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두려운 직장인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두려운 직장인들
  • 권의종
  • 승인 2018.04.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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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근소세 정산, 4월 건보료 추납, 5월 종소세 신고.. 직장인이 넘어야 할 3대 ‘보릿고개’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직장인은 유독 ‘봄을 탄다’. 봄철만 되면 우울해지고 몸이 가라앉는다. 확 불어난 세금과 보험료 때문이다. 급여명세서를 받아드는 순간 아연실색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공제 금액만 늘어 있다. 실수령액이 형편없다. ‘4월의 폭탄’은 건강보험료다. 3월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에 연이은 ‘건보료 폭탄’이라 충격이 더하다. 5월에는 기타 소득, 사업소득 등과 합해 종합소득세까지 신고해야 한다. 텅 빈 주머니로 3번의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 예삿일이 아니다.

정산 대상 1,400만명 가운데 직장인 840만명이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지난해 중 늘어난 소득을 반영한 정산 보험료가 한 사람당 평균 13만8,000원이다. 4월분 건보료 말고도 지난해에 변동된 보수액을 반영한 정산 보험료도 함께 내야 한다. 기업도 급여가 오른 직장인과 똑같은 금액을 보험료로 지출해야 한다. 월급이 줄어든 직장인 291만명은 한 사람당 평균 7만9,000원씩 보험료를 돌려받게 된다. 개인별 최고 추가 납부액은 2,849만원, 최고 환급액은 2,628만원으로 집계되었다. 나머지 269만명은 보험료 변동이 없다.

직장가입자 건보료는 당월 보수액에 보험료율을 곱하고 이를 노동자와 사용자가 반반씩 부담한다. 보험료율은 2017년 기준 6.12%다. 정부는 그해 보험료를 전년도 보수 등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월급이 오르거나 성과급 등 추가 보수가 생기면 이를 모두 합산해 보험료가 계산된다. 매달 일일이 변경된 금액을 신고하지 않고 건보공단이 이듬해 각 기업으로부터 지난 1년간 보수 총액을 제출받아 정확한 보험료를 산출한다.

언뜻 기업과 직장인을 배려하는 제도처럼 보인다. 실제는 정반대다. 돈 걷는 건보공단으로서는 별일 아니겠지만, 돈 내는 기업이나 직장가입자는 번거롭고 부담스럽다. 지난해 급여가 올랐다고 올해 와서 한 달 치 월급에서 일 년분 인상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고용보험만 하더라도 요율이 낮아 체감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상대적 고율인 건강보험료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1년 치 정산은 감당하기가 버겁다.

건보공단, “건보료 정산은 기업과 직장가입자를 위한 제도”.. “과연 그럴까?”

건보공단의 보도자료 내용이 걸작이다. “건보료 정산은 사업장별로 보수지급 체계, 시기, 방법 등이 다르더라도 소득에 따라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부과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장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정산 보험료는 작년에 내야 했던 보험료를 다음연도 4월까지 유예했다가 후납하는 것으로 보험료 인상이 아니다”라는 사설까지 곁들인다. 보험료가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보험료 후납과 보험료 인상이 다르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후납 되는 보험료가 건보료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점하는 현실 또한 부정하기 힘든 엄연한 사실이다. 말장난으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의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차라리 보험료를 더 걷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솔직히 시인하고 직장가입자의 이해를 구하는 편이 합당한 도리일 수 있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5회 분할납부 제도가 시행되어 일시납부에 따른 부담이 경감되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직장가입자가 내야 하는 정산 보험료가 4월 한 달 치 보험료 이상인 경우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 5회로 분할되어 고지된다. 다만, 일시납부 또는 10회 이내로 횟수 변경을 원하는 근로자는 사업장 사용자의 신청에 따라 분할납부 차수 변경신청서를 관할 지사에 제출하면 된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진즉 왜 않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욕심 같아서는 기왕 분납을 허용할 바에는 신청 없이 12회 장기 분납을 허용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친 게 안타깝다. 누가 공기업 아니랄까 봐 건보공단이 이런 식으로 조심조심 처신한다.

840만 직장인 울리는 건보료 정산.. 없애든지 고치든지, ‘이대론 안 돼’

종국적으로 건보료 정산은 폐지되는 게 맞다. 바람직한 대안은 실제 받는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민연금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복잡다단한 정산절차가 필요 없어져 기업의 업무량이 줄고 일시납부로 인한 근로자 부담도 덜 수 있다.

차선의 대안도 있다. 건보료 징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정산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지역가입자처럼 한번 결정된 금액을 1년간 유지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2017년 기준 연간 1조 8,615억원의 건보료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건보공단으로서는 당연히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확대는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지난해 보수 인상액에 대해 추가 징수하는 형식으로 보험료를 더 거두는 것은 눈속임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보험기간 중 보험료 정산은 이론적 근거도 미약하다. 보험계약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지급하고 보험자가 불확정한 사고가 생기면 보험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이 성립되고 매월 보험료를 내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매년 보험료를 정산해 추가 징수를 하는 건 권한 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공적 보험기관이 취할 태도로서도 적절치 못하다.

문제가 많은 제도는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수명이 길 수 없다. 서둘러 없애고 더 나은 대안을 강구 하는 것이 개선이고 혁신이다. 건보공단이 내세우는 ‘공정신뢰, 상생발전, 창조혁신’의 경영이념에도 부합되는 일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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