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정책 과신(過信)이 기업 불신 부른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정책 과신(過信)이 기업 불신 부른다
  • 권의종
  • 승인 2018.05.0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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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책을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지 않는 것은 더 큰 악행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중소기업이 힘들다. 경영지표가 심상치 않다. 원가와 비용은 느는 데 매출이 제자리걸음이다. 생산성은 정체 상태이나 경쟁자의 추격은 광속이다. 수익성과 경쟁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당면한 애로사항들 대부분이 기업 자체적으로는 해결이 힘든 난제들이다. 저간의 사정을 말해보았자 푸념으로 비칠까 두렵지만, 혹시 묘수라도 얻을지 몰라 하나씩 나열해 보는 것도 하책은 아닐 듯 싶다.

당장 발등의 불은 원자재 조달가격 인상이다. 공급업체들의 납품가 인상통보가 연이어 날아든다. 그것도 대폭적인 인상 요구다. 거래처 사장을 만나러 서둘러 떠난다. “올려도 너무 올린 것 아니냐”는 항의성 질문으로 말문을 튼다. 돌아온 반응은 예상외로 단호하다. 듣고 보니 그쪽 사정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자기들도 나름대로 노력을 했으나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연초부터 득달같이 뛰어오른 원자재 가격과 최저임금 인상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텨봤지만 4개월 만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납품 중단까지 각오하며 인상에 나섰겠냐는 통사정이다. 오는 7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그때 가서 또 납품가 인상이 불가피할 거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혹 떼려다가 혹 붙인 셈이다.

원화 강세도 수출 기업의 목줄을 조인다. 달러당 1070원 선을 넘나드는 지금도 힘겨운데 환율이 더 떨어지면 큰 일이다.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으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의 운신 폭이 줄어들면 1000원 붕괴가 현실화될 거라는 전망에 밤잠을 설친다. 북핵 위험이 완화될 경우 올해 안에 달러당 900원대 환율시대가 예상된다는 전문가의 진단은 생각한 해도 끔찍하다. 어찌해야 할지 앞길이 캄캄하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인력난 심화, 환율 하락 등.. 온갖 악재에 숨 막히는 중소기업

더 큰 고통은 구인난이다. 중소기업에서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어렵게 수주를 해도 생산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3D업종이 아니어도 지방 기업이나 제조업에는 내국인 지원자가 거의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할지언정 중소기업은 정규직이라도 갈 의사가 별로 없다. 사업장마다 게시된 사업모집 현수막이 하얗게 변색된 지 이미 오래다. 외국인 근로자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업체당 외국인 고용 가능 인원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손이 부족하면 불법체류자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기업의 어려움은 당사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 지금 겪는 힘든 현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그간 충분치 못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정부도 중소기업을 위해 할 만큼 했다. 한 달이 멀다고 대책을 쏟아 냈다. 대한민국만큼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도 드물다. 이제부터라도 경쟁력 제고는 당연히 기업 스스로의 몫이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나 원망하고 환경 탓만 할 수도 없다.

더구나 기업은 자기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이해관계자들과 상생을 해야 하는 사회적 공기(公器)에 해당된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도 단축해야 한다. 거래처에도 적정한 납품가를 보장해야 한다. 사회 공헌과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현대 기업에 주어진 소명이자 사회적 책무라 할 수 있다.

책임경영의 과제를 기업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뿌리이자 일자리 창출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지원의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다만, 이 경우 정책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로서 정부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경쟁력 제고는 기업 자신의 몫.. 그렇다고 기업에만 맡겨서는 안 돼.. 정부의 역할이 중요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생산해서도 안 되지만 시행된 정책이 잘못 운용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잘못된 정책보다 잘못을 알고도 바로잡지 않는 게 더 큰 악행일 수 있다. 완벽한 정책은 만들어지기도 어렵지만, 좋은 정책도 여건이 바뀌면 실효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정책에 대한 피드백이 그만큼 중요하다.

최저임금의 경우가 그 단적인 예다. 업종별로 상이한 여건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크게 인상된 게 논란의 발단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로드맵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으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도 정하지 않은 채 금액부터 올린 결과가 산업현장에서 크고 작은 진통으로 표출되고 있다. 제도 수정과 연착륙을 희망하는 소리가 작지 않지만, 정부의 수용 의지는 커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역시 문제다.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내국인 구인노력 의무를 부여한 것은 일견 타당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외국인력 도입허용 업종을 정하고 사업장 규모에 따라 구인 인원수를 정한 점도 일리가 있다. 다만 개별기업의 형편을 고려치 않고 획일적 기준에 따라 제도를 운용함으로써 기업에 필요한 인력이 배정되지 못하는 게 흠이다.

외국인 근로자 구인신청 시 내국인 고용인원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문제다. 내국인이 오지도 않는 업종에 대해 내국인 고용자 수를 기준으로 외국인 고용허용 인원을 허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조치다. 내국인 고용이 없거나 줄어드는 기업에서는 외국인을 쓰기 어렵다는 얘기다. 내국인이 부족한 기업에 외국인 근로자를 더 배정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되는 일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런 현상을 잘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있다. 과신(過信)이 불신을 낳고, 방심이 근심을 부르고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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