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국회 국정감사 태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국회 국정감사 태도
  • 정종석
  • 승인 2018.10.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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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인사 관여 안한하면서 의견 밝힌다"는건 ‘술 마셨으되 음주운전 안했다’는 궤변과 같아

[정종석 칼럼] “경직된 사고와 그림자규제 등으로 개혁의 장애물이 됐던 금융당국의 행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일하는 방식도 바꿔 나가겠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8월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법과 제도만 바뀐다고 해서 금융혁신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 말이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금융관료들의 행태는 그동안 금융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산업 분야 중 유일하게 금융 산업을 ‘적폐’라고 규정하면서 “금융도 국민과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금융혁신’을 강조했다.

최종구 위원장, 지난 1년여 동안 文재인 정부 최우선 과제인 금융 분야 '적폐청산' 실패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금융당국의 행태에 대해 수장으로서 반성문을 쓴 셈이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행사에서 앞으로 금융혁신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때 그 것 뿐이었다. 말의 성찬이라고나 할까. 대통령 앞에서 한 말은 아첨이나 진배없는 허울 뿐인 반성문에 불과했다. 최 위원장의 금융위원회는 지난 1년여 동안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금융 분야의 적폐청산을 통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정상화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금융위는 금융정상화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걸림돌인 경우가 더 많았다.

구체적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 케이뱅크의 불법·편법 은행업 인가 문제 등 중요한 현안의 처리과정에서 미숙함과 업무능력 부족을 드러냈다. 최 위원장이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과연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여러 정권에서 옛 재무부를 비롯해서 금융위 등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 규제 일변도의 행태가 금융업의 혁신을 저해해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리고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약자 MOF와 범죄조직인 마피아의 합성어)'를 중심으로 한 재무-금융관료 세력은 울타리를 치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여왔다.

금융권에서 금융계 내의 재무부 출신들을 모피아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막강한 파워와 연대감을 과시하는 탓이다. 오죽하면 '정권은 바뀌어도 모피아는 여전하다' 라는 말이 생겼을까.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바짝 엎드려있다가 최근에는 시국이 어수선지면서 모피아 세력들이 다시금 활개를 치는 인상마저 든다.

국회 국정감사서 ‘인사 불관여-의견 개입’ 앞뒤가 안맞는 이율배반(二律背反)’ 화법 구사

이번에는 최 위원장의 모피아식 '알쏭달쏭' 화법으로 금융시장이 헷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최 위원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자율 경영을 존중한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18.4%를 가지고 있고 국민의 재산인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기업가치가 지켜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우리은행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제로 은행 지배구조 문제에 정부가 의견을 밝히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인사에 관여를 안하면서 의견을 밝힌다는 것은 과연 ‘말'인지 '막걸리’인지 구별이 안된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최근 그는 애드벌룬을 띄우듯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정부 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국회 이날 국정감사에서 ‘인사 불관여-의견 개진(간섭)’ 이라는 사실상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율배반적(二律背反)’적 화법을 구사했다. 이는 일견 현란한 듯 하지만 노회한 관료의 교묘한 말장난 수준이다. 마치 눈앞에서 묘기를 부리며 국회의원들을 갖고 노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오랜 관치금융에 물든 민간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이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린다. 이런 금융회사에 대해서 의견을 밝히면 이를 거역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참으로 교활하고 음흉한 국회답변이 아닐 수 없다. 최 위원장은 지엄한 국회의원들을 마치 한글도 모른 어린아이로 우롱하는 황당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것도 스스로 증인 서약을 하면서 진행하는 국정감사에서 말이다.

우리는 흔히 ‘술을 마셨으되 음주운전을 하지는 않았다’는 궤변으로 음주운전을 피해나가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야 말로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아닐 수 없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으면 음주운전이고. 마시지 않았으면 음주운전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은행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섰으면 그대로 아무런 의견을 개진하지 않으면 된다.

"최종구 위원장 국회모욕죄 고발 또는 ‘국감미투‘ 현상으로 규정, '국회희롱죄'로 처벌해야"

그런데 여기에다가 인사 불관여 방침을 전제로 은행 지배구조 문제에 정부가 의견을 밝히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은 도무지 진의를 알 수 없는  ‘뒤죽박죽’식 발언이다. 도대체 최종구 위원장이 우리 땅에서 정상적으로 국어교육을 받았는지, 아니면 국적불명의 불여우같이 비열한 화법을 어디 외국에서 직수입이라도 했는지 머리가 아둔해 진다.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나가서 국회의원들을 마치 유치원생 취급하는 식으로 알쏭달송한 궤변식 답변을 늘어놓은 것은 참으로 온당하지 못하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국회의원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최 위원장을 즉각 국회모욕죄로 고발을 하든지 아니면 이를 최종구의 ‘국감 미투‘현상으로 규정, 차라리 국회희롱죄를 만들어 처벌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문득 '친구를 판 생쥐' 이솝우화가 생각난다. 사자에게 잡힌 생쥐가 꾀를 내어 친구들을 데리고 올테니 살려 달라고 한다. 생쥐는 친구를 속여 사자에게 데리고 가는데 여러 번 거짓말을 하자 친구 생쥐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못된 생쥐는 결국 배고픈 사자에게 잡아 먹히게 된다.

‘친구를 판 생쥐’ 우화는 여우와 두루미처럼 자기 자신 만을 생각하며 꾀를 썼다가 자신도 똑같이 당하게 된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마음을 착하게 해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어울리며 지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에 대한 논의를 예정했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회의 2시간 전에 취소하고 “답답하다”는 표현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다. 각종 국정개혁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혁신 의지에 대한 강한 질책을 보낸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국회의원들을 머저리로 취급하듯 한 국감답변, 속임수로 드러나면 우화처럼 '잡아먹힐' 수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선 모시는 장관급 금융위원장이 진퇴위기설이 흘러나오자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며 “금융당국의 행태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가 시국이 어수선해면서 국정초점이 다른 쪽으로 모여지자 반성은 커녕 권력 앞에서 치고 빠지는 모피아적 근성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최 위원장은 1년 전 분명히 우리은행은 민영화된 은행으로 경영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최근 우리은행 회장, 행장 겸직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작년과 달라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천금과 같아야 할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해가 바뀌자 겉과 속이 다른 ‘양두구육(羊頭狗肉)’식 표현으로 은근슬쩍 달라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정책은 신뢰다. 더욱이 금융은 확실한 믿음과 절대적 신뢰 없이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최 위원장은 이번 주말을 이용해서 '친구를 판 생쥐' 이솝우화를 한번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사자에게 잡힌 생쥐가 꾀를 내어 친구들을 사자에게 데리고 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과 ‘인사 불관여-의견 개진(간섭)’ 이라는 이상한 국감답변으로 국회의원들을 헷갈리며 하며 능욕한 답변이 무엇이 다른 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화에서 친구 생쥐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결국 못된 생쥐는 배고픈 사자에게 잡아 먹히게 된다. 한 때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문 대통령 앞에서 반성문을 썼던 최 위원장이 교활한 언사로 국회의원들을 마치 머저리 취급하며 장난치듯 한 국감답변이 만일 속임수나 우롱으로 드러날 경우 ‘사자(국민)’에게 잡아먹힐 지도 모른다는 점을 어서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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