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향토탐방-‘익산 패싱’, 이젠 나아가는 패싱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향토탐방-‘익산 패싱’, 이젠 나아가는 패싱
  • 권의종
  • 승인 2018.05.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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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2030 정책기획단’의 의욕적인 무한도전...“패싱을 패싱으로 극복한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익산은 인구 30만 명 남짓한 전라북도 2대 도시다. 그래봤자 전국 인구의 0.58% 정도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전국적인 관심도 크지 않다. 전북 방문객 대다수가 전주나 군산 등지로 몰린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지난해 1,110만 명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3만 명이 넘는다. 군산에도 방문객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근대문화유산이 있는 옛 시가지를 찾는 전국 각지로부터의 발길이 꾸준하다.

정작 전라북도 한 복판에 위치한 익산은 ‘패싱’이다. KTX나 SRT를 타고 익산역에 내린 승객들도 열차나 버스로 갈아타고 다른 도시로 떠나곤 한다. 익산은 거쳐 지나가는 ‘나그네 경유지’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5월 서동축제, 10월 전국체전 등 큰 행사들이 익산에서 열리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답답하고 속상한 익산이다.

익산이라고 볼거리가 없겠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실제로 가볼 데 많고 구경할 만한 것이 적지 않다. 먹거리 풍성하고 인심도 후하다. 교통 역시 편리하다. 전라선, 호남선, 군산선을 잇는 물류의 요충지다. 호남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가 양쪽으로 도시를 종단한다. 유동인구가 많다. 예로부터 삼남의 으뜸 기름진 솜리(裡里)땅은 마한의 금마이자 백제 문화의 보고로 통했다.

익산은 종교의 도시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의 ‘4대 종교 성지’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도시다. 나바위 성당은 전라도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845년 중국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귀국한 김대건 신부가 강경포 부근에 상륙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06년에 세워진 한국 천주교의 명소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미륵사는 2015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다. 7백년 백제 역사의 비밀을 간직한 국보11호 미륵사지 석탑이 새 단장을 마치고 새 모습을 드러낸다. 원불교는 익산이 본산이다. 중앙총부가 익산에 있다. 개신교의 이리신광교회는 한국기독교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감당해온 곳의 하나다. 오는 10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도 이곳에서 열린다.

삼남의 으뜸 기름진 솜리 땅.. 마한의 금마, 백제 문화의 보고

익산은 문학의 도시다. 국문학의 가람 이병기 선생이 익산시 여산 출신이다. 가람은 시조 중흥의 기틀을 다진 이 나라 최고의 시조 시인이자 국문학자이다. 그는 ‘역대시조선’, ‘가람문선’, ‘국문학전사’ 등의 명저를 후세에 남겼다. 그의 살던 생가 근처에 있는 여산남초등학교 교정에는 그의 시 ‘별’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지역인들 다수가 이 시를 즐겨 암송한다.

익산은 고향의 도시다. 한국 가요사의 한 페이지 장식한 곳이다. 나훈아를 일약 국민가수로 데뷔시킨 노래 ‘고향역’이 바로 익산역이다. 작사 작곡한 임종수님이 산길과 논길 20리를 걸어 기차타고 익산으로 통학했던 어릴 적 추억을 소재로 한 곡이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으로 시작되는 노랫말을 흥얼대다보면 어느 새 마음은 고향에 가있다. 이쁜이 꽃분이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반겨줄 것만 같다.

익산에 대한 긴 설명은 익산시에 근무하는 젊은 공무원들의 유별난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익산 패싱’의 고리를 차단하려는 익산시 ‘2030 정책기획단’이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일반의 주목에서 멀어져 있는 익산의 현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이들을 뭉치게 했다. 맡은 일을 감당하기도 벅찬 청년들이 지역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실로 가상하고 기특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괜히 나섰다 ‘찍히기’ 예사인 공직사회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이들의 행동인지라 신선감이 더한다.

일과 후 고단한 몸을 이끌고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정기 모임을 갖는다.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지역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낸다. 의견 교환과 토론을 하다보면 10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직책은 실무자이나 자질은 의사결정자 수준이다.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공직에 입문한 수재들이다. 취업희망자의 공직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이들을 보면 기우에 그치고 만다. 우수 인적자원이 공직에 많아야 민생이 풍요롭고 지역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만다.

패싱(passing) = 긍정적 행동(PA) + 섬기는 자세(SS) + 전국적·세계적 안목의 일처리(ING)

분임조로 나뉘어 분야별로 활동하는 이들은 현장에서 접하는 애로와 문제점을 놓치지 않는다. 어떻게든 개선과 혁신으로 연결시키려 애를 쓴다. 타 도시는 물론 해외 사례까지 벤치마킹 소재로 삼는다. 현상과 문제점 파악, 대안제시, 기대효과, 소요예산 등을 정량적·정성적으로 풀어낸다. 내용과 체계가 일목요연하다. 이들이 발굴해낸 사업을 검토하는 관련부서 선배 공무원들이 오히려 죽어날 지경이다. 처음엔 탐탁찮게 여겼던 시청 간부들과 시의회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전문가를 멘토로 투입하고 활동경비와 해외 견문을 위한 예산까지 배정한다.

2030기획단의 포부 또한 야무지다. 행복한 도시 익산의 미래가치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큰 박수감이다. 익산이 구비한 천혜의 자연조건, 장구한 역사,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 숨은 잠재력을 개발하고 차별화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 가치를 생산하려는 통 큰 의지가 엿보인다. 시나 시민의 입장에서는 이 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없다.

지금까지 익산이 ‘비켜가는’ 패싱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나아가는’ 패싱을 시도한다. 긍정적 행동(Positive Acting), 섬기는 자세(Supportive Servicing), 전국적·세계적 안목의 일처리(Initiating Nationally & Globally)의 깊은 뜻이 패싱에 담겨있다. 배운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익산시 2030 공직자들의 무한도전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고 공직사회의 신(新) 문화 창달의 ‘질풍노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훈훈한 칼럼은 자주 썼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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