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영업…강남역,명동 상가는 '텅텅' 폐업속출
위기의 자영업…강남역,명동 상가는 '텅텅' 폐업속출
  • 내미림 기자
  • 승인 2019.01.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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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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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코노미뉴스 내미림 기자] 서울 중구 퇴계로 일대. 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맞닿아 있는 도심 한복판인 명동 중심거리인 8길은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500m도 채 못가 안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상황은 정 반대다. 건물 곳곳에 ‘임대 문의’ 팻말이 붙어 있고, 한 블록 전체 상가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다.

명동의 M공인중개사는 “쇼핑은 온라인에, 먹거리는 노점에 밀려 장사가 안되니 작년 하반기부터 임대료가 평균 20%씩 떨어졌다”며 “그런데도 임차하겠다는 문의는 커녕 폐업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역 일대에 있는 일식집 사장 김모씨의 하소연이다. 한 때 ‘불패상권’으로 불리던 서울 강남역 일대가 지금은 초라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김 사장은 “그나마 우리는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작년에 문을 닫은 가게가 주변에 한두개가 아니다”며 “지금 같은 불황이 계속되면 올해 안에 폐업을 하게 될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서울의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일대 상권이 휘청인다. 높은 임대료와 최저임금 상승, 내수경기 침체까지 삼중고 속에 결국 폐업을 결정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빈 상가(공실)가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비임금근로자)는 지난달 549만6000명으로 2016년 2월 536만명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6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증감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지난달엔 감소율이 1.7%까지 떨어졌다. 폐업 수에 비해 창업하는 자영업자는 대폭 줄면서 건물주들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결국 공실로 상가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 명동뿐 아니라 서울 강남역 일대 상권도 건물 10개 중 한 두 개 꼴로 1층 상가가 비어 있다. 지하층은 말할 것도 없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상업시설은 지난 한 해 동안 경매 낙찰률이 28%로 지난해 50%에 비해 반토막 났다. 올해 들어서도 상업시설 경매 11건이 진행됐지만 주인을 찾은 물건은 단 하나도 없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강남3구 상업시설의 월별 경매 진행건수가 지난해 8월 2년 내 처음으로 20건을 넘었고, 지난달엔 낙찰가율마저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강남 3구는 경기 악화 신호가 가장 명확하게 포착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분석했다.

건물주들이 말하는 주된 원인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인상, 52시간 근무제로 손님이 줄어든 영향이다.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한 반면 새로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어 1년 넘게 공실로 방치된 상가가 급증하고 있다. 급기야 ‘무권리 점포’를 내건 곳도 생겨났다. 장사가 잘 돼 ‘목’이 좋은 상가에 보증금이나 임대료 외에 따로 붙는 웃돈 개념의 금액인 권리금까지 포기하는 건 그만큼 일대 상권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때 높은 임대료로 공실이 크게 늘면서 고사 위기까지 직면했던 압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압구정 일대는 지난 2017년부터 임대인·임차인 간 상생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임대료를 깎아주는 이른바 ‘착한 임대료’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저 임금 인상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압구정 메인거리에 있는 전용면적 33~50㎡(10평~15평) 남짓한 1층 상가는 평균 600만원 하던 월세를 400만원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공실 상태다. 황영각 압구정로데오상권살리기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은 “점포 300여곳 중 80여개가 공실이었던 곳이 착한 임대료 사업 이후 20~30개로 많이 줄었다”며 “다만 최저임금제 인상에 내수 소비심리 위축으로 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부 가게 중에는 종업원 감축에 영업시간 단축까지 고민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공시지가가 작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뛸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차례 임대료 인상 후폭풍까지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오는 4월 공시할 예정인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올해 명동, 강남, 종로 등 서울 주요 상권 공시지가가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 1㎡당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2배 가량 오른다. 종로 상권도 땅값이 1㎡당 1억원을 넘는 건물이 속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결국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등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수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후가 불안한 중장년층이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면서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이 더 안 좋아졌다”면서 “성장과 혁신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은퇴 연령층을 위한 공적 연급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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