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사단과 1945년 패망 전 일본식 ‘옥쇄작전’
KT 황창규 사단과 1945년 패망 전 일본식 ‘옥쇄작전’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8.07.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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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黃회장 인맥이 KT 좌지우지...직원들을 ‘총알받이’ 쓴다면 일본패망 전철 밟을 수도
                                                                KT 황창규 회장

옥쇄(玉碎)는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는 뜻이다. 단어 자체로는 대의(大義)나 충절(忠節)을 위한 깨끗한 죽음을 말한다. 하지만 일본군국주의가 전 국민을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에 총동원하기 위해 사용하던 일억옥쇄(一億玉碎)라는 표현으로 사용할 때는 뜻이 전혀 달라진다.

1945년 패망을 앞두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이른바 ‘옥쇄작전’이라는 것을 감행했다. 당시 일본은 오키나와 전투에서 군인과 민간을 막론하고 전원이 전사하되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것이 바로 옥쇄작전이었다. 그 결과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일본제국은 조선, 타이완의 인구를 모두 합쳐 모든 인구가 1억에 이르렀다. 따라서 일억옥쇄는 본토 일본인들 말고도 조선인과 대만인 모두의 죽음까지도 포함한 숫자다. 옥쇄작전은 패망을 앞두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저지른 마지막 발악으로 역사는 평가한다.

KT그룹, 황창규 회장 거취문제 놓고 극심한 내홍...사퇴요구 거부에 기업에너지 고갈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통신기업인 KT그룹이 황창규 회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이 친황(親黃)파와 반황(反黃)파로 나뉘어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황 회장은 노조와 갈등을 겪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에게 수억원대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KT 전·현직 임직원들과 함께 경찰의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검찰에서 반려된 바 있다.

다만 경찰이 이 사건을 계속수사 중이어서 황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일류 기업 KT의 조직과 명성이 망가지고 있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만일 수사기관의 칼날을 피해 임기를 채운다고 하더라도 KT그룹은 황 회장의 리더십 실추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취임한 황 회장은 최근까지 주요 인사 때마다 ‘자기 사람’들을 중용, 주변에 배치해 왔다. KT 안에서는 인사.재무,홍보 등 주요 파트에 황 회장의 인맥인 ’백두혈통’이 존재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들이 이른바 '왕당파'를 형성하며 회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말도 들린다. 이들이 이른바 '황창규 사단'이다. 황 회장이 안팎의 끈질긴 사퇴요구를 받으면서도 측근들과  마냥 버티는 바람에 KT는 기업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

황 회장의 일부 측근들이 똘똘 뭉쳐 행동하는 것을 놓고 마치 패망 전 일본천황을 받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그들은 이를 정상적인 업무활동이라고 한다. 이런 행동이 일본의 옥쇄작전을 연상케 한다는 것은 우려할 대목이다. 다만 이런 소수의 황 회장 측근인맥이 과연 끝까지 곁을 지키며 이른바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처럼 운명을 같이할 지는 미지수다.

KT는 민영기업임에도 정권에 따라 회장이 바뀐 적이 많았다. 과거 남중수 회장, 이석채 회장 등도 모두 연임에 성공했지만 개인비리나 배임 등의 혐의를 받다가 연임 초기 중도하차했다. 낙마한 회장 대신 취임한 신임 회장을 향해서는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라는 수군거림이 늘 뒤따랐다.

황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자 재계에서 나온 반응 중 하나 역시 “새 정권에서 계속 버틸 수 있겠나”라는 우려였다. 많은 직원들은 경찰수사로 포토라인에 서는 등 신망을 잃은 황 회장이 사퇴를 꺼리며 오히려 자신의 입지 구축에 더욱 열을 올리는데 대해 짜증섞인 반응이 많다.

일본식 옥쇄는 결국 강제적 집단자결 초래...황 회장과 KT측근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황 회장의 결백이 조만간 드러나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일반 직원들과 국민들의 피로감만 더 생길 것으로 보인다. KT그룹의 성격이 단순히 민영기업이 아니라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황 회장이 무작정 버티기로 사내 에너지만 낭비하고, 노조와 극한대립 만을 되풀이한다면 KT에는 결국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자가 되어 상처 만이 남을 것이 뻔하다.

오키나와 전투 때 일본은 이미 패전을 눈앞에 둔 국면이었다. 그런데도 군·민을 총동원해서 모두가 ‘죽기작전’으로 미군에게 타격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전쟁이 끝나고 말았다.

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 주민은 본래 일본 민족이 아니다. 일본이 제 민족이 아니라 해서 차별하던 오키나와 주민을 대량 희생시킨 것이 오키나와 전투의 목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일왕 한 사람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옥쇄작전으로 희생당하고 만 것이다.

물론 황 회장은 취임후 개혁과 구조조정을 단행 KT의 부실을 덜어내고 상당한 실적개선을 이뤘다. 그렇지만 이런 성과는 그의 경영실패에 비추어 너무 초라하다는 지적이 많다. 황 회장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비리 횡령혐의 등은 KT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성장동력을 갉아먹었다. 삼성에서의 화려한 업적과 명예를 바탕으로 3년 이상 KT를 이끌어온 황 회장으로서는 현재의 꼬일대로 꼬인 상황에 억울해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식 옥쇄는 결국 강제적 집단자결을 의미한다. 옥쇄작전과 같은 결사항전은 미래가 없는 절망적이고 미련한 전략전술로 통한다. 황 회장은 억울해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믿는다. 국민을 인질로 삼아 패망한 일본천왕처럼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서 KT회장 직을 고수하며 수많은 직원들을 희생시킨다면 그는 전통의 KT에서 흑역사를 기록한 불행한 CEO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는 태평양 전쟁 말기 오끼나와 일본군의 비참한 결과를 기억한다. KT회장은 일본천황이 아니다. 황 회장과 측근세력들은 선량한 KT직원들은 볼모로 삼아 무모한 옥쇄작전을 벌일 권리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KT직원들을 회장직 유지를 위한 ‘총알받이’로 쓴다면 일본패망의 전철을 되풀이 할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은 옥쇄작전의 결말을 꼭 장렬한 전사라고 칭송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를 포기한 자포자기식 패배라고 규정할 것이다. 황 회장과 그를 둘러싼 KT측근들이 이 점을 꼭 명심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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