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황금돼지띠 해, 복돈(福豚)의 풍요 만끽하길
2019년 황금돼지띠 해, 복돈(福豚)의 풍요 만끽하길
  • 권의종
  • 승인 2019.01.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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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도 역사는 '거울'...올해는 기업들이 국민 앞에 의연한 모습으로 만면에 웃음 띠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해가 또 바뀌었다. 기해(己亥)년의 새 동이 텄다. 원단을 맞고 보면 으레 지난 한 해 동안의 다사다난을 회고하며 저마다 야심 찬 계획과 간절한 소망을 담는 일년지계(一年之計)를 호기 있게 세우곤 한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당장 지척의 시계조차 분간키 힘든 불확실한 시대 상황의 면전에서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할 따름이다.

기업인들로서도 사뭇 신중하게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다듬고 한 해의 경영계획을 떠올려보지만, 개략적 밑그림조차 선뜻 그려내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온고지신의 혜안을 부릅뜨고 지난 세기 이후의 돼지띠 해에 일어난 여러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이를 토대로 앞날을 더듬어 보는 것도 최고는 못될지언정 차선지책 정도로는 충분할 성싶다.

20세기 첫 돼지띠 해였던 1911년 신해년에는 우선, 105인 사건의 쓰라림을 더듬게 된다.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민족해방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의 암살미수사건을 조작, 600여 명을 검거하고 105인을 투옥함으로써 애국계몽 운동기의 비밀결사였던 신민회가 해체되기에 이른다.

1923년 계해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방향을 결정키 위해 중국 상해에서 국민대표회의가 열렸다. 창조파, 개조파, 현상유지파의 극심한 대립과 심각한 자금난으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크고 작은 각종 현안 앞에서 정치권이 반목하고, 저마다의 주장이 다른 상황이 지금도 재현되는듯하여 격세지감이 무색하기만 하다.

차선지책의 일년지계... “돼지띠 해 지난 일을 되짚어 보고 이를 토대로 앞날을 더듬어 보자”

같은 해 일본에서는 관동대지진이 있었다. 야마모토 내각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사태수습에 나섰다. 혼란이 심해지자 국민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한국인과 사회주의자들의 폭동 소문을 퍼뜨렸다. 격분한 일본인들은 자경단(自警團)을 조직, 관헌들과 함께 조선인을 무차별 체포·구타·학살을 저질렀다. 무고한 수천 명의 한국인이 희생되었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일본의 잔학함에 치가 떨린다.

1947년 정해년 5월. 냉전 속에서 제2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열렸다. 제1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참여단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대립한 끝에 또다시 결렬되고 말았다. 어떠한 타협도 불가능한 상황에 빠진 한반도 문제가 유엔으로 넘겨지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이어 1971년에는 제7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1969년 삼선개헌을 발판으로 출마한 박정희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 뒤 유신체제를 통해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그였지만, 10· 26 사태로 철권 통치시대를 마감해야 했다. 권력 무상을 새삼 절감케 하는 대목이다.

1983년 9월. 뉴욕발 서울행 대한항공(KAL) 보잉 747 여객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었다. 승객과 승무원 269명이 사망했다. 또 10월에는 미얀마 아웅산 폭파사건이 터졌다. 전두환 대통령의 묘소 참배 행사를 대기 중이던 정부 요인, 취재기자 등 다수가 사상(死傷)되었다. 세계 외교사에 찾아보기 힘든 참변이었다.

1995년 을해년은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된 해였다.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으로 지방자치의 기틀이 마련되고 1952년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운영되었다. 1961년 지방자치법의 효력이 정지당했다가 1988년에 부활하였다. 그 후 지방선거 실시지연 등 힘든 과정을 거쳐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자치단체장의 민선까지 이루어졌다.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의 험한 역정을 보여준 사례였다.

본디 역사는 비극을 더 잘 기억하는 속성이 있어... 힘들고 어려웠던 아픔 들춰 액땜을 대신

이어 2007년 정해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발표되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15 공동선언 정신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과 통일 실현을 위한 남북관계의 확대·발전을 합의했다. 11년이 지난 지난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든든한 토대가 마련될 수 있었다.

호사다마였을까.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해 말 충남 태안에서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홍콩 선적의 ‘허베이 스피리트’ 유조선 탱크에 있던 12,547㎘의 원유가 태안 해역으로 유출되었다. 양식장, 어장 등 8천여 헥타르가 오염되었다.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로 얼룩졌던 지난해의 상황과 비춰 볼 때 묘한 비감마저 일게 한다.

본디 역사는 비극을 더욱 잘 기억하는 속성 탓에 즐겁고 좋았던 일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더 기록으로 남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돼지띠 해라 해서 유독 다른 해에 비교해 애사가 많았을 리 없겠지만, 어쨌든 지난 과거사의 아픔을 들춰봄으로써 새해의 액땜을 대신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올해에는 경기침체, 실업대란, 내수둔화, 자영업 위기 등 비관적 용어는 사라지고, 경제성장, 경기회복, 일자리 증가, 수출증대 등의 희망과 행운의 덕담만이 경제와 기업들 간에 오갔으면 한다. 정부, 기업, 노동, 금융 등 각 부문에서의 혁신 기반 위에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와 국민의 구슬땀이 흐르고,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투명경영 실천으로 시장과 고객, 노사의 신뢰가 회복되며, 첨단의 경쟁력 확보 등 뼈를 깎는 특단의 자구노력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부디 이번 돼지띠 해만큼은 이 땅의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나 살피고 주눅이 드는 나약하고 위축된 모습보다는, 경제와 국민 앞에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만면에 웃음 띤 복돈(福豚)의 풍요를 만끽하는 호시절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보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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