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격 단행한 청와대 인사에서 장하성 정책실장이 유임되면서 향후 문재인 정부 2기 경제정책을 계속 이끌게 됐다.
이날 청와대는 최근 '고용 쇼크'에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동시에 전격 경질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최근 고용과 경제지표 악화의 책임을 물어 전격 경질된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 내 경제정책 총괄 콘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장하성 정책실장을 유임시켰다.
장 실장은 최근 사의설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갈등설 등에 휘말리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장 실장은 이 두가지를 모두 부인해 왔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며 사실상 장 실장이 이끄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장 실장과 갈등설의 또 다른 당사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컨트롤타워 논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각자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컨트롤타워인지 따지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초 '제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겸 '제8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컨트롤타워 논쟁은 그림자 게임이라고 본다"며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빛에 의해 나타난 그림자를 쫓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직전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등과 경제현안간담회를 개최했다. 최저임금 논란으로 입지가 흔들렸던 김 부총리가 청와대 관계자들을 회의석상으로 끌어들이면서 경제 컨트롤타워 입지를 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회의에 청와대에서 참석했으니 누가 컨트롤타워가 됐다거나 누군가 입으로 지금부터 누가 컨트롤타워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결국은 자기 자리에서 중심을 잡기 일하는데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육조대사로 알려진 불교 혜능스님의 일화까지 언급했다. 흔들리는 깃발에 대해 두 스님이 바람이 흔드는 것인지, 깃발이 스스로 흔들리는 것인지 논쟁을 벌이자 혜능스님이 흔들리는 것은 자기의 마음이라고 정리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결국 각자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꿋꿋히 하면서 열과 성과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팀이 됐건 청와대 수석이 됐건 자기 위치에서 중심을 잡고 일하면 모두가 컨트롤타워다"고 말했다. 전날 진행된 소득 분배 관련 경제현안간담회에 대해서는 "격의없이 난상토론과 해법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로운 토론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수준이라 대안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것은 못 된다"며 "이 회의를 계속 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임된 장 실장은 이날 새로 임명된 윤종원 경제수석과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함께 고용률 등 경제지표 관리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고용 쇼크' 수준의 지표에 국민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등 여론이 싸늘하다는 점을 감안해 경제 체질 개선에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인 두 사람은 서로가 성장과정과 경제철학이 다르다. 경제정책을 놓고 이론적 지향점이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발전적인 논쟁과 토론도 가능하다. 문제는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사령탑 간의 의견대립이 갈등에 이르러 정책집행에 혼선을 빚는다면 이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논란 속에 주 52시간 근무문제 등 당면한 노동, 경제정책 현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더욱이 청년실업 대란 속에서 소득 분배 관련 경제정책 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최고 경제정책 당국자 간에 격의없이 난상토론과 해법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정책토론을 넘어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는 등 의견대립이 갈등과 감정싸움으로 비친다면 이는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대정신에 맞춰 노동정책 변화 또한 불가피하다. 어느 때보다도 정부내 경제팀의 의견조율과 협조가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관계 재설정 및 역할분담을 잘 해줘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