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이건희 차명재산 처리 놓고 오락가락 '뒷북 행정'
금융당국, 이건희 차명재산 처리 놓고 오락가락 '뒷북 행정'
  • 주연 기자
  • 승인 2018.02.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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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뒤늦게 ‘전담 TF 구성’...추적과징금 부과 기한 2개월 밖에 안남아 '보여주기식’ 지적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금융당국이 과징금 부과를 위한 증거 확보를 목표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재추적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애초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징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는 법제처의 해석을 받고 부랴부랴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결과적으로 자기 부정을 해야만 하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셈이다. 결국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19일 금융감독원은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TF 소속 검사반 직원들을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에 투입해 특별검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TF는 원승연 부원장(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이 팀장을 맡고, 금융투자검사국장, 자금세탁방지실장, IT‧핀테크전략국장이 팀원으로 구성됐다. TF는 4개 증권사의 이 회장 차명계좌 거래명세와 잔고 등을 확인할 계획으로, 1차 검사 기간은 내달 2일까지다.특별검사 대상 증권사는 1500개에 육박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가운데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지난 13일 유권해석한 27개 계좌가 개설된 곳들이다. 

금융당국, 과징금 부과 위한 증거확보 목표로 뒤늦게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재추적 나서

금감원 TF는 실명제를 전격 실시한 긴급재정경제명령(1993년 8월 12일) 당시 이 회장의 27개 계좌에 금융자산이 얼마나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해당 증권사들이 거래 원장을 폐기했다고 보고했으나 실제로 폐기했는지, 이를 복원하거나 당시 거래 기록을 파악할 방법은 없는지 조사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검사에서 27개 계좌가 금융실명제 시행일 이전에 개설됐으나 관련 자료는 폐기됐음을 확인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차명계좌를 철저히 확인함으로써 과징금이 적절히 부과되는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법제처 유권해석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유관기관과 적극 협력해 투명하고 공정한 금융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 회장 차명계좌 27개의 잔액은 2007년 12월 기준 965억원으로, 금융위는 잔액이 밝혀지면 금융자산의 5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계좌들의 원장이 이미 폐기된데다 과징금 부과 제척기한(10년)이 2개월 밖에 남지 않아 금융당국이 '보여주기식'으로 특별검사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처리 문제를 놓고 시종일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삼성을 비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 비난을 자초했다.이번에도 일처리를 제대로 못하면 비난이 폭주할 전망이다.

정치권과 금융위가 구성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입법을 통해 해당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금융위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사실 입법을 하면 삼성에만 과징금을 물릴 수 없고 동창회 통장처럼 선의의 차명계좌를 포함한 모든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용진 의원 "417일이 과징금 부과 마지노선..머뭇거리면 단 한 푼의 과징금도 걷지 못할 것"

이렇게 되자 금융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진 27개의 계좌에 대한 과징금부터 매기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명 확인은 했지만 삼성 특검을 통해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이용한 계좌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여기서도 실명 전환 기간에 계좌 소유주에게 확인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반박했다.

결국,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 계좌에 대해서만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기대와 달리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고 금융위는 체면을 구겼다. 2008년 특검 당시와 지금의 여론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금융위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금융실명법 부칙에 따르면 실명제 이전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원금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이자, 배당 소득에 대한 90% 중과세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파악된 차명계좌 규모는 44,000억 원으로 과징금과 세금까지 고려하면 삼성 측이 내야 할 돈은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2조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는 TF를 통해 이번 실명제 해석과 과징금 규모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생각보다 논의할 시간이 적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17일이 과징금 부과의 마지노선"이라며 "두 달 밖에 남지 않아 머뭇거리면 단 한 푼의 과징금도 걷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이 진행된 2008417일로 이후 10년이 지나면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돼 과세도 과징금 부과도 못한다. 게다가 실명제 이전의 이 회장 차명계좌 정보가 거의 남아 있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징금 부과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금융위에게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여론이 납득할만한 대안이 없다면 모든 비난은 금융위가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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