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최흥식의 '핑퐁게임'
최종구-최흥식의 '핑퐁게임'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7.12.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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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책 없고 지배구조-경영승계만 따지면 당근없이 채찍질만 하는 셈
                      최종구 금융위원장-최흥식 금융감독원장

 금융은 경제활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인체로 말하면 신체건강을 지탱해주는 혈맥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그동안 대형 사고를 일으키거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났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자정능력이 별로 없었다. 긍융당국이 개입을 하거나 사정당국의 처벌로 사태를 마무리하는 일이 많았다.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악화, 배임 등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이사회를 통해서 자체적으로 해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권에서 이같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 CEO들이 자신의 장기 연임을 위해 경쟁자를 쳐내거나 회장 연임 절차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변경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사고가 났을 때마다 매번 관치금융 탓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근본적인 배경이다.

금유당국 수장들의 ‘핑퐁 게임’일까.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출과정 문제를 놓고 서로 역할분담이라도 한 듯이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의 움직임이 민간금융사 CEO 선임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신(新)관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개별 금융사의 CEO 선임과 이사회 의사결정 사항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올해 벌인 지배구조 검사 결과까지 일부 공개하면서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검사를 벌인 곳은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BNK금융 등 4곳이다. 특히 최 원장은 금융사의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의 부실한 문제를 정조준했다. 그는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며 “후보군에 든 인사들은 여러 분야에 경험을 갖지 못했고 가질 기회도 주지 않았다. 결국 현직 회장만 최종 후보로 남는다”고 언급했다.

이를 지켜보는 금융권의 마음은 편치 않다. 금감원의 검사업무 무게가 위규행위 적발에서 지배구조 감시로 옮기면서 당국의 칼끝이 벌써 정해진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퍼져있다. 물론 최 원장을 포함해 금융당국이 연일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윤종규 KB-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들 두 회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에서 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그래서 혹시라도 ‘적폐청산’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마저 나온다. 여기에 최 원장이 과거 하나금융 사장 시절 김 회장 밑에 있을 때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애증(愛憎) 문제로 ‘불편한 관계’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민간금융사 경영승계까지 손보겠다는 방침이 있다면 이는 사실상 ‘신(新) 관치’나 다름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대부분 은행들이 민영화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이들을 공공기관으로 보고 과거 관 출신이 돌아가며 은행장을 하던 시절의 사고방식이나 향수에 젖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율경제를 표방하면서 출범했다. 차기 CEO 선임문제를 두고 될 수 있는 대로 해당 금융사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혹시라도 정치적 목적으로 금융정책을 집행하다면 우리나라에서 관치금융 탈피는 요원할 것이다. 금융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책은 없고 지배구조나 경영승계 문제 만을 따진다면 당근은 없이 채찍질만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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