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입제도 개편, 백년대계 비전 담아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입제도 개편, 백년대계 비전 담아라
  • 권의종
  • 승인 2018.08.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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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맞아 교육개혁 통한 창의력 배양 절실...낡은 행정의 틀서 과감히 탈피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미뤄서 될 일이 아니었다. 돌고 돌아 결국 원점이다. 시민 수백 명 불러다 고생시키고 20억 원의 혈세만 낭비했다. 얻은 것 없이 1년을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교육부가 본인이 결정할 대입 개편안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확정해 달라고 요청한 게 발단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학생·학부모 반발에 막혀 재논의한 결과다.

국가교육회의가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석 달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도 최종 결론을 못 내렸다. 수능 위주 정시전형 비율을 현행보다 확대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현행 제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종 결정의 공(球)은 또다시 교육부로 향하고 있다. 개편안의 첫 대상자인 중 3학생들은 그저 답답하다. 누굴 믿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난감하다. 답은커녕 갈등만 키웠다. 대입 제도를 둘러싼 국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점만 확인한 꼴이다.

정책의 신뢰성에도 상당한 금이 갔다. 교육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공론화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 또한 거세다. 의견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시민 대표들에게 내용을 숙지시키고 토론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공론화. 취지가 좋고 토론 과정에서 시민들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경험할 수 있는 건 뚜렷한 장점이다. 반면 정책결정의 책임을 ‘면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적지 않음도 이번 기회를 통해 확인되었다.

대학입시와 같은 복잡하고 난해한 정책을 공론화에 부친 것 자체가 무리였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경우는 건설 재개와 중단, 판단 유보 등 선택이 비교적 단순했다. 대입제도 개편은 이와 달랐다. 개편안에 학생부 전형과 수능 전형 비율, 수능 평가 방식, 수능 최저 학력 기준 활용 등 여러 쟁점을 한꺼번에 담았다. 전문가도 이해와 판단이 힘든 난제였다.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을 비전문가 집단의 다수결에 맡기려 했던 발상이 안이했다.

혼란만 키운 대입제도 개편... 자기 할 일 떠넘긴 교육부, “스스로 존재 이유 부정한 꼴”

대입 제도의 시행착오는 이 정부에서만의 일도 아니다. 역대 정부가 공히 입시제도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행에 나섰다 번번이 실패했다. 대입 제도의 변천사는 한 마디로 난맥상의 파노라마다. 제도가 국가와 사회의 발전과 혁신을 가로막은 불행의 역사다. 갈팡질팡, 오락가락의 연속이다. 일관성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임기응변적 보완이나 대증요법적 처방이 극심했다.

그 사이 제도는 누더기로 변했다. 문제가 생겨 한쪽을 바꾸면 생각지 못한 다른 쪽에서 부작용이 불거지곤 했다. ‘두더지잡기 게임’을 연상시킬 정도다. 퇴로나 출구를 찾기 힘든 미궁, 미로에 빠지고 말았다. 급기야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아무리 유능한 인재가 교육부 수장으로 와도 감당키 힘든 지경에 달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의 대학입시는 오직 신(神)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비아냥까지 등장했을까.

기왕지사 지난 일을 어쩌랴. 이제라도 현실 인식과 대처 방법을 달리 할 수밖에. 이번에도 교육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탓하는 선에서 적당히 넘어가선 안 된다. 원인을 찾아 근치에 나서야 마땅하다. 대입제도의 기나긴 표류는 무원칙한 교육행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가장 크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건만, 대계는 고사하고 비전이 부재하고 철학마저 빈곤하다. 미션이 불분명하고 전략도 허술하다.

대입 제도의 표류, 비전 부재에 따른 필연적 결과... 미래 교육의 좌표와 방향 설정 시급

교육에서 비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비전은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다. 정책 결정의 기준이 되고 방향 설정의 나침판 역할을 한다. 비전은 특별한 노력을 이끌어 낸다. 비전이 있으면 전략적, 전술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대입제도의 표류는 비전의 부재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다. 미래 교육의 좌표와 방향이 설정되지 못한 채 내려지는 정책 결정이 온전할 리 없다.

제도를 제도 그 자체로만 바라볼 수밖에 없어 주먹구구식 단견에 그치고 만다. 근시안적 행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시모집 비율, 수능 절대평가 여부 등의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큰 안목의 의사결정을 해내지 못한다. 설사 결정이 내려진들 근거와 타당성이 약하다보니 설득력과 신뢰성이 떨어진다. 학생, 학부모, 여론 등에 휘둘려 배가 산으로 향한다. 얼마 못가 다시 개편 논의에 휩싸이고 만다. 성과에 급급한 교육당국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대한민국 교육은 새로운 비전을 필요로 한다. 창조와 혁신이 일상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 개혁을 통한 창의력 배양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가 나서서 고등교육의 주체인 대학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을 뒷받침하도록 혁신적인 비전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비전의 큰 그림이 완성될 수 있도록 전략과 전술의 퍼즐도 하나하나 빈틈없이 맞춰나가야 한다. 대입제도 개편 또한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되어야 하는 게 지당하다.

모든 일에는 절차와 순서가 있는 법. 항시 비전이 먼저고 전략이 그 다음, 전술은 맨 나중이다. 그래야 일이 쉬워지고 내용도 실해진다. 상당한 시간, 엄청난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고도 시행착오만 거듭해온 지난날의 낡은 행정의 틀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지름길이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서 쓸 수는 없다. 바느질을 하려면 반드시 바늘귀에 실을 꿰야 한다. 바늘귀가 곧 비전이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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