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서 공자 언급한 윤석헌 원장, '금융 정명(正明)' 강조
취임사서 공자 언급한 윤석헌 원장, '금융 정명(正明)' 강조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5.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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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정체성 확립-위상 회복 의지 천명...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감독의 독립성 강화도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

 “공자(孔子)는 국가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제자 자로(子路)의 질문에 ‘정명(正明·이름에 합당한 실질을 갖추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금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감원 서울 본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소신을 가지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제동장치)를 밟겠다”면서 이례적으로 성현 공자 말씀을 인용했다.

이어 “금감원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한 채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점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이는 외부의 다양한 요구에 흔들리고 내부의 정체성 혼란이 더해지면서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은 이름 그대로 금융을 감독해야 하는데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앞으로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위험관리자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일성으로 금감원 정체성 확립과 위상 회복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 아울러 금융 산업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감독의 독립성 강화를 앞세웠다.

윤 원장은 “금융 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돼선 곤란하다”며 “감독 당국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바로 ‘금융감독원’이라는 이름 그대로 금융을 감독하는 것”이라고 독립성 유지를 역설했다.

윤 원장은 지금까지의 금감원을 가리켜 “외부의 다양한 요구에 흔들리고 내부의 정체성 혼란이 더해지면서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이 수많은 과제에 포획돼 금융 감독의 지향점을 상실한 채 국가 위험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일관되게 수행하지 못했고 감독의 사각지대 또한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 사례로 급증한 가계 부채와 저축은행 사태,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 등을 거론했다.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 등 외풍(外風)에 떠밀려 감독에 소홀했던 것이 대형 금융 사고나 거시 경제 왜곡 등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금감원의 신뢰 회복은 우리의 이름을 찾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면서 “금융 시장과 금융 산업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험 관리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에 잠재한 위험이 가시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동시에 현실화한 위험에는 엄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우리가 집중해야 할 금융 감독의 본질”이라며 “견실한 금융 감독으로 국가 위험이 적절히 관리돼야만 정부가 올곧은 금융 산업 정책을 펼칠 수 있고 금융 회사도 금융 상품과 서비스 개발, 혁신에 전력해 금융 소비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가는 것이 금융 감독의 혁신”이라며 “금융 감독의 본분을 잊지 않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한다면 금융 혁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이날 취임식 직후 방문한 금감원 기자실에서 “금융 감독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주어진 틀 안에서 어떻게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할지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학자 시절 현재 금감원을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과 통합하고, 금감원은 ‘금융 건전성 감독원’과 ‘금융 시장 감독원’으로 나눈 ‘쌍봉형 감독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금융 감독을 강화하려면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합해 금융위를 출범시킨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감독 체계 개편은 법 개정이 선행해야 한다.

따라서 그는 현재로선 이런 소신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현재의 위치에서 독립성 확보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대학과 연구소 등 학계에서만 활동해왔다. 교수 경험만 있는 인사가 금감원장에 임명된 것도 윤 원장이 처음이다. 이런 이유로 윤 원장의 조직 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자질론을 펴는 주장도 일부에서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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