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코리아 엑소더스’와 ‘근로시간 단축’ 허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코리아 엑소더스’와 ‘근로시간 단축’ 허실
  • 권의종
  • 승인 2018.05.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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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등 언론시각 다분히 편파적...노사정이 큰 틀서 사회적 합의 이끌어 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언론의 시각이 다분히 편파적이다. 정부의 고비용 고용정책에 따라 기업들의 비용 구조가 나빠져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 일색이다. 기업들 말만 듣고 쏟아내는 한결같은 반대 의견이다. 여기에 정작 근로자들의 목소리는 쏙 빠져있다. 해법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업이 힘든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사업이 힘들어 해외로 이전을 결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환경 변화로 ‘코리아 엑소더스’ 바람이 거세다. 그간에는 노동집약 업종을 중심으로 해외이전 움직임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반도체 소재 등 첨단기술 업종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근로시간 단축을 ‘52시간 이상 일 시키면 불법이니 지키지 못할 거면 떠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기업들 간에 팽배하다. 경기는 갈수록 위축되는데 “정부가 노동자 편만 들고 기업인은 외면하는데 굳이 이 땅에서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는 불만들이다. 여태까지는 시설 자동화 등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맞물리면서 더 이상 경쟁력을 보전키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해외직접투자가 지난해 43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8% 늘었고, 3년 전에 비해 152억 달러나 급증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근로자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돈이 좋아도 일만 하고 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연장 근로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딱한 형편인 것도 현실이다. 이처럼 다들 각기 다른 형편들을 고려해 나온 그나마 고육지책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려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점을 십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업 말만 '앵무새'처럼 대변하는 언론 보도..다분히 편파적이고 정도 또한 심해

2016년 OECD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 번째로 일 많이 하는 나라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에 이른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근로시간이 1,763시간인 것과 비해 연간 306시간이 더 많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은 국가 경제수준에 비할 때 오히려 늦은 감도 없지 않다.

기존 근로기준법에서는 주말과 같은 휴일은 근로일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일 40시간+평일 연장근로 12시간+휴일(주말) 근로 16시간'을 포함해 1주일에 총 68시간 근무를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오는 7월부터는 휴일근무도 연장근무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연장근로는 주당 12시간만 허용된다. 주당 근로시간이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장시간 노동자는 103만 3,000명으로 이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 58.9시간에 달한다. 이들의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 시 예상되는 신규 채용은 13만 7,000명에서 17만 8,000명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물론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기존 근로자의 임금도 1인당 월 34만 8,000원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통해 신규채용 인건비와 재직자 임금보전 비용을 지원한다. 법정시행일보다 6개월 이상 선제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신규채용 1인당 인건비를 기존 80만원에서 월 최대 100만원까지 지불한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존 재직자의 감소 부분도 1인당 최대 40만원까지 3년간 지원한다.

“기업은 힘들고 근로자는 쉬고 싶다”.. 근로시간 단축, 양자(兩者) 만족 해법 돼야

주 52시간 근로도 적은 게 아니다. 평일 5일을 기준하면 하루 평균 10시간 30분이다. 오전 9시 출근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각각 1시간씩을 빼면 오후 9시 30분까지 일해야 한다. 퇴근 후 1시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 30분이다. 씻고 잠자리에 들면 자정이다. 다음 날 출근하려면 아침 6시에는 기상해야 한다. 조식을 마치고 서둘러야 정시 출근이 가능하다. 가족과의 대화는 아예 불가능하다.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아침도 없는 삶’이다.

오래 일한다고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작업을 계속할 경우 능률 저하는 필연적이다. 급기야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표출될 공산이 더 커진다. 이렇게 할 경우 사무직 근로자도 힘든데 육체노동자에게는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 결국 근로자나 사용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근로자의 각성도 필수적이다. 근무시간 중에는 오로지 업무에만 몰두해야 한다. 업무를 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잡담이나 흡연 등으로 소일해서는 곤란하다.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거나 인터넷 등으로 사적 용무를 보는 일도 없어야 한다. 하루 8시간을 밀도 있게 일하면 10시간 30분만큼 일한 것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정부도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만 국내에 남기고 노동집약적 사업은 해외로 진출시키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섬유·봉제·피혁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이나,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사업은 금후의 우리 노동환경에 안 맞는다. 이런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시킬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서 이런 업종들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근로에 대한 시각도 새롭게 해야 한다. 우리도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벨 구현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 근로단축은 OECD국가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근로자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주어진 업무를 소명처럼 여기고 업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신성한 의무라는 점도 근로자들은 유념해야 하다. 노사정이 함께 큰 틀의 시각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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