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택시 전쟁'…"승차도 콜도 거부하면서 카풀 반대?"
여전히 '택시 전쟁'…"승차도 콜도 거부하면서 카풀 반대?"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8.12.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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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새벽이 깊어지는 만큼 홍대 차도는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이 불어났다. 택시와 불법 주·정차를 하려고 비상 깜빡이를 켠 차량 수십 대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의 행렬이 족히 2㎞는 넘어 보였다. 

차도는 사람들고 넘쳐났고 차가 오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단횡단하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빵빵’ 경적을 올리는 차량들로 거리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주차공간을 찾으려는 운전자들은 천천히 차량을 움직이면서 틈만 보이면 끼어들었다. 그럼 영낙없이 뒤 따라 오는 차량에서 ‘빵빵’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택시를 타기 위해 손을 흔들었지만, ‘빈 차' 표시 등이 켜놓은 택시들은 그냥 지나갔다. 택시 안을 살펴보니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 ‘예약’ 표시 등을 켜둔 채 지나가는 택시들도 수두룩했다. 
 

친구들과 함께 홍대를 찾은 직장인 이모(29)씨는 “이 시간에 택시를 잡으면 복 받은 거죠”라며 허탈해 했다.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힘겨워 보였다. 

이날 이태원에서도 택시 잡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빈 차’ '예약' 표시등을 켠 채 행선지를 묻고는 본체만체 가는 택시들, 거친 욕설을 내뱉는 시민, 택시 기사와 시민이 몸싸움까지 펼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10년 경력의 택시기사 (61)씨는 “우리 같은 사람은 정말 힘들게 살아갑니다. 먹고 살기가 빠듯해요.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줄었고, 택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니 장거리 손님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나름의 애로를 토로했다. 
 

택시 승차거부에 대한 시민 불만이 높은 가운데, 최근 5년간 서울에서 택시 승차거부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홍대입구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약 5년간 택시 승차거부 신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홍대입구로 2064건에 이른다. 이어 강남역이 1285건, 종로가 942건, 여의도가 715건, 이태원역이 666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 택시 승차거부는 2014년 2302건에서 2016년 1641건으로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1769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1022건 승차거부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 승차거부 택시 제재 수단은 '삼진아웃제'. 처음 단속에 걸렸을 때는 과태료 20만원 및 경고 조치, 2차 때는 과태료 40만원 및 택시운전자격 정지 30일, 3차 때는 과태료 60만원 및 택시운전자격 취소 처분을 내린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1회 적발 시 과태료와 함께 '10일 영업정지'를 내리는 내용이다. 월평균 70만원 이상 수입을 잃는 데다 과태료 20만원까지 내야 하므로 택시 기사에겐 치명적이다. 

또 서울시는 구청이 갖고 있던 승차거부 처분 권한을 환수하고, 택시 기사에게만 책임을 묻던 것에서 법인택시회사도 책임지도록 제도를 바꿨다. 일정 기간 운행하지 않는 개인택시에 사업개선명령, 즉 의무운행 제도 도입 등으로 심야 택시공급 부족 문제를 개선키로 했다. 기본요금도 현행 3000원에서 3800원∼4000원까지 인상하는 안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한편, 기사들은 사납금 등 승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고 억울함을 토해냈다. 12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윤모(62) 씨는 “사납금 등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얼마 없다”면서 “그런데 만약 승객이 가는 위치가 외진 곳이면 사람도 못 태우고 빈 차로 나와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터 큰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손가락질 하는 것을 알면서도 먹고 살기 힘들어 그런다. 그 손님 하나 태우려다 10명을 놓칠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택시를 향한 민심을 의식한 듯 택시업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0대 택시기사 조모 씨는 “결국은 카풀이든 뭐든 택시를 위협하는 서비스가 나올 텐데 사람들이 택시를 선택하지 않으면 모두 망하는 것”이라면서 “어쩔 수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경쟁력 강화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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