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만 하면 ‘통큰 투자’...이재용 이어 신동빈도 '대법원 선처용'?
출소만 하면 ‘통큰 투자’...이재용 이어 신동빈도 '대법원 선처용'?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8.10.2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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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5년간 50조·일자리 7만명" 발표...전문가들 "땜빵용 '임시방편'이 아니라 진정성 중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우리나라는 재벌총수가 죄는 지었으되 처벌은 받지 않는 이른바 ‘3·5룰’이 있다고 한다. 법원이 재벌총수에게 1심에서는 그럴듯하게 실형을 선고하고, 항소심이나 파기환송심에 와서는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최고형량인 징역 3년에 덧붙여 유예가 가능한 최장기간인 5년을 부과, 사실상 징역살이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이른바 재벌총수에게만 적용되는 ‘선고 정가제’다. 그동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1심에서는 2 ~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항소심이나 파기환송심에서 3년 징역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2심에서 이런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

그리고 수감생활을 마친 재벌총수들은 국가와 사회발전에 공헌하겠다면서 ‘통 큰 투자’ 약속을 내놓는다. 지난 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는 8월 예상을 뛰어넘는 '통 큰' 투자 계획을 내놨다.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직접 채용'을 한다는 것이다.

'3·5룰’로 출소한 재벌 총수들, "국가와 사회발전에 공헌하겠다"면서 ‘통 큰 투자’ 약속 발표 

8개월여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이달 초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도 같은 약속을 내놨다. 앞으로 5년간 5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7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23일 신 회장 주재로 임원 주간회의를 열고 화학·건설과 유통, 관광·서비스, 식품 등 전 사업 영역에 걸쳐 앞으로 5년 간 5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7만명의 고용창출 계획도 내놓았다.

신 회장은 앞서 2016년 10월 롯데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난 뒤 롯데그룹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2017년부터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과 총 4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놓은 적이 있다.

롯데그룹은 우선 내년에는 약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롯데케미칼(전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했던 2016년 투자금액인 11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롯데는 투자 계획과 함께 향후 5년간 7만명을 고용하는 채용 계획도 내놓았다. 올해는 대내외 여건 악화로 연말까지 1만2000명 채용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약 10% 증가한 1만3000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매년 채용 규모를 차츰 늘려 2023년까지 7만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신동빈 ‘통큰 투자’ 약속, 文정권 잘 보이고, 대법원 최종심 앞둔 ‘생색내기’ 아니냐"

신 회장에게 남은 숙제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다. 신 회장이 직접 약속한 ‘뉴 롯데’의 핵심이기도 하다. 경영에 복귀한 이후 가장 먼저 롯데케미칼 등 11개 화학계열사를 지주사에 편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캐피탈과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정리하는 문제와 호텔롯데 상장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뤄낼지 주목된다. 롯데그룹 측은 "최근 둔화한 경영활동을 빠르게 정상화 하고 미래성장에 대비해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이같은 ‘통큰 투자’ 약속이 문재인 정권에 잘 보이고, 나아가 앞으로 남은 대법원 최종심을 앞두고 분위기 및 국면 전환을 위한 ‘생색내기’성격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 모두 검찰의 이의제기로 앞으로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된다. 

만일 대법원이 최종심에서 검찰의 손을 들어줄 경우 이재용과 신동빈 두 사람은 최악의 경우 다시 수감생활을 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여론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리고, 대법원으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처지이다. 재벌총수들이 2심에서 출소만 하면 서둘러 ‘통 큰 투자’ 발표를 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더구나 신동빈 회장이 70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동기인 면세점 특허 재취득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 롯데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이는 결국, 신동빈 회장 자신의 롯데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재용 석방후 삼성, 3년간 130조 국내 투자 발표...국내 고용 늘고 경기지표 개선소식 없어

신동빈 회장은 2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기업은 사회 공기(公器)이자 공공재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롯데는 현재 그룹 내 비정규직 문제나 편의점 소상공인과의 갈등, 거래사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의혹 등 많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들을 안고 있다반면 신 회장 출소 후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지려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이재용-신동빈 두 재벌총수가 약속한 대로 앞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가 나아질까. 이를 측정하거나 연구한 사례는 아직 없다. 2월 이재용 부회장이 풀려난 이후 삼성은 향후 3년간 13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이긴 해도 이 중 상당수는 반도체 등의 자체 설비투자다. 이 부회장 경영 복귀 후 국내 고용이 늘고 경기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 역시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다.

한 경제전문가는 “항소심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 제3자 뇌물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신동빈 회장은 그저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 판단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부가 사용한 논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신동빈 롯데 회장의 발표가 땜빵용 '임시방편'이 아니라 진정성이 중요하며, 롯데가 사회의 공기(公器) 역할을 다하려면 정권이 바뀌어도 자기들의 한 대국민 투자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22심에서 징역 24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아 구속된 지 거의 1년 만에 풀려났다. 신 회장도 1심 후 8개월가량 옥살이를 했지만 최근 2심에서 결국 집행유예로 자유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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