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죽음의 공장' 드러날까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꺼려
삼성, '죽음의 공장' 드러날까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꺼려
  • 윤석현 기자
  • 승인 2018.04.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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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옴부즈만위원회, '센 삼성'에 눌려 백혈병 조사 '허탕'...특별법 마련 촉구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지난해 12월 27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지난해 12월 27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작업환경과 백혈병 등 질병 간 관련성을 조사해온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위원장 이철수, 서울대 법대 교수)는 삼성의 '센 힘' 앞에 조사의 한계를 느끼고 작업환경과 백혈병 등의 관련성을 규명하는데 실패,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무력감을 드러냈다.

이 위원회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특별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결코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의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삼성이 사실을 숨기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한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위원회는 새로운 법이 아니고서는 ‘죽음의 반도체공장’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는 25일 서울대 교수회관 컨벤션홀에서 종합진단 보고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내부 재해관리시스템에 대한 종합진단 결과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백혈병과 뇌종양, 암 등 질병과 반도체 근로자간의 관련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위원회측은 조사결과에 대해  "한계 역시 뚜렷하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특별법이 발의돼 반도체 직업병 관련 전수조사가 가능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즉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와 조사 데이터로는 작업환경에 따른 백혈병 등의 발병을 입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 건강영향조사를 담당한 박수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삼성 반도체에서 근무한 퇴직자를 비롯해 근로자들을 전수조사 해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데 개인정보 노출 등의 문제로 전수조사가 불가능했다"며 "전수조사를 할수 있도록 개인정보 등 조사의 장애물을 없앨 수 있는 특별법을 발의해 앞으로 이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업장 유해인자 검출률의 경우를 보자.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  2014~2016년간 측정한 3년치 작업환경보고서가 토대가 됐다. 그런데 백혈병 환자 등이 장기간 근무하여 직업병으로 고생하다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는데  최근 3년간의 자료만으로는 과거의 발병 사례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최근 3년간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업장별 유해인자(물리·화학적 인자, 분진 등) 불검출률은 기흥/화성 79.9%, 온양 71.6%, 아산 73.0%로 나타났다. 위원회가 이자료를 토대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검출된 유해인자 중 법적 노출허용기준의 10%를 초과한 경우는 없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턱없이 부족한 자료로는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황상기 반올림 공동대표는 삼성이 ‘면죄부’를 받기위해 과거의 자료는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황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3년 전에 우리 황유미 양만 해도 11년 됐잖아요. 그러니까 그때 훨씬 더 열악할 때 이게 사회문제가 되기 전에는 더 열악했잖아요. 더 엉망이었고. 그나마 사람들 막 죽어나가고 반올림이 싸우고 노동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 하면서 어쨌든 삼성도 일부 조치는 했을 거거든요. 거기서는 지금 인과관계까지가 최종 결론을 못 냈다라는 것뿐인데 그 전에는 훨씬 열악했고 최악일 수 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어 “옴부즈만위원회에서는 최근 3년치라고 얘기를 했는데요. 3년치가 안전한 새로운 사업장이기 때문에 병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보도자료를 봤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 사업장에 새로운 최신식의 반도체 공장 설비라인에서도 일을 했던 사람이 병에 걸렸다고 반올림에 신고 들어온 여러 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결국 작업환경과 백혈병의 인과관게를 규명하는데 실패해 사실상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했다.  다만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성 추적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따름이다. 위원회는 "향후 반도체 공정과 질병 발생 간의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장 재직자뿐만 아니라 퇴직자 및 보상대상자를 포함한 코호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등 2차 자료와 연계해 작업환경 유해인자 노출과 특정 질병 발생 및 사망 위험 간의 관련성을 장기적으로 추적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또한 삼성전자에 사용하는 화학물질 리스트를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

왜,  삼성은 대법원이 고용노동부에 대해 삼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하하고 판결했는데도 이의 공개를 한사코 거부하면서 지연시키고 있는 것일까. 삼성은 그 이유로 영업비밀의 해외유출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아울러 일류 삼성이 반도체 공장이 ‘죽음의 공장’이란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이유인지도 모른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삼성의 주장과는 달리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로 삼성의 핵심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공개를 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전문가집단의 분석결과도 공개해도 별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났다.대전고법 재판부가 재판과정에서 작업환경 보고서가 공개되면 영업비밀이 유출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인 한국산업보건학회에 사실조회를 의뢰한 결과에도 공개해도 된다는 의견이었다.

작업환경보고서재판 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된 정보는 설비, 인건비, 화학물질 관련 정보였다. 구체적으로는 공정에 배치된 설비 기종·보유 대수·생산능력·설비 배치, 공정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사용량·구성 성분 등이다. 이런 정보를   작업환경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거나 유추가 가능하다면 삼성의 주장처럼 영업비밀 유출을 우려할 수 있다.

한국산업보건학회는 이와 관련 “그동안 연구용역을 수행한 경험에 의하면 작업환경 보고서를 통해 사업장의 현황(사업장 배치도, 공정, 설비, 화학물질 사용량 및 취급 현황 요약)을 파악하는 것은 모두 불가능하였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작업환경 보고서에는 작업자수는 기재되지만 이런 내용을 기재되지 않고  화학물질의 경우 사업장이 영업비밀로 보호하려면 법적 보호를 받기 때문에 작업환경 보고서에 쓰기는 커녕 측정자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아도 유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화학물질의 경우에도 영업비밀 물질은 조사 단계에서부터 보호받기 때문에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한국산업보건학회 보고서는 밝혔다. 과연 삼성의 주장처럼 작업환경 보고서가 공개되었을 때 영업비밀이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평가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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