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장관 현장방문이 '구걸'? 설비투자 정부가 앞장서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장관 현장방문이 '구걸'? 설비투자 정부가 앞장서야
  • 권의종
  • 승인 2018.08.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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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자계획 감소, 꺼져가는 성장엔진...경제성장도 고용확대도 수출증가도 한낱 꿈에 불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삼성은 역시 다르다. 3년간 180조 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발표다. 국내 투자만도 130조 원에 이른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비투자로 총 230조 원을 지출한 삼성이지만 자못 ‘통 큰’ 결단이다. 성장 둔화와 고용 쇼크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건물·기계·설비와 같은 고정자본에 새로 투자되는 설비투자. 그 중요성은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설비투자의 확대는 수요 측면에서 고용 및 소득의 증가와 소비수요의 창출을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공급 측면에서도 자본스톡의 축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데 중요한 영항을 미친다. 미국의 경제학자 도마(Domar, E. D.)는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의 이 같은 효과를 ‘투자의 이중성’으로 표현했다.

최근 설비투자 동향은 국가별 명암이 엇갈린다. 일본의 설비투자는 완연한 회복세다. 2·4분기까지 7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며 27년 만에 최장기간 오름세를 기록했다. 올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5% 증가, 2분기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도 설비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전 분기보다 1.3%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설비투자가 활발하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1분기 8.5% 급증한 뒤 2분기에도 3.9%가 늘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된 해외기업의 자국 내 유치를 위한 노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최근 설비투자 동향, 국가별 명암 엇갈려... 일본-미국은 ‘싱싱’, 한국만 ‘시들’

한국의 설비투자 성적은 초라하다. 급격히 얼어붙는 빙하기다. 최근 4개월 연속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다. 3월부터 6월까지 줄곧 내리막이다. 18년 만에 맞는 최악의 국면이다. 지난해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확대에 힘입어 그나마 14.6%까지 치고 올라갔다. 올해는  한 자릿수로 내려앉을 처지다.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제조업 가동률 하락, 보호무역기조 강화에 대응한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 등이 국내 설비투자를 옥죄는 주된 요인이다. 한국은행도 수정 경제전망에서 설비투자 증가율을 기존 2.9%에서 1.2%로 낮춰 잡았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들이 줄줄이 하락, 투자 침체를 예고 중이다. 국내기계 수주액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이후 급락하고 있다.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도 지난 1월 27.3%를 정점을 찍은 후 2월 19.0%, 3월 9.7%, 4월 9.1%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시장금리 인상과 각종 조세·재정정책의 변화도 기업의 투자환경을 어둡게 하는 악재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0% 가까이 올랐고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기업대출금리 또한 3%대 후반으로 뛰었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6월말 기준 3.85%로 점프한 상태다.

국내 기업들의 금년 중 투자계획도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대기업의 금년 중 투자계획은 기존 대비 9.8% 늘었지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30.8%, 15.1% 감소할거라는 산업은행의 자료다. 경기 전망이 어둡고 투자 여건마저 안 좋다보니 기업들이 투자를 못하거나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들해진 설비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다.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기업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경제부총리가 대기업을 방문해 투자를 독려하자 기업들도 움직이는 모양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그래서 나왔다. 장관의 현장방문을 ‘친(親)기업 행보’로 폄하해서는 곤란하다. 경제가 안 좋으면 경제부처 책임자가 재계와 만나 투자를 논의하고 독려하는 건 당연한 미션이다. 결단코 ‘구걸’ 행위가 아니다.

설비투자가 성장 '마중물'...투자 환경 개선-규제 완화로 기업 참여 유도해야

대기업 설비투자가 성장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연간 설비투자 150조여 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이 앞장서는 게 맞는 순서다. 그래야 중소·중견기업들도 따라서 참여하게 된다. 투자·생산·고용·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한국경제의 성장 방정식을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에 대한 대책도 긴요한 형편이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는 473억 달러를 기록, 사상 최초로 400억 달러의 고지를 넘어섰다. 급증하는 해외투자를 단순히 기업의 글로벌화 전략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열악한 투자환경의 개선도 시급하다.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쪽으로 경제 정책의 궤도를 틀어야 한다.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는 풀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과 신성장동력 산업의 중점 육성을 위해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와 시장진입을 막는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경쟁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대응한 설비투자 불균형 리스크도 대비해야 한다. 설비 자동화, 노후설비 교체를 위한 시설자금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일본의 활발한 설비투자도 규제 완화에 기인한 바 크다. 경기회복에 사활을 건 아베 정부가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뒷받침한 게 주효했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는 ‘생산성 혁명’ 집중투자 기간으로 정했다. 임금 인상, 기술 투자 등 조건을 충족한 기업에 법인세 혜택을 대폭 늘려가는 야심찬 계획이다. 한국 경제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설비투자 없이는 경제성장도 고용확대도 수출증가도 한낱 꿈에 불과하다. 어느 것 하나도 얻을 수 없다. 뿌리지도 않고 거두려는 요행 심리는 도둑의 심보나 다름없다. 성과는 시간, 노력, 돈이 투입되어야 얻을 수 있고, 그 셋 중에서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돈이다. 시장경제에서는 돈이 돈을 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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