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8일 직접 해명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야당은 검찰 고발을 검토하겠다며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 원장은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취임 직후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서 사과했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공적인 목적과 이유로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어 해외출장을 다녀왔으나 그것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런 마음이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소신과 원칙에 따라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면서 소신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고 관련 기관에 혜택을 준 사실은 없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처신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스스로에게 더욱 높은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금감원장으로서의 소임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야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자진 사퇴 주장에 대해 거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원장은 제19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3월 한국거래소의 지원을 받아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았다.2015년 5월에는 우리은행의 지원으로 중국 충칭과 첸나이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미국과 유럽을 다녀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金 원장, 제기된 의혹 반박.."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위한 로비성 출장, 전혀 사실 아니다"

김 원장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반박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장 건과 관련, 김 원장은 당시 한국거래소는 우즈벡 경쟁력강화위원회(SC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우즈벡 증시현대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으며, 국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출장 동행을 먼저 요청했고 그 타당성이 인정돼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2014년 3월 24∼26일 출장기간중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과 함께 우즈벡 재무장관 겸 제1부총리, 경쟁력강화위원회장 등을 면담하면서 과실송금 규제 등 현지 진출 국내기업의 애로사항 해소를 요청하고 부속계약서 체결식 등 여타 모든 공식일정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출장경비 지출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출장경비 중 항공료, 여행자보험, 비자발급료는 거래소가 직접 지불했다"며 "숙박비 등 일당체재비의 경우 거래소 여비규정에 따라 출장자 계좌로 입금받았으며, 또 규정에 숙박비 등 일당체재비는 영수증을 제출할 필요가 없도록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로비성 출장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김 원장은 "거래소 지주사 전환 추진방안은 본건 출장 후 1년 4개월이 지나서야 처음 공론화됐고 관련 법안도 2015년 9월이 돼서야 제출돼 이번 출장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오히려 공적기능 분리, 시장감시위원회 및 예탁결제원의 완전 독립·분리 필요 등을 이유로 법률안 원안 처리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KIEP 지원을 받아 미국과 유럽으로 출장을 갔다온 것에 대해서도 외유성 출장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김 원장은 KIEP의 예산 3천77만 원을 받아 여비서와 함께 10일간 출장을 다녀왔으며, 항공료·숙박비 외에 일비 등 용돈까지 챙겨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출장 6개월 전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 예산결산 소위에서 KIEP가 지원하는 한미연구소(USKI)와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예산 삭감을 주장한 여파로 두 연구소의 예산 4천만 원을 포함해 KIEP 예산 4억1천만 원이 깎였던 사실도 드러났다.출장 당시 미국 워싱턴 DC에서 USKI와 KEI 소장을 만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로비성 출장을 다녀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당시 KIEP가 USKI와 KEI의 운영, 세부 사업예산 편성 등에 대해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고 예산을 넘겨주고 있었다"며 "2014년부터 국회는 이 두 기관의 운영 개선 및 KIEP의 관리·감독 기능 강화 등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IEP도 이에 동의해 현장조사를 하기로 하고 USKI 및 KEI 두 기관에 대한 점검 외에 KIEP의 유럽사무소 신설 필요성 및 추진 준비사항에 대한 점검 일정 등을 고려해 보좌진 1인을 동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비서 동행에 대해 김 원장은 "당시 동행한 비서는 행정·의전 담당 비서가 아니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산하 연구기관을 총괄 담당하는 정책비서였다"며 "미국 방문 시에는 담당 박사 연구원 1인, 유럽 방문 시에는 담당 박사 연구원 1인 등 총 5명이 동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장점검 이후 KIEP가 추진했던 유럽사무소 신설에 대해 준비 부족이라고 판단, 유럽사무소 예산은 전액 삭감했고, USKI와 KEI에 대한 추가적인 예산 삭감 조치를 취하는 등 현장점검 이후에도 엄격하게 조치했다"며 외유성 출장 의혹을 반박했다.

김 원장은 우리은행 지원을 받아 중국과 인도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우리은행 측 공식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출장 공식일정만 소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충칭분행 개점식에 참석해 축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중국 측에서 고위당국자들이 다수 참석하는 점을 고려해 한국 측 고위인사 대표 자격으로 수용했다"며 "당시 새벽 비행기를 이용하는 등 매우 타이트하게 진행됐으며 출장목적에 맞는 공식일정만 소화했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김기식 금감원장 자진 사퇴하라" 촉구.."필요하면 검찰에 고발" 경고도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이날 김기식 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출장비를 대준 기관에 혜택을 준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데 대해 “양심이 있다면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권성주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감독을 받아야 할 사람이 감독원 원장을 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입시 감독관이 수험생 학부모로부터 촌지는 받았지만 평가엔 영향 없었다는 말과 같고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자기 잘못을 안다면서도 책임지는 자세보다 자리 욕심에 안면몰수 하는 뻔뻔함에 보는 이가 다 부끄럽다”며 “그럼에도 청와대는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기식 전 의원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 사람이 먼저다’로 일관하는 문재인 정부의 ‘끼리끼리 코드 인사’가 눈물겹다”며 “권력에 만취해 국민 눈높이와 여론 따위 안중에 없는 안하무인 정부에 벌써부터 적폐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하다”고 일갈했다.

권 대변인은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의원의 임명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며 “‘인사 하나쯤이야’라는 오만함을 국민은 정확히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원장 의혹과 관련된 내용을 취합 중이고 필요하면 검찰에 고발 조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그것도 단독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김 원장의 자진사퇴는 당연한 일이고 사법적 처벌까지 필요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철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김 원장은 참여연대 출신으로 재벌 대기업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고, 국회의원이 되어선 '정무위 저승사자'로 불렸다"며 "하지만 김 원장에 대해선 뇌물죄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실망하는 지점은 바로 그 이중성에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더는 국민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김 원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