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이주열(66/사진)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을 결정했다. 한은 총재의 연임은 1978년 이후 40년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 총재를 차기 한은 총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2014년 4월10일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이 총재는 임기 만료 한 달여를 앞두고 연임이 결정됐다. 이 총재가 연임하면 지난 1978년 물러난 김성환 전 총재 이후 약 40년 만에 첫 연임 사례가 된다. 당초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임명할 수 있도록 돼있었지만 2012년 한은법 개정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강원 원주 출신인 이 총재는 원주 대성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은 정책기획국장과 부총재보, 부총재 등을 거쳐 2014년 한은 총재에 올랐다.
이에 앞서 한은총재 후보를 이름을 올린 사람은 이광주 전 한은 부총재보, 박상용 연세대 명예교수, 윤대희 가천대 석좌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이 거론됐다. 이 전 부총재보는 한은 국제국장과 국제 담당 부총재보를 역임한 '정통 한은맨'으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등을 지냈다. 박 교수는 외부 출신으로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참여정부 시절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등을 맡은 바 있다.
청와대의 내정자 발표에 따라 조만간 국무회의를 소집,심의를 거쳐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 등 임명동의안을 보내게 된다. 국회는 임명동의안을 받은 뒤 20일 이내에 심사와 인사 청문을 마쳐야 한다.
이 총재가 무사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다음 달 1일 공백없이 총재 자리를 이어 맡게 된다. 총재로 임명되면 앞으로 4년간 한은을 이끌게 된다.
이 총재가 연임하더라도 앞으로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한은 독립성 등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높은 대응능력이 요구된다. 한미 기준금리가 10년여 만에 역전되고 있다. 통화정책 운용과 더불어 국제금융 감각을 갖춰야 한다. 현재 미국이 이달을 시작으로 올해 4회까지 금리를 올린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물가, 고용 등 경기상황 개선세가 미흡해 1~2회 전망에 그치는 상황이다.
또 국내에서는 14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고려했을 때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것 역시 이 총재의 과제다. 장기 저금리 정책, 부동산 부양책으로 가계부채는 폭증한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차주들의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세심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한은 내부에서는 '독립성 강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한은의 독립성 훼손으로 기재부와 한은의 갈등이 극심했다.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은 정부의 통화, 환율 정책 개입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독립성을 강조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한은의 독립성을 중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에서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