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분쟁' 때늦은 사과...죄 없이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삼성 백혈병 분쟁' 때늦은 사과...죄 없이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 김보름 기자
  • 승인 2018.11.23 19:18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정안 만들었던 법무법인 지평, 보상안까지 마련...연내 보상 시작되지만 난제 산적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23일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이행합의 협약식'을 갖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총괄 김기남 DS부문장(사장)이 공식 사과함에 따라 11년 만에 마무리되고 이제 보상만 남겨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양측은 지원보상업무를 위탁하기 위한 제3의 기관으로 이견 없이 법무법인 지평을 선택했다. 지평은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조정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속한 법무법인으로 양 당사자 모두 1순위로 지명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해결하는데 최대 공로자였던 만큼 지평이 지원보상업무를 맡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김 조정위원장이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것은 순탄치는 않았다. 양측은 처음부터 김 위원장을 지명했지만, 김 위원장이 지원보상위원회는 새로운 위원장을 모시는 것이 좋겠다며 완곡하지만 강력히 고사했기 때문이다. 아마 보상업무가 금전이 오가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기본 원칙을 세우는 중재조정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기 때문일 것이다. 공평하고 타당한 보상안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렇게 했는데도 이해당사자들이 반발하면 자칫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과 신뢰가 일순간에 무너질 우려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지평이 지원보상업무를 책임지게 된 것은 명과 암을 동시에 갖고 있다. 보상안마저 매끄럽게 처리하면 사회적 합의도출기구로서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신뢰성 있는 갈등조정기관이 별로 없는 우리 사회 현실에서 지평에 이런 위상이 형성되는 것은 지평으로선 굉장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 지평의 위상은 크게 추락될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 보면 갈등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위험성도 높다.   

어쨌든 협약식을 기점으로 조정과 중재는 막을 내리고, 합의이행을 위한 업무는 지평과 지원보상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반올림과 삼성전자가 보내준 신뢰를 거울 삼아 지원보상을 실행해 나가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지평은 조속한 시일 내에 피해자 지원보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곧바로 지원보상 사무국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평 관계자는 "지원보상 준비와 사무국 개소에는 최소한 2~3주가 필요하다"며 "최대한 서둘러 12월 초에 사무국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지원보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구체적인 보상 과정에 들어갈 경우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중재안에 피해 보상의 범위와 보상액 등이 명시됐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할 수도 있고, 지원보상위원회가 개별 피해자들을 상대로 판정을 내리는 과정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 외에 다른 삼성 전자계열사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 삼성 계열사의 해고자 문제, 노동조합 활동 보장 문제 등이 엮일 경우 상황은 복잡하게 꼬일 수도 있다.

실제로 반올림 황상기 대표는 이날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해 물질을 사용하다가 병든 노동자들이 있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피해자들이 있다"면서 폭넓은 보상을 촉구해 험로를 예상케 했다. 또 협약식에는 삼성 해고 노동자가 진입해 삼성전자 김기남 사장을 상대로 "해고자 문제도 해결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아무튼 삼성 백혈병 분쟁은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으며 김 위원장과 지평은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