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음주도 핵심 경영전략으로 삼아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음주도 핵심 경영전략으로 삼아라
  • 권의종
  • 승인 2017.12.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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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과의 관계서 술은 비즈니스 도구.. 경쟁우위 확보 위한 도구로 진화돼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중국의 음주문화는 그 나라 역사만큼이나 길다. 중국인들은 식사할 때 거의 예외 없이 술을 마신다. 술 없이는 예를 다하지 못한다하여 상대의 술잔이 항상 가득 차도록 수시로 첨잔을 한다. 술을 강제로 권하거나 억지로 잔을 돌리지는 않는다. 대개 각자의 주량에 따라 마시지만 친한 친구를 만나거나 호기를 부리려면 ‘깐’(乾/원샷)을 제의한다. 그렇다고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것은 절대적 금기사항이다.

중국 비즈니스에서도 식사접대 시 술이 빠지지 않는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의 협상에서 이런 관행이 남아있다. 겉으로 보면 거래처들과 의례적으로 어울려서 즐기는 단순한 술자리처럼 비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비즈니스로 만나는 상대가 과연 어떠한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자리로 보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

거래 상대가 될 기업의 재무구조가 어떠하고 신용도가 양호한지, 또한 상대방의 인품은 어떠하고 그의 언행은 믿을만한 것인지를 관찰하는 기회로 삼는다. 그래서 중국 기업인은 술좌석에서 취하는 법이 없다.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화를 진행하며 상대를 부단히 관찰한다.

한국 기업인이 사업차 중국에 가게 되면 중국 거래처는 으레 방문을 축하하는 연회를 베푼다. 자리가 시작되면 주최측 사장(董事长)이 처음 만나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환영주를 권한다. 대개 한 번에 마시는 소위 ‘원샷’이다. 한국 기업인은 이에 대한 답례로 보통 70도짜리 바이주(白酒)를 단숨에 들이킨다.

사장은 장기간 여행에 수고 많았다는 인사를 건네면서 두 번째 건배를 제의한다. 중국에서는 건배제의를 거절하거나 도중에 잔을 내리면 실례라는 말을 익히 들었는지라 한국 기업인은 중국인 사장과 함께 기꺼이 잔을 비운다. 사장은 마지막으로 세 번째 건배를 제안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술을 권하고 싶은 사람에게 가서 각자의 잔으로 원샷을 한다. 꽌시(关系)라고 표현되는 관계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문화의 영향 때문이다.

‘1 대 3’ 술자리.. 중국 기업은 협상·상담의 장(場) vs 한국 기업은 친목·사교의 기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부사장(副
董事长)이 세 차례의 환영주를 권한다. 그 다음에는 상무이사가 배턴을 넘겨받아 또 세 차례의 건배를 제의한다. 주최측 인사들은 최소 세 번, 한국 기업인은 최소 아홉 번의 건배를 하게 된다. ‘1 대 3’으로 마시다보면 제아무리 술에 강한 장사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십중팔구 정신을 잃다시피 해 가까스로 숙소로 돌아와 쓰러진다.

다음 날 일어나 보면 지난 밤 무슨 대화를 했고 어떻게 호텔에 돌아왔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엉망의 컨디션으로 업무를 제대로 보기조차 힘들다. 이런 일화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진출 초기에 벌어졌던 다분히 과장된 얘기로 가벼이 넘기기 쉽다. 하지만 2만 6천여 기업들이 564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한국이 세계 3위의 중국 투자국으로 부상한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유사 사례가 반복되는 현실이다. 중국을 잘 아는 이들은 대부분 수긍하는 관례 중의 하나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술자리를 대하는 양국 기업인들의 인식이 대조적이라는 점이다. 중국 기업인은 술자리를 협상과 상담의 장(場)으로 활용하는 반면, 한국 기업인은 친목이나 사교의 기회 정도로 여기는 성향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상술에 가장 능한 민족의 하나가 중국이다. 술을 가장 잘 마시는 국민 또한 중국인으로 꼽힌다. 이것만 보아도 중국인들이 그들이 즐기는 술을 비즈니스 도구로 그만큼 잘 활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비즈니스서 음주는 문화에 그칠 수 없어..한국 기업의 벤치마킹 소재-경영전략 삼아야

그렇지만 한국도 술에 관한 한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한국인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5년 기준 10.9ℓ로서 OECD 회원국 중에서 당당히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성인의 월간 1회 이상 음주율은 남성 75.3%, 여성 48.9%로 나타났다. 성인 100명중 남성 75명, 여성 49명이 술을 마시는 꼴이다. 1회 평균음주량이 7잔 이상(여성 5잔)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음주율도 남성 21.2%, 여성 6.3%에 달한다. 대한민국에서 음주만큼은 남녀 구분이 무색해지는 분위기다.

알코올은 향정신성 약물로 분류되는 중독성 물질임에 분명하다. 다량의 알코올을 갑자기 마시거나 과도하게 지속적으로 마시는 것은 소화기계, 심혈관계, 중추신경계에 유해하고, 급성 또는 만성 알코올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잘못된 음주문화는 건강피해는 물론 사회적·경제적 폐해를 동반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9조 4524억원에 이른다. 각종 불법과 사고 등도 음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청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음주운전이 지난해 기준 1만 9769건이 발생했고, 481명이 죽고 3만 4423명이 다쳤다는 보고다. 또 범죄행위 중 26.4%는 주취자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다.

그렇지만 대인관계를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음주의 순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상당수 국민들이 기호품으로 술을 여기고 있고 비즈니스에서도 술자리를 피할 수 없는 처지라면 기업인들은 음주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갖게 되는 술자리를 효율적인 사업 영위를 위한 기회의 창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력한 경쟁우위의 원천일 수 있다. 비즈니스에게 음주는 더 이상 문화에 그칠 수 없다. 경영전략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중국 기업인에게서 배워올 벤치마킹 소재다. 체면을 따질 일이 절대 아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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