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보험대리점(GA)을 통해 신한생명의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잘못 알고 가입한 경찰 150여명이 대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저축성 보험인 줄 알고 신한생명 보험 상품에 가입했는데 알고 보니 사망 시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신한생명 측은 “대리점서 한 일”이라며 ‘떠넘기기’식으로 딴청을 피우는 바람에 민원인들로부터 크게 빈축을 사고 있다.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전국에서 총 148명의 경찰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대부분 연금을 받는 저축성 보험인 줄 알고 가입했는데 알고 보니 사망 시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이어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4월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 이 같은 피해를 봤는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더니 보험료를 돌려받았다는 글이 올라오자 같은 피해를 본 경찰들이 대거 금감원과 신한생명에 민원을 신청한 것이다.
신한생명과 계약한 GA들, 계열사인 신한銀 영업망 활용하며 경찰들에 집중적으로 상품 판매한 듯
금감원에서는 지난해까지 신한은행이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참수리 대출)을 갖고 있다 보니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계약한 GA(보험대리점)들이 이를 영업망으로 활용하면서 경찰들에게 집중적으로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처럼 설명해 불완전 판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148건의 민원 중 109건이 조정됐으며 나머지도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신한생명에 직접 이의를 제기한 소비자들도 있어 신한생명에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지난 해까지 신한은행이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참수리 대출)을 갖고 있던 고객정보를 혹시라도 신한금융의 다른 계열사인 신한생명의 GA(보험대리점)들이 이를 영업망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처럼 개인정보를 멋대로 활용해서 사기성 보험판매를 한 것이라면 엄청난 큰 사건이며, 당연히 금감원이 특별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한생명측 "구매자가 설명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불완전판매 책임 되레 가입자에 돌려
다른 전문가는 “일반인들에 대한 불완전판매도 물론 문제지만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들을 상대로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가입토록 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며 “최근 채용비리로 검찰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있는 신한금융과 신한생명이 금융신뢰도에 구멍이 뻥 뚫린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한생명 원경민 홍보부장은 "GA 측에서 여러 회사 상품을 판매했고, 이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했으나 구매자가 그 설명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가입자에게 돌리는 듯한 해명을 했다. 일반적으로 불완전판매의 경우 판매를 GA에서 하더라도 신한생명 본사가 허가를 내주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 책임을 대리점 측에 미루는 것은 신뢰를 먹고사는 금융회사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라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 부장은 또 신한생명의 공신력에 큰 타격을 준 이번 사건에 대한 이병찬 사장 등 경영진의 책임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신한생명 홈페이지에는 ‘보험으로 따뜻한 생명을 만드는 신한생명’이라고 이병찬 사장의 CEO인사말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볼때 신한생명 이 사장은 당분간 고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기가 어려울 듯 싶다. 계열사 간에 고객정보를 함부로 공유한 혐의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이미 발생한 피해를 즉각 시정하고 구제하기는 커녕 책임을 고객들에게 돌리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