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주총도 불참.."책임경영 약속 '잇단 실종'"
이재용, 삼성전자 주총도 불참.."책임경영 약속 '잇단 실종'"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8.03.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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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이사회 이어 '두문불출'..반올림 “삼성은 李 부회장을 모든 직위서 해임하라” 촉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안에서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 달성에 주식 50대1의 액면분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서 환호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밖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최근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며 매우 냉랭한 분위기였다.

삼성전자가 2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개최한 제49기 정기주주총회가 주주 800여명과 이사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끝났다. 새 이사진 승인과 주식 50대1의 액면분할 안건 등이 승인됐다. 그러나 삼성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끝내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달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주총 안건은 지난해 경영성과 보고, 사내·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주식 액면분할 등이었다.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회장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은 심의를 거쳐 주주 여러분과 소통하겠다”며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이사진이 교체되고 이사진 규모는 9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기존 사외이사였던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가 임기 만료로 물러나고, 미국 출신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가 새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각 사업 부문장이 된 3명의 대표이사(김기남·김현석·고동진)가 새 등기이사로 선임됐고, 지난해 말 최고재무책임자(CFO)직에서 물러난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합류했다. 기존 사내이사였던 권오현, 윤부근, 신종현 부회장 등은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삼성전자 이사진 중 이재용 부회장만 불참.."경영 전면에 안나설 경우 경영투명성-주주불만 커질 듯”

이사진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만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부터 맡은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에 삼성전자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신뢰의 위기가 계속돼 당분간 물밑 행보를 더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2016년 말 책임경영 실천을 내세우며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뒤 자리를 오래 비워 이사회에서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비판적 여론이 많다. 이미 지난 달 열린 올 삼성전자 이사회에도 불참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처럼 이 부회장이 경영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삼성전자 오너로서 경영활동을 한다면 경영 투명성과 관련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의 쓴소리와 경영 관련 질문도 나왔다. 한 주주는 “정경유착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삼성전자는) 안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신문에 나오면 또 했다고 한다. 오늘 이학수씨가 있으면 야단 좀 치려고 했는데 안 나왔다. 그런 분은 앞으로 입에 안 올리게 해 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삼성전자의 큐엘이디(QLED) 텔레비전이 엘지(LG)전자의 올레드(OLED) 텔레비전보다 점유율이 낮은 점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은 “시장점유율 부분에서 일부 데이터가 혼용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유통에서 팔려나가는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저희가 확고하게 1등이다. 1500불 이상, 2500불 이상을 프리미엄 시장이라고 하는데, 저희가 40% 이상으로 확고하게 1위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이 낮은 데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고동진 IM 부문장은 “중국 시장은 우리나라 내수 시장처럼 봐서는 안 되는 굉장히 복잡한 시장이다. 현지 유통이나 상관습, 이런 것들을 우리가 놓치고 간과한 게 있었다. 이런 걸 차근차근 확인하고 복구하는 중이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S9은 두 자릿수 근접하는 회복세를 보인다”며 “저희가 한 번 저지른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주총에서는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50대1의 액면분할 안건도 통과시켰다. 권오현 의장은 “올해 배당 중심으로 주주 환원책을 펼 예정이다. 더 많은 소액 주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50대 1로 주식을 분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 효과 등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기업가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이 연 삼성창립 80주년, 삼성전자 주주총회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직위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李 부회장, 책임경영 내세우며 등기이사에 취임했지만 불법세습 계속..사회적 책임도 내팽겨쳐"

한편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소속 활동가 1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하는 반올림의 농성은 오는 24일로 900일을 맞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회사와 본인 모두 횡령범죄를 인정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등기 이사직을 비롯한 공식 지위를 박탈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주주와 구성원이 아닌 총수의 사익을 위해 범죄마저도 비호한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책임 경영을 내세우며 등기이사에 취임했지만 불법세습을 계속해 온 것은 물론 사회적 책임도 내팽겨쳐왔다”면서 “국정농단 범죄로 얻은 이익을 반환하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며 광고로 언론을 압박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이번에도 공염불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삼성이 직업병 문제 대한 사과 없이 노동조합 탄압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범죄 없고 투명한 삼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였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63)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황씨는 “삼성에서 일을 하던 노동자 수백여명이 암에 걸려 죽어가고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은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며 국민들 앞에서 약속했지만 농성 900을 맞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연 변혁당 대표는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는데, 국민들은 이제 정권을 잡았던 두 전 대통령과 함께 범죄를 저지른 재벌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백혈병 산업재해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도 없이 노동자 탄압을 지속하고 있는 삼성을 규탄하는 전국민적 촛불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전날인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았지만 이 부회장의 재판과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 이 전 대통령의 소송비 대납 사건 등 대형 악재로 인해 별도의 기념식은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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