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금융인의 무리한 승부수
아마추어 금융인의 무리한 승부수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3.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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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누적' 현대라이프에 등돌린 현대차그룹..경영은 관록-경험이 필요
              현대라이프생명 본사 전경

 '열 아들보다 사위 한 명이 낫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재벌가 사위들은 좀 다른 것 같다. 재벌총수의 사위가 된 남자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은 물론 처가의 회사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을 안는다. 그래서 남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내심의 부담감은 엄청나다고 한다. 일을 잘해도 가정을 잘 꾸리지 못해서 파국을 맞으면 그나마 남는 것도 없다. 재벌가로 장가가면서 신분이 수직 상승한 '남데렐라(남자 신데렐라)'들의 실상이다.

현대라이프생명의 2대 주주인 현대모비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발을 빼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라이프의 1대 주주 지위를 포기한 것은 현대라이프의 경영난이 점점 악화되고 있어서다. 증자에 참여해 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2012년 정 부회장은 부실했던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보험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도 보험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보험업을 모르고 순진하게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정 부회장은 현대라이프 초기에 상품판매 드라이브를 걸겠다며 자판기에서 상품을 뽑듯이 싸고 단순한 상품을 많이 파는 전략을 취했지만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현대라이프의 경영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이 보험경영에 실패하면서 거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의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현대커머셜이 현대모비스 몫까지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대커머셜이 현대라이프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더욱 커지는 셈이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정 회장의 차녀인 정명이 부부에게 자연스럽게 현대라이프에 대한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구도”라고 관측한다. 한 금융권 인사는 “정몽구 회장이 차녀인 정명이 부부에게 현대차 그룹의 금융그룹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가 사위 중 가장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종로학원을 세운 정경진 원장의 아들로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했다. 그는 결혼 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 입사한 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과 기아자동차 구매총괄본부를 거치는 등 계열사를 넘나들며 역량을 쌓았다.

그러다 2003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맡으면서 경영 능력을 펼쳐보였다. 현대라이프는 정명이 부문장의 남편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부회장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지난 2012년 출범시킨 생명보험 기업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라이프 출범 당시 “2년 이내에 흑자 전환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사에서 성공한 반면 보험사 경영에는 실패한 셈이 되고 말았다.

보험이라는 것은 보험료는 높고 손해율은 안정적인 상품을 많이 팔아야 규모가 커진다. 신생 현대라이프는 손해위험률이 높은 구조의 상품을 되레 저렴하게 팔아 구조적인 부실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현대라이프는 카드사처럼 홍보마케팅에 열중해 본질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모험과 투지는 어느 단계까지는 바람직하다. 다만 금융에는 관록과 경험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 처럼 섣부른 발상이나 튀는 아이디어 만으로는 승부를 걸기 어렵다. 아마추어 금융인의 무리한 승부수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그것은 한국 재벌가 사위의 위상이나 숙명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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