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애고 분배 악화시킨 소득주도 정책 폐기하라
일자리 없애고 분배 악화시킨 소득주도 정책 폐기하라
  • 류동길
  • 승인 2018.11.2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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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일자리 참사와 그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돼 분배악화를 가속시켰다.

통계청의 3분기(7월~9월) 가계소득통계에 따르면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8.8% 늘어났고 하위 20%의 소득은 7% 감소, 소득분배가 11년 만에 가장 크게 악화됐다. 더욱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최하위 계층 근로소득은 23%나 줄었다. 3분기 중 상위 20% 평균소득과 하위 20% 평균소득의 격차는 5.52배로 1년 전(5.18배)보다 높아졌다.

지난해와 올해 고용창출과 저소득층 지원에 총 54조원을 투입한 결과가 이렇다. 내년 일자리 예산은 23조5000억 원을 편성,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렸다. 보건·복지·고용 분야에만 전체 예산의 35%를 배정했다. 정부는 지원정책의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희망적 전망일 뿐 기대를 걸 근거는 희박하다.

일자리 만드는 건 기업의 몫이다. 기업은 생산성과 경쟁력 있는 사업에 투자하고 일자리도 만든다. 정부가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건 지속적이지도 않고 좋은 일자리일 수도 없고 국민의 부담만 키운다. 소득분배 개선의 답은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에 있다. 경제현실을 무시한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탈을 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저소득근로자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저소득층의 소득감소는 당연한 결과다. 돈을 푸는 복지의 끝은 경제파탄이라는 건 남미 등 몇 나라의 경우가 이미 보여주고 있다. 그들 나라의 실패사례를 따르겠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한국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경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나왔다.

소득주도 정책은 사실상 세금주도 정책이다. 소득 하위 20%는 근로소득(47만8900원)이 이전(移轉)소득(60만4700원)보다 적었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세금으로 지원했는데도 저소득층의 전체 소득은 줄어들었다. 세금을 많이 내야하는 국민의 삶은 고달프다. 세금·연금·건강보험료 등 국민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 즉 비(非)소비지출은 3분기 가구당 월평균 106만 5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3%나 급증, 평균 가계소득의 22.4%에 이른다. 비소비지출은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소득증가→소비증가→생산과 투자증가→고용증가→소득증가로 선(善)순환할 것이라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소득 창출의 원천이 어디인 줄도 모르는 억지 주장이었다.

국민은 경제를 망치는 지도자를 지지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생활이 어려워진다고 느끼는 국민의 당연한 선택이다. 이런 선택을 한 역사적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집값이 뛰었다.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이 덩달아 오른다. 정부는 내년 주택 공시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세금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소득이 없거나 그대로인데 집값을 올리려고 하지도 않았고 투기와 아무 관련 없이 집 한 채 가지고 살고 있는 서민은 무슨 죄로 벌금과 같은 세금만 많이 내야 하는가.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10.9% 오른다. 성장률도 2%를 겨우 넘길 수 있을까 말까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얼마나 버텨낼 것이며 일자리는 또 얼마나 파괴될 것인가. 노동시장은 민노총의 총파업에서 보듯 유연성은커녕 더욱 경직성을 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득분배는 또 다시 악화된다. 경제위기의 징후는 농후하다. 그런데 청와대 어느 경제보좌관은 경제위기론에 대해 “개혁의 싹을 자르려는 것” “기업의 기(氣)살리기는 개탄스럽다”고 말한다. 경제가 이 지경으로 추락하는데 기업을 옥죄고 위기를 위기가 아니라고 우기면서 누구를 위한 어떤 개혁을 한다는 것인가. 청와대 핵심참모의 인식이 이렇다면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 없애고 소득분배 악화시킨 소득주도 정책부터 폐기하라. 기업 뛰게하고 규제혁파하고 노동개혁 서둘러라. 나뭇잎이 떨어졌는데도 겨울이 온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봄이 온다고 우기면 봄이 오는가. 봄에 피어날 싹만 죽일 뿐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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