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차명계좌에 보유했던 계열사 주식을 처분할 당시 지분 공시를 제대로 했는지 조사를 펼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회장의 차명 계좌에 대해 뒤늦게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공시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지만 이 역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빗발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7일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거래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 이후 지분 공시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7년 말 삼성전자 주식 263만 주를 차명 계좌에 보유하고 있었으나 1년 뒤 이 주식이 모두 빠져나간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 회장이 이런 차명 주식 실명 전환 사실을 공시한 건 두 달 뒤였고, 공시한 주식 수도 금감원 조사보다 적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주식 변동 사항을 5일 안에 공시하게 돼있는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자본시장법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그 지분이 1% 이상 줄거나 늘 때 공시해야 하고 있다. 또 지분율이 5%가 넘지 않아도 최대주주이거나 특수관계인이면 정기보고서에 그 현황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회장이 다른 차명 주식을 팔 때 내부 정보를 이용했는 지 여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두 사안 모두 과징금 부과나 형사고발이 가능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실제로 제재를 받을 지는 미지수다. 위반 행위 시점부터 5년이 지나면 과징금 부과나 형사 고발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미 10년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현재 드러난 석연치 않은 부분은 지난 2008년 말 차명계좌에서 삼성전자 주식이 인출됐는데 실명전환 공시는 2~3달 뒤에나 이뤄졌고, 공시된 주식 수도 당초 차명으로 보유했던 것보다 적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추가로 내야 하는 세금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이번에도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일부나마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매기기로 한데 이어 이후 처분 과정도 추적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이 또한 10년 가까이 지난 '뒷북조사'여서 관련 의혹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금융당국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에 대해서 당연히 했어야 될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면서 ”더군다나 우리나라 국내 최대기업의 지분 보유 변동 현황인데 그동안 아무 것도 안한 것은 한 마디로 직무유기로, 금융위와 금감원은 모두가 ‘적폐청산’ 대상 감“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