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우체국과 주유소의 만남, ‘우연이 아니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우체국과 주유소의 만남, ‘우연이 아니야~’
  • 권의종
  • 승인 2018.07.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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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민관 협력모델...우리나라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주유소에 불났다. 진짜 불이 아니다. 정유 업계에서 치솟는 거센 자구(自救)의 불길이다. 저유가 추세와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친환경차 확산과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가 주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다. 주유소 기능 확대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나름의 고육지책으로 보기 안쓰럽다.

휘발유와 경유 등 기존 연료뿐 아니라 전기와 수소 등의 친환경 연료를 한 곳에서 공급하는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이 마련된다.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주유소로 선보인다.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활용키 위해 정보통신사들과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주유소 지붕과 옥상을 활용하는 태양광발전 사업은 벌써 진행 중이다.

이게 모두가 아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급기야 우체국과도 손을 잡았다. 주유소와 우체국 양측이 보유한 자산과 마케팅 능력 등을 총 동원하는 ‘인프라 공유 사업’이 추진된다. 전국에 있는 주유소와 3500여개 우체국의 시설물을 공동으로 활용, 기존 업무의 수행 뿐만 아니라 전기·수소차 충전, 택배 거점 등으로 탈바꿈한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고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여러모로 칭찬감이다. 단순한 업무협력의 차원을 넘어 다른 경제주체들과 인프라를 상호 공유하려는 시도 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A플러스 학점이다. 보여주기식 업무협약(MOU)들이 남발되지만 실행에 이르는 경우가 드문 현실에서 단연 돋보이는 실천력이다. 더욱이 정부 부처가 민간 기업이 구상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결단은 더 파격이다. 모름지기 다른 민간 기업과 공공부문에서도 본받아야 할 벤치마킹 소재다.

민과 관의 인프라 공유, 엄청난 벤치마킹 소재..전체에 유익한 윈윈(win-win) 비즈니스 모델

민과 관이 만나면 무슨 특혜라도 있는 양 의심부터 하고보는 사회 분위기에서 내려진 용단이라 더 신선하다. 치열한 경쟁 환경을 살아가야 하는 민간 부분에서야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가만히 있어도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관료집단이 내린 의사결정으로 믿기지 않는다. 2000년 우정사업본부가 출범될 때 기관 명칭에 ‘사업’의 단어가 들어가서일까. 어쨌든 남다른 비즈니스 마인드가 군계일학처럼 돋보인다.

협업과 융합은 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우연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그리 할 수밖에 없는 필연에 가깝다. 사업도 같이 하면 힘이 덜 든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혼자서 하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하면 어려움을 이겨내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서로 힘을 모으면 판이 커지고, 판이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동시에 작동, 비용은 줄고 효율은 높아진다.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공유 사업을 안 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안 해서도 안 되는 시대다. 공유의 당사자는 물론 사회 전체에게 유익을 끼치는 윈윈(win-win)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물건을 소유해서 사용하지 않는 기간 동안 비용과 감가상각을 감당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만 빌려 쓰는 게 경제적이다. 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대여해서 새로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합리성까지 더한다.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아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최적의 방법론이다. 다만, 유독 공유에 서툴고 인색한 우리의 문화의식이 걸림돌이다. 우버, 리프트 등과 같은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가 발붙이지 못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인프라 공유가 절실한 곳은 공공부문...도처에 널려 있는 국유재산 관리체계도 ‘관리’에 방점 

민간 부문도 그렇지만 정작 인프라 공유가 절실한 곳은 공공부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기반시설을 민간이나 여타 공공기관과 공유하는 데 앞장 설 필요가 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은 수많은 기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건물, 설비, 장비, 부지 등 품목과 분야가 실로 다종다양하다보니 나눌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크다.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 또한 실로 거대하다.

공공 인프라의 공유는 그동안 시도는 커녕 구상조차 못해 왔다. 나눠 쓰면 되레 큰일 나는 줄 아는 게 공직사회 일반의 분위기다. 관리하는 조직이 줄어들고 자리가 없어질까 걱정부터 한다. 그런 일은 경쟁 환경을 살아가는 민간 기업에서나 하는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무게 있게 처신해야 할 정부기관에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금기사항 쯤으로 간주한다. 상당수 공직자들의 사고가 이 정도로 닫혀 있다.

국유재산에 대한 관리체계도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활용’의 대상으로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국유재산법 상으로 재산관리는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실제 운영은 조달청이 관장하게 되어 있다. 실제 관리는 해당 관서, 지자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맡아 처리한다. 모두가 ‘따로 국밥’ 꼴이다. 국유재산 취득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기관 차원에서의 취득 필요성 검토에 그친다. 범정부적 관점에서 국가 재산의 효율적 활용을 체크하는 일은 어디에서도 못하고 있다.

유휴 국유재산이 도처에 널려 있다. 필요치 않거나 남는 것은 처분하거나 필요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 사용 중인 재산도 여유가 생기면 여러 기관들이 나눠 쓰는 게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한낱 주유소도 하는 이런 사업을 소중한 국가재산을 관리하는 정부가 못한대서야 말이 안 된다.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관건이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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