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31일 금통위에서 9개월째 1.50%에 묶여 있는 기준금리를 이번에는 손대는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한·미 간 금리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를 감행하자니 고용위기, 소비위축 등 국내경기가 발목을 잡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경기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금리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왔지만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선으로 뚝 떨어진 등 고용위기가 심각하고 하반기 경기전망도 어두워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을 시장은 전망한다.
한은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엇박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한 내년 예산을 대폭 확대 편성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은이 경기부양의 발목을 잡는 기준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인상 시점을 실기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금리를 올릴려면 경기가 비교적 활발했던 상반기에 올렸어야지 여러 경기지표상으로 경기가 꺾이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금리인상을 하라는) 소수의견 정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수의견이 나온다면 4분기 중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인상카드를 완전히 접었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미·중 무역분쟁, 터키 외환시장 불확실성 등이 한국의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다시 글리를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가 확대돼 한은으로서는 무작정 금리동경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한·미 금리차는 지난 6월 이후 최고 0.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정대로 9월과 12월 금리를 올리면 금리차는 최고 1.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우리로서는 이달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금리인상 시점을 고르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큰 폭의 금리역전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 크지 않다지만 예상치 못한 대외충격이 올 경우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도 있다. 금융시장불안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