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샤일록 울고갈 이자조작 “은행이 도둑일 줄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샤일록 울고갈 이자조작 “은행이 도둑일 줄이야"
  • 권의종
  • 승인 2018.07.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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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횡포, 관용 수준 넘어서...소비자가 인터넷서 직접 조회 가능한 ‘대출금리 조회 시스템’ 마련돼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소비자가 뿔났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상습적으로 부당 징수해온 사례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대출받아 꼬박꼬박 이자를 물어온 사람들이 느끼는 허탈감이 크다. 부아가 끓어올라 밤잠까지 설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신뢰가 생명이어야 할 은행들의 행동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고의가 아니라 실수이며 더 받은 이자는 돌려주겠다는 얘기에 참았던 분노마저 폭발한다. 아직까지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갈수록 여론이 들끓고 특검과 청문회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을 도배할 정도다. 시민단체들의 분기(憤氣)도 하늘을 찌른다. 일상적으로 금리를 조작해 소비자를 속인 행위는 실수나 과실이 아닌 명백한 ‘고의’로 단정한다. 제2금융권까지 전수 조사를 통해 가담한 금융회사와 직원을 찾아내 일벌백계하라는 촉구다. 금융당국의 조사와 조치 결과가 미흡할 경우 시민행동에 돌입하겠다는 으름장이다.

금융감독원의 행동도 미심쩍다.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당 은행들의 이름과 규모도 밝히지 않았다. ‘일부’ 은행에서 ‘광범위한’ 위반 사례를 적발되었다는 식으로 뭉뚱그렸다. 은행들의 반발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다. 서슬 퍼런 감독기관이 언제부터 힘없는 은행들 눈치를 살폈단 말인가. 고의나 조작 여부에 대한 뚜렷한 단서도 없이 발표를 서두른 느낌이다.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함부로 올리지 못하도록 급하게 경고하려다 설익은 결과를 내놓은 건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커진다.

고의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은행들이 보인 횡포는 이미 관용의 수준을 넘어섰다. 소행이 괘씸하고 추잡스럽다. 금감원이 밝혀낸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차주의 신용도가 상승하여 금리인하를 요구해 오면, 은행에서 기존에 적용해주던 우대 금리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축소시켜 금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혹 떼러 온 사람에게 혹을 덧붙여 준 격이다.

겁 없이 고객 돈 훔치고 빼앗은 은행들, 기상천외의 꼼수-속임수 대출금리 조작을 ‘실수’ 치부

소득이 있어도 없거나 작은 것으로 줄여 입력함으로써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챙긴 사례도 다수였다. 금리산정 전산시스템에서 산출된 금리를 제쳐두고 가장 높은 최고금리(13%)를 적용, 차주에게 턱없이 높은 이자를 매긴 경우도 많았다. 고객이 담보를 제공하였음에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입력, 가산금리를 높인 경우도 흔했다. 가산 금리를 두 번씩 중복 계산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겁도 없이 고객의 돈을 훔치고 빼앗은 셈이다.

금융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비위도 발견되었다. 은행들이 경기상황을 감안하여 주기적으로 신용프리미엄을 재산정해야 함에도, 동일한 고정 값을 적용하거나 경기불황기를 반영하여 산정하는 등으로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해 왔다. 샤일록이 이 시대에 다시 태어나도 엄두도 못 낼 기상천외한 꼼수와 속임수가 망라되었다.

경위야 어쨌든 당장 시급한 건 대책 마련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일지 모르지만 그냥 넘어갈 사안이 못된다. 앞으로 더 이상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치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기에는 금감원이 내놓은 방안이 알맹이가 없어 보인다. 재발 방지책으로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대출금리 산정체계와 운용이 불합리한 은행에 대해서는 업무개선을 지도하고 대출금리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산정되도록 모범 규준과 공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금감원의 발표다. 선언적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회사의 불공정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약속도 늘 해오던 얘기다.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비교공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 또한 재탕 수준이다.

금감원은 은행범죄의 '방조자'인가? 재발 방지책으로 내놓은 것은 알맹이 없는 선언적 내용 뿐

그나마 주목되는 부분은 소비자가 은행의 금리산정 내역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종전에는 대출약정 시 은행이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합계만을 소비자에게 알려줬으나, 앞으로는 기준금리, 가산금리 합계와 함께 부수거래 우대 금리를 항목별로 명시한 대출금리 산정내역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는 이해되나 이 정도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소비자가 금리정보를 인터넷 상에서 직접 조회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진화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상세한 금리산정 내역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조회시스템 구축이 바람직하다. 조회 시기도 대출약정 시 뿐만 아니라 대출실행 이후에도 가능해야 한다. 대출이 실행되고 나서도 은행이 소비자 몰래 금리를 슬금슬금 올린 전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금리산정 시 참작되는 소득, 담보상황, 신용등급 등을 소비자가 직접 입력하면서 금리변동 내역을 체크하는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은행들로서는 현행법상 가산금리 산정 내역은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도 없다는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크다. 경영 간섭임을 내세워 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다. 이치에 안 맞는 궤변들이다. 가격결정 내역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행위는 영업기밀 노출도 경영 간섭도 아니기 때문이다.

도리어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지켜야 할 책무 중의 하나다. 대출도 엄연히 사인(私人)간 계약인지라 금리결정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맞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금융의 특성 상 공급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결정된 금리 정보는 소비자에게 정당한 절차를 통해 통보되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은행에서 이런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시행,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경영전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도둑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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