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내몰린 20대 '대부업'쓰고 개인파산...빚 없인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벼랑끝 내몰린 20대 '대부업'쓰고 개인파산...빚 없인 시작조차 할 수 없다
  • 김준희 기자
  • 승인 2019.01.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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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25~34세 대한민국 청년들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빚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학자금 대출→취업난→자금난→2금융권 대출 및 대출 돌려막기→채무 불이행’이란 악순환 속에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급기야는 불법사금융까지 손을 대는 경우가 흔해진 것이다. A씨는 “학자금 대출이 끝인 줄 알았는데 막상 취업이 안 되니 취업을 준비하려고 또 대출을 받아야 한다”라며 “지금처럼 알바만 전전하다가는 취업마저 점점 멀어질 것 같아 다시 대출을 받아 취업 준비에 매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청년 부채의 문제는 그 대출의 '질(質)'이 나쁘다는 점이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캐피탈ㆍ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떠밀려 고금리 대출을 받게 된다. 급전이 필요해 잠깐만 빌려쓰고 갚으려던 대출은 '장수 취준생(취업준비생)' 기간을 거치며 급격히 불어난다. 금리상승 등 대외여건이 조금만 악화돼도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연령대별 대부업 개인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대부업체(지자체에 등록돼 금전 대출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 상위 20개사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총 182만2911명, 대출금액은 8조9452억원이다.

이 중 돈을 빌린 20대는 22만6915명(전체의 12.4%)이며 이들의 대출잔액은 8321억원(9.3%)이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인 연 24%가 넘는 금리를 부담하는 20대는 19만5000명, 이들의 대출잔액은 7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부업체 이용 20대의 85.9%가 법정금리를 초과한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해 2월 27.9%에서 24%로 내려갔지만 그 전부터 24%를 넘는 금리를 부담해온 청년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연체율도 20대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7%를 기록했다.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중에서도 20대 비중이 7.1%나 됐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 소속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나이스평가정보 다중채무자 분석'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포함해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는 2018년 9월말 기준 421만6143명으로 이 중 29세 이하가 30만868명으로 집계됐다.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는 20대도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대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2014년 499건, 2015년 542건, 2016년 743건, 2017년 78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전체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2014년 5만5400건에서 2017년4만4000건으로 매년 감소했다. 자격취득이나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됨에도 개인파산을 선택하는 청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고달픈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일각에서는 학자금 대출뿐 아니라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때까지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맞춤형 금융상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연체가 발생해야만 신용회복 등 지원에 나서는 ‘사후적’ 구제가 중심인데, 앞으로는 사전적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10~20년 장기간에 걸쳐 갚을 수 있는 저리의 맞춤형 상품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실업과 대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발생을 선제적 지원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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