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떠나는 고객을 잡아라...전통시장 '출사표(出師表)'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떠나는 고객을 잡아라...전통시장 '출사표(出師表)'
  • 권의종
  • 승인 2018.06.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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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유통경로, 가격, 촉진 등 ‘마케팅 4P’ 우위 요소 전무...지역 주민의 삶 깃든 상거래 공간으로 회복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전통시장이 고요하다. 북새통을 벌이던 정치 철새들이 빠지면서다. 평소에는 굽어보지도 않던 출마자들이 선거철만 되면 지지자를 이끌고 시장에 나타난다. 낯모르는 사람도 막역한 지기인양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셀카도 같이 찍고, 길거리 음식을 시식하며 친한 척 갖은 행세를 다한다.

전시성 선거운동이 상인들로서는 유쾌할 리 없다. 속내가 뻔히 보이지만 취재 카메라까지 동원된 터라 불편한 내색조차 못한다. ‘서민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맘에도 없는 인사치레까지 건네야 한다. 다들 재래시장 활성화를 약속하지만 그 때 뿐이다. 선거전 공약(公約)은 곧 선거후 공약(空約)이 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당선자나 낙선자나 다음 선거 때까지는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을 거라는 것도 모두가 다 안다. 짜증나는 민폐에 신물이 난다.

골목 상권이 어려운 건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스스로 명맥을 이어나가기조차 힘든 상황에 이른지 오래다. 개중에는 잘되는 곳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포진한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대다수 지역 상권이 신음 중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첨단의 고객관리를 앞세운 이들을 당해낼 재간도 더 이상 버틸 여력도 없다.

정부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2005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도 어언 14년째다.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시설 및 경영의 현대화, 시장 정비 촉진을 통한 지역상권의 활성화,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지 오래다. 그간 중앙정부,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도 할 만큼 했다. 빠듯한 예산 형편에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 간단없이 시행되었고 예산도 대거 투입되었다. 다만 투입에 비해 초라한 산출이 문제다.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는 전통시장의 현주소가 이를 잘 방증한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출마자들 전통시장 방문.. 힘든 상인만 괴롭히는 신물 나는 ‘민폐’

안 되는 일에는 이유도 많다. 낙후된 시설, 불편한 환경, 마케팅과 홍보 부족, 금융 소외, 지역경제 침체 등이 전통시장 활성화의 장애물로 꼽힌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시설 현대화, 온누리상품권 발행, 저금리 융자, 화재 등 안전시설 마련 등을 서둘렀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심이 표심인지라 자치단체장들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앞 다퉈 만들고, 국회의원들도 입법 발의에 발 벗고 나섰다.

덕분에 하드웨어 부분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 소프트웨어 부분은 아직도 미진한 편이다. 전통시장을 외면하는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불만의 태반도 고객서비스 관련 내용이다. 낮은 품질 수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그중 많다. ‘시장물건=저(低)급품’의 인식이 여전하다. 식료품 품질에 대한 지적은 단골 메뉴다. 백화점에서 구입한 채소는 1주일을 보관해도 싱싱한데, 전통시장 야채는 2, 3일만 지나면 시들어 버려야 한다는 볼멘소리다.

고객서비스는 아예 없다는 혹평이다. 오늘 물건을 팔면 그만이고 내일은 없는 듯 대하는 점주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언어다. 물건을 건네주고 빼앗듯 돈을 챙기는 순간 다른 손님으로 눈길을 돌리기 예사다. 감사하다는 인사조차 듣기 어렵다. 품질을 위장하고 부피나 무게를 속이는 행태 또한 그대로다. 원산지 표시도 잘 지키지 않는다. 국산으로 둔갑한 외국산 제품이 판을 친다. 게다가 나 어린 젊은이들에게는 툭하면 반말이다. 자기들 딴에는 다정함의 표현인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영 거북하다. 대형마트에 가면 황제처럼 대접 받는데 퉁명스런 응대가 기분 좋을 리 없다.

상권 스스로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 선행돼야...차제에 ‘전통시장’ 명칭 변경도 검토해 봄 직

신용카드 결제라도 할라치면 상인의 눈치까지 살펴야 한다. 현금을 주면 깎아 주겠다는 요구를 대놓고 한다. 점포 환경도 취약하다. 생선 등 신선식품이 상온에 노출되고, 건어물 주변에는 파리들이 배회하기 일쑤다. 요식업소의 위생상태도 합격점 미달이다. 그렇다고 어디 가격이나 파격적으로 싼가. 도리어 잘 살펴보지 않고 구매했다가는 바가지 쓰기 십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고 유통조건이 편리한 상품을 구매하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전통시장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 제품(product), 유통경로(place), 가격(price), 촉진(promotion) 등 이른 바 마케팅 4P 요소 중 어느 하나 내세울게 없다. 경쟁 유통채널에 비해 우위 요소가 사실상 전무한 형편이다. 백화점 쇼핑, 인터넷 구매, 해외 직구에 서툰 중장년층이나, 어쩌다 온누리상품권이나 생겨야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층만으로는 경쟁력 확보는커녕 생존조차 어렵다,

당연히 지역 상권 스스로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객서비스 제고를 위한 환골탈태의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결코 우물쭈물 넘길 사안이 못된다. 정부와 지자체, 관련기관들 또한 이런 상인들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전통시장이 당면한 긴급 현안은 시장 및 상점가의 활성화, 상업기반 시설의 현대화, 시장정비 사업 등 보다 경영의 현대화다.

차제에 ‘전통시장’ 명칭 변경도 검토해 봄직하다. 지금의 명칭도 2010년 전통시장법 개정에 따라 ‘재래시장’에서 바뀐 것이다. 두 명칭 공히 낡고 고루한 이미지를 주기는 마찬가지다. 과거로 회귀하는 ‘올드’한 느낌이 진하다. 브랜드 선호도가 크고 유별나게 감성적인 현대 소비자를 유인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미래 지향적이고 참신한 이미지에 걸 맞는 새로운 명칭이 요구된다. 이름과 실상이 꼭 들어맞는 명실상부한 현대화된 시장으로 거듭남이 긴요하다. 그래야 떠났던 고객이 돌아오고, 지역 주민의 삶이 깃든 상거래 공간으로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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