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융시장, 매파와 비둘기파의 각축
한미 금융시장, 매파와 비둘기파의 각축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8.06.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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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놓고 금통위 전체적으로 매파적 측면..이주열-파월 '입' 주목
    이주열 한은 총재-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한반도의 운명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금융시장도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뉘어 금리인상을 놓고 '한판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13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전날 창립기념사에서 금리 인상 신중론을 들고나오며 예상 밖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전날 오후 공개된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전일 채권시장은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갔다. 

이 총재는 한은 창립기념사에서 수요측면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높지 않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채권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고 강세 재료로 받아들였다.

반면 이날 오후에 나온 5월 금통위 의사록은 상당히 매파적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한국은행이 12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지난달 24일 개최)를 보면, A 금통위원은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다소 축소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달 24일 당시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6개월째 1.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다만 A 위원의 언급은 사실상 ‘인상 소수의견’으로 읽힌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완화적 통화정책은 주택시장 규제 완화와 더불어 내수 진작을 통해 물가를 견인해 줬지만, 올해부터는 주택의 과잉 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현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면 ‘풍선효과’가 여러 부문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B 위원도 “경기 국면의 전환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정책의 운용 여력을 확보해두는 차원에서 성장세가 견실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소수의견으로 공표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표현이다. B 위원은 “완화적인 금융 상황이 이어질 경우 민간신용의 높은 증가세가 억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완화 정도를 축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C 위원은 “물가 상승률 추이는 하향세가 반전됐다”며 “물가 흐름의 상승세 확대 및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하며 인상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립 성향에서 다소 매파로 기운 발언으로 보인다. 직전 4월 금통위(매파 2명) 때보다 더 매파적 색채를 띠게 된 이유다. A 위원과 B 위원의 인상 발언 강도도 전보다 강해졌다.

다만 불확실성을 우려한 비둘기파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D 위원은 “향후 성장 경로상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물가 상승률도)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기조적으로 상회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동결 기조를 일단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 위원 또한 “통화정책과 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총수요 측면의 변화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아울러 현 시점에 물가를 예단하기에 많은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노동시장 상황 변화가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F 위원도 “경기와 관련한 여러 불확실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고용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가 7월 본회의 때 신호를 주고 8월 인상에 나서도 무리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은 최근 한은의 인상 신호가 없다보니, 그 시기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현지시각 13일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1.75~2.00%로 25bp 인상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대다수가 예상하던 바다. 관심을 모은 점도표는 상향됐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찍은 점도표는 올해 3차례가 아닌 4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국내외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연준이 예상보다 다소 매파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FOMC 이벤트는 매파적으로 인식됐다. 다만 예상을 크게 벗어난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를 얻었다. 앞으로 연준이 보다 매파적으로 변하면서 올해 금리인상은 3차례가 아니라 4차례일 것이란 관측이 좀더 힘을 얻었다. 즉 매 분기말 금리인상이 실시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12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는 관점이 갈린다.

한편 이 총재는 창립 68주년 기념사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상은 하되, 당장은 아니다’는 메시지다. 올해 10월 이후에나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금리인상을 놓고 금통위 전체적으로 시장의 예상보다는 매파적인 측면이 있었다. 현재의 구도로는 이주열 총재가 마음 먹으면 머지 않은 시간에 금리인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시장이 5월의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금통위의사록 공개 이후 한은 창립 기념식 때 이 총재가 한 발언을 되씹는 이유다. 앞으로 그의 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시장의 관측통들은 매파와 비둘기파들의 동향을 연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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