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표류하는 은행聯 모범규준…김태영 회장 ‘책임론’ 급부상
[특집] 표류하는 은행聯 모범규준…김태영 회장 ‘책임론’ 급부상
  • 김보름 기자
  • 승인 2018.04.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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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하반기 채용 대폭 늦춰질 듯..문재인 대통령 ‘일자리 창출’ 방침에도 사실상 역행

 은행연합회가 마련 중인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이 3개월째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관련 작업을 제때 하지 않으면 하반기 채용 일정이 대폭 늦춰질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를 구성하는 11개 회원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안을 확정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한다면 올해 말이나 최종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신규 채용의 가이드라인이 될 모범규준이 확정된 후에나 채용에 나서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만큼 상반기 신규 채용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을 언제까지, 어떤 방향으로 마련할 것이라는 일정과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모습이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실무자 사이에서 수차례 의견 교환 등이 있었지만 명확한 방침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나온 것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금융권,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추진력-돌파의지 부족한 듯" 지적 나와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의 필요성은 은행 채용비리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1월 처음 제기됐다. 이후 지난 2월 초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공동 채용 모범규준을 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식화됐다. 그러나 김 회장 발언이 나온 뒤 한 달이 지날 때까지도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작업이 지지부진했다. 은행 관계자는 “TF가 관련 회의를 연 것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실제 각 은행별로 선호하는 인재상과 평가기준 등이 제각각이어서 하나의 공통분모를 뽑은 모범규준을 은행 자율로 만든다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물리적으로도 힘들다.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함께 만들 주요 은행들이 검찰 수사 또는 금감원 특별조사·현장검사를 받고 있어 인사실무자가 TF에 적극 참여할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채용비리 검찰 조사로 인사부가 불려 다니면서 손을 놓고 있고 신한은행은 이달 12일부터 20일까지 7영업일간 금융감독원 현장검사를 세번째 받게 되면서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은행권에선 이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김대영 은행연합회 회장의 추진력이나 돌파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지난 2월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권 5개 기관 공동 간담회’에서 “채용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 공동으로 모범규준(일명 ‘베스트 프랙티스’)을 만들 계획”이라고 의욕적으로 공언한 탓이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출범한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하반기채용이 불투명하게 된 것은 김 회장의 잘못과 책임이 크다는 불만과 지적이 여러 은행들로부터 터져나온다. 혹시라도 하반기 은행권 채용이 불발되면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에도 사실상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논리다.

김태영 회장 “(청탁 거절) 때문에 떨어져 나간 고객도 있었을 것” 두둔하기도

은행권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VIP고객 자녀 등 유력자들의 청탁이 채용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일부 업계의 관행이 작용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농협은행장 시절을 언급하며 “너무 (청탁을) 받아서 못견디니까 아예 제도를 공무원 수준으로 만들어놓고 오픈시켜버렸다”며 “힘이 있는 사람은 힘으로 막지만 힘이 없는 사람은 처음부터 원칙을 정해놓고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회장은 “(청탁 거절) 그것 때문에 떨어져 나간 고객도 있었을 것”이라고 사실상 두둔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국민은행 채용비리와 관련,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인사팀장을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KB금융지주 HR(인사관리) 총괄상무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의 전직 인사책임자도 구속된 상태다. BNK부산은행 역시 신입행원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이 최고경영진을 구속했다. 은행권에서는 검찰이 생각보다 초강수 대응에 나섰다는 반응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사후 수습의 공을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은행연합회가 주춤하는 사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구속되거나 자진 사퇴하는 임원이 속출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해당 조직은 내부 혼란을 추스르는 과정이 필요해 신규채용이 힘들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은행들은 모범규준이 늦어져 하반기 채용일정이 틀어질까봐 우려하고 있다. 현재 주요 은행 중에서 연간 신규 채용인원 및 일정을 공개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이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모범규준은 은행별 의견을 취합해야 해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TF 설립 당시 예고했던 대로 5월 규준 초안을, 6월 확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6~7월에 하반기 채용일정을 확정해서 8~9월에 채용공고를 내는 것이 관례'라며 "다음달에는 모범규준이 나와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하반기 은행 채용일정이 불부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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