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 ‘깃털’만 기소되고 ‘몸통’은 안보여"
[특집]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 ‘깃털’만 기소되고 ‘몸통’은 안보여"
  • 이보라 기자
  • 승인 2018.06.18 11:16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수사 7개월 만에 마무리..함영주 하나은행장 등 12명 구속기소, 26명 불구속 기소

 금융권에 큰 충격파를 안겼던 시중은행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7개월 만에 마무리됐으나 ‘소문난 잔치’끝에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은행들의 방어 논리가 통했다. 금융지주 회장 등 최고경영자(CEO)는 단순히 합격 여부를 확인했을 뿐, 인사담당자들이 '알아서' 부정합격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CEO가 '혐의 없음' 결론을 받았더라도 은행권 전반에 뿌리내린 채용비리 전반에 대해 '면죄부'를 받았다고 착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윤종규 KB금융-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현직 금융지주 CEO들, 기소 대상서 제외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8개월간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를 수사한 결과 12명을 구속기소 하고, 26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함영주 행장과 장모 전 부행장 등 4명이 지난 14일 불구속 기소됐다. 송모 전 인사부장 등 2명은 지난 4월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추가 기소됐다.함 행장은 지난 2015년,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당시 불합격 대상자들을 합격시키고, 남녀비율을 4대1로 사전 설정하는 등 차별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함 행장에 대해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남모 전 수석부행장 등 6명도 지난 2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행원 채용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조카 등 불합격자 5명을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도 이모 전 부행장 등 인사담당자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신입행원 및 인턴 채용 과정에서 인사청탁 대상자들의 자기소개서 평가등급을 높이거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현직 금융그룹 최고경영자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돼 경영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검찰 수사, 실무자들만을 향했을 뿐 최종 책임자인 CEO들에게는 눈 감았다” 목청

하지만 금융소비자단체들은 특별채용과 ‘성차별’ 채용을 한 것에 대해 은행장과 지주회장이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 수사는 실무자들만을 향했을 뿐 최종 책임자인 CEO들에게는 눈을 감았다”고 목청을 돋웠다.

일반인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감사 자료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정황이 담겨 있었다. 서울북부지검 등 6개 검찰청에서 전 방위로 수사를 벌인 결과 치곤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몸통’은 없고 ‘깃털’만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백태는 성차별, 학력차별에 이어 각종 청탁·로비까지 '가관'이다. 가장 많은 비리 유형이 내외부를 따지지 않는 추천 또는 청탁이고, 인사부에서는 청탁이 있는 경우 별도로 '청탁 대상자 명부'를 만들어 채용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했다.

특정 지원자를 위해 자격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점수를 조작한 은행도 있었고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설정한 은행도 있었다. 부행장의 자녀와 동명이인인 지원자를 합격시켰다가 최종 불합격시킨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 이들 사례 모두 내로라하는 은행들 사례 일부분만 정리한 것이다.

이처럼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무혐의를 받았겠지만, CEO로서 내부통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주기적으로 종합감사를 벌이면서도 채용비리의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찰 수사결과 현직 함영주 행장이 기소된 하나은행의 경우 경영 차질 불가피할 듯

함영주(61) 은행장의 불구속 기소 포함해 하나은행은 2명이 구속기소, 5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함영주 은행장은 2015년 채용과정에서 남녀 합격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불합격자 9명을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는다.

함 은행장은 2016년 신입행원 채용에서도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 1로 맞추기 위해 불합격자 10명을 합격시킨 혐의도 받는다.

하나은행의 경우 현직인 함영주 행장이 기소된 상태여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죄 판결 시 곧바로 공석이 되면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영주 행장은 김정태 회장 유고 시 직무대행을 맡을 하나금융 2인자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그 공백은 하나은행은 물론 지주사에도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5명이 재판에 넘겨진 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소를 면해 한숨을 쉬게 됐다. 하지만 이모(59) 전 부행장 등 3명은 2015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윤종규 회장은 종손녀가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에 들었다가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4등으로 합격한 것이 특혜채용 의심 사례로 꼽혔으나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

소비자단체 "명백한 정황에도 무혐의 처리한 건 수사 철저하지 못했다는 방증” 주장

금융정의연대는 "이번 검찰수사결과는 꼬리만 기소하고 청탁자나 몸통은 면죄부를 주는 용두사미식 수사가 됐다"며 "김정태 회장과 윤종규 회장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기화로 자리에 연연할 게 아니라 최종 책임자로서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고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금융소비자단체 당국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범죄 정황은 너무나도 명백했다”면서 “명백한 정황에도 당사자를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은 수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장을 겸하던 지주회장의 종손녀가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 하위권이었다가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4등으로 합격했고, ‘(회)’라고 메모된 채용청탁자는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최종합격으로 추천돼 있었다”면서 “이렇게 확실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했다는 것은 무능 아니면 불순한 의도로밖에 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의 범죄 정황이 너무나도 명백한데도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은 검찰의 수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최종 책임자들을 그대로 두고 꼬리 자르기에 면죄부를 준 검찰의 부실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