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7조5000억원 투자에 나선다.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등에 27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8500여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44% 늘어난 액수로, 오는 2020년까지 3년간 투자할 금액을 합하면 총 80조원, 채용 인원은 2만8000여명에 이른다.
최 회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를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3시간에 걸친 간담회에서 이 같은 투자계획을 밝혔다. 김 부총리는 LG그룹과 현대자동차에 이어 대기업으로는 세번째로 최태원 SK 회장과 현장 소통간담회를 가졌다.
최 회장은 앞으로 3년간 총 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통큰 계획을 내놨다. SK는 3년간 투입될 80조원 중 절반 이상(49조원)을 SK하이닉스가 맡고 있는 반도체 부문에 투자할 방침이다. 또 SK텔레콤이 주도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와 ICT 사업 생태계 육성에도 13조원이 투입된다.
이밖에 지능형 전력시스템 등 에너지 사업에 11조원, 자율주행차 등 미래 이동수단 개발에 5조원, 헬스케어 사업에 2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날 공개한 투자 계획은 올해 초부터 계획하고 있던 경영 전략으로 김 부총리 방문을 기해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업·벤처기업과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계획도 발표됐다. SK는 민간기업으론 최초로 사회적기업 전용 펀드(110억원 규모)를 조성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도 사회적기업 생산 제품을 우선할 방침이다. SK는 지난해에만 270억원어치의 사회적기업 생산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또 자금 사정이 어려운 SK그룹 협력사에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동반성장 펀드도 내년까지 800억원 확충해 6200억원 규모로 조성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김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회장님이 직접 가방을 들고 찍은 사진을 신문에서 봤다"며 폐 자동차 시트 가죽을 재활용해 만든 사회적기업 모어댄의 가방을 언급했다. 최 회장이 김 부총리에게 이 가방을 선물하자 김 부총리는 "그냥 받을 수는 없고 직접 구매하겠다"며 웃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가방은 온라인몰에서 25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날 최 회장이 선물한 백팩은 김 부총리가 직접 구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최 회장님은 딥체인지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사회적 가치와 공유인프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성장과 같은 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 회장은 "경제적 가치만 추구했던 기업이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며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 혼자선 할 수 없다. 사회 문제 해결이 목적인 사회적기업은 대기업이 시도할 수 없는 일을 함으로써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면 기업은 물론 국가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SK 계열사 안에 일자리만 만드는 게 아니라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게 어떨까 해서 사회적기업 이야기를 들고 왔다"며 "사회문제를 해결해 새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는 정부 측에 산유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기업의 사업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5G 신사업 추진,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조달 제도 개선 등을 건의했다. 이상윤 기획재정부 산업경제과장은 "SK에서 건의된 과제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