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곡선'의 평탄화-파월 의장과 이주열 총재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파월 의장과 이주열 총재
  • 정종석
  • 승인 2018.03.2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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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잇는 정통 경제학의 ‘이론파괴‘ 현상..한미간 금리역전 지혜 찾아야

[정종석 칼럼] 일반적으로 각국 정부가 추구하는 거시경제정책의 목적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목표는 사실상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 물가안정을 위해서 경제성장을 희생하거나 아니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감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사이에는 상충(相衝/trade-off)하는 속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영국의 노동당은 물가안정보다 경제성장에, 보수당은 경제성장보다는 물가안정에 정책 우선순위를 둔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당은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감내하더라도 실업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기득계층에 기반을 둔 보수당은 인플레이션의 퇴치에 정책 우선순위를 둔다. 일자리보다는 자산 가치의 안정이 중요해서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에서도 필립스곡선을 주시한다. 월가에서도 FRB의 통화정책 향방과 관련해 가장 주목해온 경제학 개념이 '필립스곡선'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필립스가 지난 1958년 바로 이 이론을 발표한 장본인이다. 처음 제기된 뒤 196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반론과 불황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유효성을 의심받았지만 필립스곡선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모델로 남아 있다.

'필립스곡선' 신뢰 땅에 떨어져..새로 취임한 제롬 파월 의장, 한가지 이론과 모델 집착 안 해

문제는 최근 필립스곡선에 대한 신뢰가 다시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FRB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FRB는 물가안정을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대다수 중앙은행과 달리 물가안정과 더불어 완전고용이라는 '이중책무'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2009년 10%에 이르던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4.1%로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지만 물가상승률은 수년째 안정 목표치인 2%를 밑돈다.

옐런 전 의장은 재임중 금리인상을 머뭇거렸다. 필립스곡선을 거스르는 물가상승률이 항상 그를 괴롭혔다. 옐런에 이어 올들어 새로 취임한 제롬 파월 의장은 한가지 이론과 모델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파월 의장의 향후 행보를 속단하기 더욱 어렵다. 필립스곡선에 얽매이지 않으면 옐런에 비해 금리인상에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외신들은 최근 파월 의장이 특정 이론이나 모델보다 실물경제지표를 근거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방침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한다. 파월 의장은 최근 회견에서 "우리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는 시점에 있다는 지표는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임금과 물가의 적당한 상승을 봐왔는데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공급 측면에 이익이 되겠느냐는 질문에도 "전체적인 것은 불확실하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친성장정책이라고 내세운 감세정책 효과도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줄리아 코로나도 마크로폴리시퍼스펙티브 사장은 "파월 의장은 (전임자인) 재닛 옐런보다 사고가 덜 얽매여 있다"며 "그는 모델이나 이론에 묶여 있지 않고 최신 경제지표에서 신호를 받으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폴 볼커 전 의장(1979~87년 재임)에 이어 31년 만에 경제학 박사학위 없이 '세계 경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가 대다수 전임자들과 달리 경제 이론이나 모델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언젠가 정책운용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경제 전망은 늘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어렵다는 단계 이상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이러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 정책운용-경제전망 어려움 토로..세계화의 결과 '필립스곡선 평탄화' 현상 지적

경제 전망이 어려운 이유 3가지도 들었다. 금리를 내리면 소비가 증대되는 인과관계가 도식화돼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 관계도 명확하지 않는 등 경제변수 간의 인과관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흐트러진 점, 필립스곡선의 평탄화 현상 등 경제주체들이 기존의 경제이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점, 글로벌화 진전으로 상호 연계성과 파급효과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점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경제전망은 '부분 밖에 알려지지 않은 과거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현재를 통해, 알래야 알 수 없는 미래를 가늠하는 것'"이라며 전망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한은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정책목표 간의 상충성에 대해서도 항상 고려해야 하는 고충을 갖는다. 한은은 거시경제의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하는 두가지 권한을 보유한다.

과거 초유의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대처해서 완화적인 정책스탠스를 장기간 유지해온 결과 이제 금리상승기를 맞아서 금융불균형이 증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명쾌한 답이나 이론도 아직 제시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미국은 올해 금리인상 및 통화환수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2018년 말 금리 중앙값 2.125%를 발표하며 올해 중으로 사실상 3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금리인상에 대해 ‘점진적 인상’을 강조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움직임에도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의 성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비롯한 다양한 관점에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열 총재의 연임이 결정되면서 4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분간 국내경제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이 저금리를 쫓아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는 탓이다. 한미간 금리역전에 따르는 다양한 위험시나리오가 나온다.

美 금리인상시 세계적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우려..한국, 금리인상 태풍에 적응할 지혜 찾아야

분명한 것은 주요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어 온 글로벌 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인 자본도 빠져나가는 추세다. 향후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올들어 새로 임기를 시작한 파월 의장이나 곧 두 번 째 임기를 시작할 이주열 총재 모두 평생 경제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필립스곡선을 모를 리 없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상승률(또는 물가상승률)이 높으며, 임금상승률이 낮을수록 실업률은 높다는 경제 이론이다. 그런데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는 세계화의 결과 필립스곡선이 평탄해져 실업률이 떨어져도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중요한 경제정책의 변수다. 그렇다면 지금 글로벌 경제는 필립스곡선의 정설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필립스곡선이 평탄해져 실업률이 떨어져도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고 분석되는 등 정통 경제학의 ‘이론파괴‘ 현상이 일고 있는 것이다.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시 세계적인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1994년 미국 금리인상 후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2004년 미국 금리인상 후에는 2008년 신흥국 유동성 위기가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외교안보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약소국인 한국은 미국의 금리인상 태풍에 적응할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미국의 금리인상 동향과 파월 연준 의장의 동향을 깊이 연구하고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듯 싶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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