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방송사들 여론조사 유감
'들쭉날쭉' 방송사들 여론조사 유감
  • 임태순
  • 승인 2019.0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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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여전히 조사 방법, 기관마다 결과 천차만별...뭔가 확실한 보도지침 만들어야

[임태순 칼럼] 1987년 대선에서 여론조사가 도입된 이후, 각종 선거와 정책시행 과정에서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선거와 정책집행 보도에서 여론조사 보도는 빠질 수 없는 핵심적인 사안이 되었다. 선거와 정책을 이끄는 것이 인물과 정책내용이 아니라 여론조사가 되어버린 현실이다.

최근 방송사들의 여론조사 결과가 조금씩 달라 눈길을 끈다. 이같은 현상은 경제부문에 대해서도 그대로 나타나 흥미롭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2019년 새해를 맞아 일제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각사가 개별적으로 여론조사를 했지만 대통령 국정 운영, 경제, 남북관계 등 질문항목은 엇비슷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 KBS와 MBC는 긍정이 부정평가보다 높았지만 SBS는 부정이 긍정평가보다 높았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55.2%, 부정 41.7%로 긍정 평가가 13.5%포인트 높아 오차범위를 감안해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MBC가 의뢰해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긍정 47.1%, 부정 46.2%로 긍정 평가가 근소하게 앞섰다. 반면 SBS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선 긍정 46.1%, 부정 47.8%로 부정 평가가 1.7%포인트 높았다. MBC와 SBS의 결과는 모두 오차범위 내여서 우열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하다.

하지만 MBC 사장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선임해 사실상 정부의 영향 아래 있고, SBS는 민간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묘한 파장을 준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친소관계에 따라 다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차이는 최저임금, 소득주도 성장 등 주요 경제정책에도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MBC-코리아리서치센터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추진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공감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경제 현실과 맞지 않으므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응답이 44.4%로 가장 높았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 조절 필요’가 37.0%로 뒤를 이었고 ‘방향과 속도 모두 옳으므로 더0 적극적으로 추진’이라는 응답은 11.7%였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응답은 소득주도성장 등을 사실상 지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 응답을 합하면 48.7%로 ‘재검토’ 응답보다 3.3%포인트 높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 혁신 장려(친기업 정책)보다는 국민 소득 증대와 공정 배분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결과도 마찬가지다. KBS-한국리서치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정책’을 묻자 ‘국민 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36.3%로 1위, ‘공정한 경쟁과 성과 배분을 추구하는 공정경제 정책’이 35.6%로 2위를 차지했다. ‘기업 혁신을 장려하는 혁신성장 정책’은 21.9%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가 일자리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경기부진’(32.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 대응 능력 부족’이 각각 22.5% 동률이었지만 10%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정부 정책이나 대응 능력 보다는 경기부진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생산연령 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는 8.9%,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구조조정’은 7.3%로 나타났다.

민주주의 사회애서 여론조사는 필요하다. 또 건전한 여론조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뒤죽박죽 못 믿을 여론조사에 문제의식이 없는 방송사가 있다면 이는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신뢰도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1987년 이후 여론조사 기관의 규모와 조사기법이 날로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사 방법, 기관마다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또한 표본 추출의 적절성, 설문 항목의 객관성, 휴대전화가 보편화 된 상황에서 모바일 외에 일부 조사에서는 집 전화에 국한된 조사 기법의 한계, 낮은 응답률 등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하룻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도 수치와 해석이 제각각인 여론조사는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방송사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선거 시기, 언론 매체 가운데 유권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방송사의 보도에서 제대로 된 정책공약 보도를 찾기가 어렵다. 지금 국회의원 총선이 내년으로 성큼 다가온 상황에서 방송사들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보도내용은 내년 총선은 물론 향후 3년4개월 임기가 남은 현 정부 아래서 국민의 삶과 정치를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

이제 우리는 들쭉날쭉한 방송사 여론조사에 대한 뭔가 확실한 보도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중구난방'식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는 결과를 낳는다면 지도자를 잘못 뽑은 죄로 임기동안 줄곧 고생하는 것은 바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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