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고객 돈으로 그룹 지배구조 지탱하는 '보험공룡'
삼성생명, 고객 돈으로 그룹 지배구조 지탱하는 '보험공룡'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8.05.17 09:29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측, 전자지분 매각 안하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 그룹 지배력 상실 때문

정부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의 순환출자를 끊으라고 한데 이어 금융위는 논란이 돼 온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정부의 전방위 공세에 직면한 삼성은 해법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2014년 4월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낸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을 발칵 뒤집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보험사의 주식 보유 제한 기준을 은행이나 증권사 등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하자는 내용이었다.

 지난 2014년 4월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낸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을 발칵 뒤집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보험사의 주식 보유 제한 기준을 은행이나 증권사 등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하자는 내용이었다.

금융업종은 분산투자를 위해 같은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일정 비율(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다. 그런데 은행과 증권사 등은 ’공정가액’이 적용되고, 보험사만 ’취득 당시 가격’이 적용되던 참이었다. 이에 반해 분모인 총자산은 현재의 시장가격으로 평가한다. 시간이 흘러 주가가 오를 경우 이 비율은 작아지게 마련이고, 3% 아래로 쉽게 낮아질 수 있다. 규제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 법안은 보험사 중 삼성생명에만 혜택을 주는 제도를 고치자는 것이어서 ’삼성특혜 방지법’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삼성과 당시 여당 등의 반대로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20대 때인 2016년 6월 재발의됐다. 이종걸 의원은 대표 발의한 법 개정안을 통해 “자산운용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보험 계약자들이 낸 돈으로 삼성전자 지분 27조원 어치 취득..멋대로 굴려서 천문학적 이익 '뻥튀기'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 계열사 13곳 주식을 34조7천억원어치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지분(8.23%)만 27조원에 이른다. 삼성생명은 보험 계약자들이 낸 돈으로 이 지분을 취득했고, 이를 굴려 보험금을 지급한다. 은행이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다시 말해서 고객 돈으로 맘껏 돈장사를 해서 남는 돈으로 실컷 포식잔치를 하는 꼴이다. 그러고도 아무런 뒷탈이 없다. 현행법으로 고객돈을 멋대로 굴려서 천문학적 이익이 남아도 원고객들에게 돌려줄 의무가 없고, 아무런 제재조치를 내릴 근거도 없는 탓이다.

삼성 계열사 지분은 삼성생명 총자산 283조원의 3%인 8조5000억원을 넘지만, 취득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보유가 가능하다. 삼성전자 지분은 취득 당시 가격인 주당 5만여원을 기준으로 하면, 총 5천여억원에 불과하다. 보험업법이 바뀌면 삼성생명은 삼성 계열사 주식 약 26조원어치, 삼성전자만 최소 19조원 어치를 팔아야 한다.

삼성에 있어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8.23%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하다. 이건희 회장 등 일가 전체를 합쳐도 5%에 그친다. 계열사 등 우호세력을 총 동원해야 삼성에 대한 지배가 가능하다.

삼성생명은 오너 일가와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외부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분이다. 결국 내부에서 사고파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역시 각종 변수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관련해서 금융권에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이 문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8.6%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대주주나 자회사의 채권·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에서만 소유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8% 넘는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구조가 삼성 특혜 논란의 출발점이다. 다른 업계 규제를 보면 금액 기준을 보유 주식 시가로 하지만 보험업만 ‘취득 원가’로 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시가로 27조원 안팎이다. 취득 원가 기준으로 하면 5,629억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생명, 고객 돈으로 그룹 지배구조 지탱..이재용 부회장,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은 '쥐꼬리' 0.57% 불과

따라서 ’3%룰’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보험사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게 하는 일명 ‘삼성생명법’이 발의되기는 했다, 하지만 수년째 깜깜무소식이다. 이 상황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법 개정 전이라도 매각 방안을 강구하라”고 나섰다. 그렇다면 형식상으로 위법은 아니다.

그런데도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삼성생명이 고객 돈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국내 1위 보험사이자 1천만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은 오너 일가와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 안정성도 문제다. 삼성생명은 분산투자해서 리스크를 낮춰 고객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보험회사다. 그런데 자산 중 불안전 자산으로 볼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쏠림현상이 매우 큰 상황이다. 삼성생명 총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이다. 다른 생명보험사를 보면 이 비중이 0.7%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주식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이 다른 보험사보다 20배 더 크다. 최종구 위원장도 이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릴 경우 고객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제도가 존재한다. 따라서 고객 이익 보호 원칙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분산투자 원칙에 어긋난다. 보험회사는 고객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다 약속대로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리스크가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27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10%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흔들릴 경우 삼성생명도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금산분리 원칙에도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금융업법 및 감독규정은 계열사의 지분 확보를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한다. 금융사가 재벌의 지배구조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한하려는 의도다. 이런 ‘금산분리 원칙’은 문재인 정부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의 공약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공약집에서 “금융회사의 고객 자산이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 활용될 경우 고객 이익 보호 원칙과 상충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매각해 평가차익 실현한다면 보험 계약자와 주주 등에게 매각 차익 배분하는 것이 원칙

보험업법 개정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로 반영하면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17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 이때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한 법안도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그것이다. 이른바 ‘삼성생명 퇴로법’이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17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할 경우 이를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대량 매물로 나와 삼성전자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박 의원 측 설명이다.

이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식을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샛길을 터주자는 방안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상장법인은 거래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만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모든 주주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회의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해당 규정은 장기간에 걸쳐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당초 취지를 살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약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 평가차익을 실현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보험사는 고객이 낸 보험금을 운용해 자산을 불린 것이기 때문에 보험 계약자와 주주 등에게 매각 차익을 배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유배당 보험에 가입한 이들에게는 ‘특별 이익’ 형태로 배당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자금의 원천이 유배당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면 5조 원 가까운 금액이 유배당 보험 가입자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분석했다.

삼성생명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전량 매각 전제아래 보험 가입자-주주 배당은 보험업계 현실 모르는 얘기” 발뺌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판매한 유배당 보험상품 가입자는 210만6115명. 이들에게 5조 원이 배당된다면 가입자 인당 230만 원 이상 지급될 수 있다. 주주 몫으로는 무배당 보험계약에 따른 수익 15조7000억 원 등을 합해 21조 원이 배당금으로 돌아가게 된다. 삼성생명이 보험 가입자가 낸 돈으로 일찌감치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사둔 덕에 주주와 유배당 보험 가입자에게 막대한 배당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배당은 말 그대로 가상현실에 불과하다.

그러나 삼성생명 측은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매각한다는 전제하에 보험 가입자와 주주에게 배당을 실시한다는 것은 보험업계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보험업 특성상 유망한 회사의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어려움이 생기는 근본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이지만, 이렇게 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흔들리게 된다. 현재 법 개정이 추진되는 변수 등까지 고려하다 보니 결국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이익이 아닌 삼성생명 고객 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영학부)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사실상 고객 돈이다. 이 돈을 법적 특혜를 주면서까지 이재용 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당국자는 “보험업법 개정은 삼성만 문제를 삼는 게 아니라 거꾸로다. 삼성에만 주어진 특혜를 없애고, 보험사 고객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원대 권의종 교수는 “국민이 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삼성 지배구조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이재용 부회장의 검증되지 않은 경영 능력”이라며 “삼성은 삼성생명을 '보험공룡'으로 유지하며 이건희-이재용 일가의 '뱃속'을 채우지 말고, 최근 현대차그룹이나 다른 그룹처럼 지배구조 문제를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