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선비식 '귀거래사'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선비식 '귀거래사'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8.11.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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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출신 성공신화...정치권 기웃거리지 말고 소시민으로 사는게 좋을 듯
                   김동연 경제부총리

"오래 전부터 물러설 때를 아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생각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자기희생과 소명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한 만큼 자기중심을 잡고 힘을 내 달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퇴임사 내용이다. 다만 시점이 다르다. 박근혜 정권이던 지난 2014년 7월 22일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직에서 사의를 표명한 당시의 소회를 담았다, 이 때도 이임사를 통해 공직자들에게 자기희생과 소명의식을 당부했다.

김 부총리가 21일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직사회를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내놨다. 공직자들의 업무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를 혁신함으로써 기득권을 깨고 이를 바탕으로 규제혁파를 해야 우리 경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혁신기업 토크콘서트'에서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을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참석자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변했다.

김 부총리는 "(규제가 혁신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공무원들에 대한 보상체계"라면서 "(공직사회의) 인사체계, 보상체계를 바꿔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간 칸막이를 넘나들며 혁신에 나서는 공무원들이 더 큰 보상을 받도록 해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부총리는 정치색이 옅고 소신에 따라 일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진보와 보수 정권 양쪽 모두에서 청와대 근무를 했고 박근혜 정부 때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에 발탁되기도 했다. 재임 중 청와대와 가끔 맛서며 소신껏 일한 만큼 그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영입설이 끊이지 않는다.

김 부총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 12월2일이 국회 예산심사 기일이다. 예산심사를 마무리하는 것까지가 김 부총리의 역할이 될 것이다. 그 이후 김 부총리의 거취는 아직 불투명하다.

김 부총리의 성향을 고려할 때 정치권에 발을 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정관계에 거리를 두고 지내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상당한 피로감을 토로했던 탓이다. 그가 '소시민의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발언 역시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김 부총리는 2014년에도 정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국무조정실장에서 물러나 한동안 야인으로 지낸 적이 있다. 이전 정부 경제부총리들을 봐도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한 사례는 많지 않다. 2000년대 들어서 관료 출신으로 부총리를 지내고 정계에 입문한 사람은 노무현 정부 첫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도다.

다만 직접 여의도에 입성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이들도 있다. 김 부총리가 이들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김대중 정부의 전윤철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감사원장을 지냈고 이후 국민의당에서 윤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 19대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도 2012년 18대 대선 때 한 때 안철수 전 의원의 경제멘토 역할을 했다. 그는 현재 재단법인 여시재 이사장을 맡아 존재감을 과시한다.

김 부총리는 4년 4개월 전 국무조정실장을 떠날 때 “오래 전부터, 감사할 줄 알고 물러설 때를 아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해 왔다. 이제 그 소망을 이뤘다는 기쁜 마음으로, 제 나름대로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Work hard’보다 ‘Think and Communicate hard’가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자기희생과 소명의식이 그 무엇보다 가장 필요하다. 자기중심을 단단히 잡고 모두가 힘을 내기 바란다. 그래서 작게는 자신을 바꾸고, 크게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유쾌한 반란’을 우리 각자부터가 일으켰으면 참 좋겠다”고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우리는 김 부총리 같은 정통 관료출신들이 고위직 퇴임 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망가지는 모습을 간혹 본다. 그래서 과거의 선비들은 관직에서 물러날 때 좌고우면하지 않고 고향으로 직행했다고 한다. 김 부총리도 이번에 물러날 때 4년 전 각오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우리의 전통적인 선비정신을 따라가면 좋겠다. 

그래야만 '김동연식 귀거래사'가 세월이 흘러도 헛말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상고 출신으로 행정고시에 합격, 경제총수까지 오른 ‘흙수저’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취업대란 속에서 신선한 희망을 던져 준 그가 자신의 말대로 소시민으로 살며 행여라도 정치권에 눈길을 돌리지 않기를 강력히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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