너무도 달라진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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