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과 윤종규 회장의 '운명'
KB금융과 윤종규 회장의 '운명'
  • 홍윤정 기자
  • 승인 2018.05.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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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손녀 특혜채용 의혹..도덕성 무너진 1등주의 허물어지게 마련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채용비리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을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인사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며 “지역별 우선 채용과 블라인드 면접 등을 선구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겸허하게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입장을 최대로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최대의 소용돌이로 떠오른 채용비리와 관련해 일종의 ‘신상발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신한금융을 제치고 9년 만에 1위를 탈환,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그 배경에는 윤 회장 탁월한 경영감각과 강력한 리더십이 자리한다. KB금융은 올 1·4분기에도 1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려 수성을 굳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3년의 재임 기간에 리딩뱅크 기반을 탄탄히 다져온 게 이 같은 결과를 냈다는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KB금융, 신한 제치고 ‘리딩뱅크 탈환’ 환호성 속에 윤종규 회장 검찰소환 가능성 '그림자' 짙게 깔려

그러나 KB금융에는 지금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환호성 속에 윤 회장의 검찰소환 가능성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채용비리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KB국민은행 전 부행장이 최근 검찰에 구속되면서 윤 회장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채용비리 혐의로 국민은행 관계자가 구속된 것은 인사팀장과 HR총괄 상무에 이어 세 번째다.

국민은행의 주요 간부가 3명이나 잇따라 구속된 것은 은행 안에서 조직적인 채용비리가 있었음을 말한다. 더욱이 윤종규 회장이 비리혐의에는 입이 딱 벌어진다.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는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을 했다. 하지만 2차 면접에서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경영지원그룹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 등급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KB금융 윤 회장의 종손녀(친누나의 손녀) 등 은행 고위 임원의 가족은 물론 전직 국회의원과 사외이사 등이 자녀와 지인의 특혜 채용에 '힘'을 쓴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2015년 채용 청탁으로 3건의 특혜채용을 했다고 지적했다. 전 사외이사의 자녀는 서류전형에서 공동 840등이었는데, 서류통과 인원이 870명으로 늘어난 덕에 합격했다. 한마디로 국민은행의 채용을 윤 회장 등 경영진이 ‘엿장수 맘대로’ 주물렀다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

아울러 2015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남성지원자의 서류 전형 점수를 올려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샀다. 검찰은 최근 KB금융에 지원한 남성 100여명의 서류 전형 점수를 여성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인사팀장을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전통적으로 서민금융을 대표해 온 국민은행은 금융소비자들과 친숙하다. 그러나 채용비리가 연신 터지자 취업준비생들과 부모들을 중심으로 KB금융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취업대란 속에서 은행원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행원채용을 고급임원들 멋대로 했다는데서 배신감마저 느낀다는 반응이다.

윤 회장은 취임 때부터 ‘수첩론’과 ‘금수저 은수저론’을 펼치며 채용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는 “채용비리 문제는 많은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취업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금수저나 은수저 등 오해를 초래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채용비리로 문제가 된 종손녀 문제에 대해서 국민은행에 지원한 지 조차 몰랐다고 했다고 한다.

경영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성-신뢰성..무소불위 ‘황제경영’ 사조직 아니라면 비리 의혹 해소해야 

그러나 그의 이 발언에 대해 국민은행 행원들은 물론 일반인들조차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만일 검찰수사 결과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 회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한 금융권 당국자는 “만일 회장으로서 자신의 종손녀 채용에 관여했다면 이는 앞에서는 ‘채용비리 엄단’을 말하고 뒤에서는 자신의 친인척을 ‘특혜채용’하는 야누스적인 이중행태”라고 꼬집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서 1등은행이 된다 한 들 회장이 겉다르고 속 다른 얼굴을 한다면 정신이 썩은 부패은행에 그치고 말 것”이라며 “윤 회장이 밤낮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같은 이미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조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이런 논란들이 실무자 차원에서 이뤄지긴 힘들다는 점이 정작 큰 문제다. 앞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회장의 책임론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 김득의 금융정의연대대표는인사담당자가 개인적으로 서류 전형 점수를 조작하는 힘든 이라며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한 회사 차원의 기준이 있었을 이라고 짐작했다.

윤 회장은 KB금융 홈페이지 CEO인사말에서 “철저한 내부통제와 윤리의식으로 깨끗한 금융회사를 만들고, 국가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종손녀까지 연루된 채용 스캔들로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내부통제는 물론 윤리의식이 빵점수준으로 드러난 탓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KB금융이 뿌리깊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갈수록 멍들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의 미션은 ‘고객에게 감동을!(Touching for Customers)’이다. KB국민은행 노조원들가운데 10명 중 9명은 “채용절차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답변하며 윤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윤 회장이 아무리 탁월한 경영감각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KB금융을 리딩뱅크로 키웠다고 하더라도 도덕성이 무너진 1등주의는 쉽사리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금융회사에서 경영성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직성과 신뢰성이다. KB금융이 윤 회장이 무소불위로 ‘황제경영’을 하는 사조직이나 사유물이 아니라면 채용비리에 얽힌 각종 의혹을 스스로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그것 만이 '고객감동'을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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