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혁신,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혁신,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
  • 권의종
  • 승인 2018.08.2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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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환자 기력 있을 때 하고, 개혁은 구조조정 고통 감내할 수 있을 때 단행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다들 어렵다는데 유독 금융산업만 호황이다. 최저임금 인상, 고용 여건 악화, 미·중간 무역 분쟁 등 대내외 악재로 투자와 수출이 주춤하고 내수경기마저 악화되는 판에 은행은 예상 밖 호실적이다. 올 상반기 중 은행 이자이익은 19조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작년보다 9.5%나 늘었다. 양호한 성적은 좋은 일이나, 대놓고 기뻐할 수 없는 게 저간의 사정이다.

경영혁신이나 획기적인 상품 출시 등으로 일궈 낸 성과가 아니다. 예금과 대출간의 금리차, 즉 순이자마진(NIM)이 벌어짐에 따라 얻어진 결과다. 작년과 금년 상반기 사이 은행권의 평균 대출금리는 0.18%포인트 오른 반면, 예금금리는 0.1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 덕에 상반기 중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이 8조4000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4% 정도 늘어났다.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은행 경쟁력과 연관성이 높은 비(非)이자이익은 되레 뒷걸음질이다. 주식·채권 등의 투자수익과 고객의 은행 서비스 이용 및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등으로 구성되는 비이자이익은 급감했다. 올 상반기 중 3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4%나 줄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일제히 하락세다.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0.02%포인트, 0.1%포인트씩 떨어졌다.

수익구조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나, 그렇다고 은행의 호황을 부정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이유는 없다. 금융소비자는 빈곤과 부채의 늪에서 허덕이는 판에 금융공급자가 배부른 잔치를 벌인다는 식의 단순 비교는 의미가 약하다. 은행도 같이 가난해져야 한다는 ‘하향평준화’ 논리는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돈 잘 버는 호시절을 혁신과 개혁의 계기로 삼는 긍정적 접근이 희망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금융업 호황... 수익구조에 대한 부정적 시각보다, 혁신·개혁 계기 삼는 긍정적 접근이 바람직

방만한 은행의 경영행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불황의 그늘에서 악전고투하는 금융소비자의 피 같은 돈이 허투루 쓰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은행 임직원의 성과급이나 장기근속자 명예퇴직금 등으로 수익이 허비되어선 안 된다. 올 상반기 중에도 주요 은행들은 CEO 성과급으로 수억 원, 장기 근속자 명예퇴직금으로 최대 7억 원 내지 8억 원을 지급했다는 소식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국민 혈세로 회생된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모양새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공급자들의 경쟁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금융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은행업을 독과점 내수산업으로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그동안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아주다 보니, 경쟁이 제약되고 기존 금융사들이 안주하게 된 게 아닌가. 가만있어도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구조에서 구태여 힘들여 나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를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은 의미가 크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경제 현실에서 은산분리 원칙은 더 이상 금과옥조가 될 수 없다. 이해득실을 냉정하게 따져볼 시점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은산분리의 역기능이 염려되면 예방조치를, 폐해가 발생하면 초동 진압할 수 있는 제동장치를 만들면 된다. 분별없는 원칙 고수보다는 시대흐름에 따는 유연한 조정이 낫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차단됨이 마땅하다.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6대 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 중에도 평균 4750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 잔치나 하라고 진입장벽 둔 게 아니라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질책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낙후된 금융, 불공정한 시스템도 문제다. 이에 대한 개선 없이는 선진 경제로의 도약은 어림없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시급... 금융소비자보호처 별도 기구로 독립, 소비자 권익신장 도모해야

공급자 중심의 금융산업을 소비자 중심으로 무게를 이동시켜야 한다. 소비자 니즈의 충족은 고사하고 소비자의 개념조차 생소한 현실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힘없는 소비자가 공급자의 갑질에 오랜 기간 눌려 온 탓이다. 당하면서도 당하는 줄도 모르며 죽어 지내온 금융소비자들이다. ‘빚진 죄인’으로 알고 말대꾸 한번 제대로 못한 채 인고를 미덕처럼 여길 정도로 소비자 의식이 낮기만 하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 국회에서 장기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이 시급하다. 금융감독원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 기구로 독립시켜 소비자 권익신장을 도모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들의 자생적인 단체도 결성, 소비자주권시대를 자력으로 열어가야 한다.

시대착오적 금융 관행도 손봐야 한다. 예대마진 장사의 낡은 수익구조는 버릴 때도 되었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내국인을 상대로 ‘골목 상권식’ 이자놀이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후진적 상품, 비효율적 관행, 낮은 경쟁력 등 산적된 금융적폐는 조기 청산의 대상이다. 혁신자본, 모험자본에 대한 공급 기능도 늘려야 한다. 신상품 개발, 글로벌화, 핀테크 서비스 활성화 등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도 대비해야 한다.

수술은 환자의 기력이 있을 때 해야 한다. 금융혁신 또한 은행이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때 단행해야 실효가 크다. 그렇다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쇠는 뜨거울 때 쳐야 하고, 건초는 해가 있을 때 말려야 하는 법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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