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원장과 금융소비자보호
김기식 원장과 금융소비자보호
  • 홍윤정 기자
  • 승인 2018.04.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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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대출·감독체계 개편"..정부-여당 경제정책도 비판해야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기식 새 금융감독원장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이다. 그의 취임으로 지난 해 6월부터 ‘경제검찰’을 맡아 재벌 개혁을 주도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재계ㆍ금융 개혁 쌍두마차 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김 원장이 2일 취임사를 통해서 “약탈적 대출” “정책과 감독은 다르다”는 등 시장과 금융위원회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우선 “금융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금융권의 ‘저격수’로 통했던 김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약탈적 대출 문제를 지목했다. 앞으로 경우에 따라서 당국과 금융회사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김 원장이 은행들의 가산금리 체계 점검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등 금리 규제에 적극 개입할 것으로 관측한다. 김 원장은 또 “감독당국으로서 영(令)이 서야 할 금융시장에서조차 금감원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며 “금감원의 정체성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은 다르다”며 금융위원회에 '견제구'를 날렸다.

이같은 발언은 역대 금감원장들이 금융위와의 혼연일체를 강조한 것과 차이가 난다. 김 원장은 행정부처인 금융위와 감독기관인 금감원 사이에 선을 분명히 그은 것이다. 이는 금감원이 지나치게 금융위에 종속돼 있다는 문제의식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앞으로 금융위와 주요 현안을 놓고 불협화음이 튀어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금감원 노조가 이날 “이명박 정부 이래 10년간 금감원이 금융위의 손발로 전락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빚 내서 집을 사라고 했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동조했다”고 비판한 것과도 맥락이 같다. 김 원장으로서는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금감원의 역할 재정립을 강조했을 법 하다. 자칫 금융위와의 충돌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김 원장은 또 “금감원이 그동안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금감원을 건전성감독 기구와 소비자보호 기구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금융감독기구 체계 개편 논의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김 원장은 1994년 참여연대가 출범된 이후부터 18년간 참여연대에서 사무처장,정책위원장 등 요직을 맡아 활동했다. 참여연대 시절에는 유력 시민 운동가였던 박원순 시장,김상조 공정위원장 등과 손발을 맞추며 활약해 왔다.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활동도 이끌었다.

시민운동 20년간 재벌개혁운동의 일선에 있었던 만큼 대표적인 재벌개혁파 인사로 분류된다. 결국 그가 금융개혁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란 평가가 많다. 반면 일각에선 독립성이 중요한 금융감독 수장에 정치인, 그것도 대선 캠프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게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가 재벌기업과 시중은행 등 한국 경제계 전반에 걸쳐 적잖은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다만 그는 그동안 비판과 공격이 주특기인 시민단체 또는 야당의원이었다. 그러나 이제 김 원장은 막강한 권력의 금감원장 자리에 올랐다. 권한이 커지면 책임도 커진다. 매사에 신중하고 언행과 처신에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김기식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불린 금감원 '저승사자'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말하고, "외부자가 아니라 금감원 임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조력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이) 그동안 까다로운 미슐랭 심사위원이었지만 이제 오너 쉐프가 됐다(금감원 노조)’는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노조의 말마따나 ‘앞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가운데 정부여당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때로는 비판하는’ 금감원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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